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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생각에 잠긴 김한길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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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까.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도입을 주장하며, 민주당의 혁신을 강조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했지만 어느 분야에서도 한발짝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카드는 제시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당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얘기들이었고, 굳이 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들이다.

이날 나온 내용을 분류해 보면 ▲ 민생회복을 위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도입 ▲ 철도민영화와 의료영리화 반대 ▲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설치 ▲ 국민통합적 대북정책 ▲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 을지로위원회 활동 ▲ 민주당 평가 ▲ 정치혁신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다짐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 그동안 당에서 해왔던 이야기의 동어반복이었으며, 그나마 현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북한인권민생법안 추진'이 새롭다면 새로운 이야기다.

물론 당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꼭 새로운 걸 던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롭지는 않더라도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자리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동안 제기된 틀 안에 머물러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은 대박"이라며 국정의 주제를 '통일'로 전환시킨 것에 비교하면, 이날 기자회견은 더욱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경제개혁 3개년 계획'과 같은 아직 실체도 없는 정책을 내세워서는 안 되지만, 국민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했다.

반복되는 '정치혁신'의 구호들

이날 기자회견의 최대 핵심은 무엇보다 코앞에 닥친 6·4 지방선거와 관련한 것이었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연패에 스스로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진단하는 만큼, 다가오는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이에 김 대표는 "'제2의 창당'을 한다는 각오"와 "정치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하고 "고품격 고효율의 정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 방안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렸다. 김 대표는 "당의 모든 구성원들이 당의 사활을 건 혁신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명한 공천을 실천하겠다. 상향식 공천과 개혁공천으로, 호남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당내외 최적 최강의 인물을 내세워 승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대표와 지도부의 권한을 오로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엄정하게 행사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약속이다.

'상향식 공천과 개혁공천'에서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호남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안철수 신당과의 경쟁을, '당내외 최적의 인물'에서 외부인사 영입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선언적인 말만으로 '고품격·고효율의 정치'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그동안에도 매번 선거마다 비슷한 방안이 제시돼왔다. 질의응답에서도 정치혁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는 질문이 있었지만, 김 대표의 답변은 앞선 회견문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안철수 신당과 관계도 여전히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겨졌다. 당 일각에서 적극적인 선거연대와 통합후보선출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지만,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야기한 "경쟁적 동지관계"라는 말을 반복했을 뿐이다.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하게 된다면 민주당이 주도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라며 안철수 신당과 경쟁을 말하면서도, "새누리당에 어부지리 주면 안된다"며 연대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특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 김한길 "대선 관련 의혹 특검 반드시 관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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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특검도입 문제에서도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민주당이 특검도입에 터무니없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특검 찬성여론이 높음에도 관철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이 특검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불관용의 원칙으로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여야 4자회담에서 "특검 시기와 범위를 계속 논의하겠다"고 합의한 내용을 성과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그 문구가 "특검을 전제로 한 문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말에 확신을 가지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필요한 논쟁"이라며 사실상 특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고, 새누리당 역시 특검을 받아들일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예산안 통과'라는 협상카드를 가지고 얻어낸 것이 "특검 시기와 범위를 계속 논의하겠다"는 문구였다. 이제 무엇으로 '특검 불가'를 고수하는 정부여당을 협상의 자리로 이끌어 낼 것인지,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가 그나마 변화가 있는 내용으로 이야기 한 것은 대북정책분야다. 특히 '북한인권민생법' 추진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새누리당이 주도해 온 북한 인권문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표했다. 김 대표는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법안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가지고 새누리당과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북한 인권문제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져 온 평화적·점진적 통일이라는 햇볕정책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보수진영에서 민주당에게 덧씌운 '안보무능' '종북 프레임'을 벗어나겠다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참전용사를 비롯한 애국자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애국자법'도 준비하고 있지만, 기자회견문에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변화도 새누리당의 '안보 프레임'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국민여론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당대표 기자회견 이후 김관영 수석대변인과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은 기자들과 따로 만나 당대표 회견 내용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설명했다.

변재일 원장은 민주당 정치혁신의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 "국정원 개혁법안을 어렵게 통과시켰다, 당내에 여러 갈등을 극복하고 국정원 개혁이라는 큰 성과를 낸 것으로, 야당의 존재감을 알렸다"며 "당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타협의 정치를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도 파업에서 민주당이 노조 편만 들었다는 의심이 있는데, 노조를 압박해서 새누리당과 타협을 이끌어 냈다"며 "내 주장을 일부 접고, 그들의 주장도 접게 만들어서 타협을 이끄는 게 '새정치'고, '타협의 정치'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북한인권민생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새누리당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의 핵심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대북지원단체와 탈북자단체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민주당은 생존권적 기본권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새누리당 안에는 삐라를 뿌리는 단체 지원도 포함돼 있는데, 그건 남북관계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할 것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해서 법을 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민주당이 어떻게 변했으면 가장 좋겠는지, 민주당에 실망한 이유 등에 대한 당 자체 여론조사와 외부 여론조사 등을 심층 분석해서 국민 여론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태그:#민주당, #김한길, #신년기자회견, #박근혜,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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