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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100만원 대자보'가 논란이 된 가운데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의혈안녕기금'이 9900만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학교측은 지난달 23일 대자보 부착 등 파업관련 행위시 회당 100만원 부가 가처분 신청을 냈다.
▲ 중앙대 '의혈안녕기금' 곧 1억원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100만원 대자보'가 논란이 된 가운데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의혈안녕기금'이 9900만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학교측은 지난달 23일 대자보 부착 등 파업관련 행위시 회당 100만원 부가 가처분 신청을 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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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며 파업에 나선 청소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중앙대학교가 동문 기자들에게 "도와 달라"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거세다. 동문 기자 일부가 "동문의 '정'에 호소해서 보도의 방향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자, 중앙대는 "사실 관계를 제대로 보도해달라며 동문 기자들에게 자료를 보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중앙대는 청소노동자들이 대자보를 붙이거나 구호를 외칠 때 100만 원을 내게 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또한 중앙대와 용역업체가 맺은 계약서에 "(청소노동자들이) 작업 도중 잡담이나 콧노래, 고성을 삼가야 하며 휴식시 사무실 의자 및 쇼파 등에 앉아 쉬지 않도록 한다" 등 인권침해적인 내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중앙대, 동문 언론인들에게 "도와 달라" 요청... 일부 기자 반발

이태현 중앙대 홍보실장은 15일 중앙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중언회' 소속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 대학이 사회적 약자인 청소노동자들을 핍박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들은 그 이면에 있는 특정한 세력이 청소노동자들의 눈물을 앞세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청소노동자들이) 우리 대학 본관에 진입하여 총장실을 불법 점거하고, 굉음을 내며, 취사는 물론 생선을 굽는 등 대학 행정업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고 있다" "학생들의 기말고사 기간, 게다가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중대한 기간인 12월 17일부터 시작된 총장실 불법 점거로 폐해가 막심하다"며 관련 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이태현 실장은 이어 "각 언론에 우리 대학의 입장을 호소하며 사실을 알리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나 일부 언론은 여전히 편향된 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 언론동문회에 사실을 알려드리옵고, 우리 대학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보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오니 부디 도와주시기를 간곡하게 당부 드린다, 23일 신년하례 자리에서 뵙겠다"고 밝혔다.

중언회 소속 한 기자는 이 실장의 이메일에 반발했다. 이 기자는 "특정한 세력이 청소노동자들의 눈물을 앞세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라고 말씀하셨는데, '특정한 세력'은 누구고 '달성하려는 목적'은 무엇인지요? 이런 두루뭉술한 말씀이야말로 '불순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의 편향된 보도'인지 '다수 언론의 편향된 침묵'인지 이 자리에서 왈가왈부하진 않겠습니다만, 신년하례회 자리를 빌려 동문의 '정'에 호소해서 보도의 방향을 '다른방향의 편향'으로 바꾸려는 의도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태현 실장이 언급한 '특정한 세력'은 청소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서경지부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노총 서경지부가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중앙대와의 단체협약 체결을 추진하려는 것이 '달성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태현 실장의 이메일 내용을 접한 민주노총 서경지부는 명예훼손 고소장 제출을 검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앙대 "'도와 달라' 말, 충분히 할 수 있다"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중앙대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태성 홍보팀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학교의 안부를 묻는 중언회 간부에게 답변 차원에서 관련 얘기를 한 것"이라며 "학교 홍보팀과 언론동문회의 경우 어느 대학에서나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도와 달라'는 왜 말을 못하나, 내부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적인 이메일이 언론에 유출돼 학교가 언론을 바람막이로 활용한다는 오해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면서 "학교가 음모를 꾸민다거나 언론에 학교의 입장을 대변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고, 사실 관계를 제대로 보도해달라며 이미 언론에 배포한 바 있는 자료를 보낸 것 뿐"이라고 말했다.

중언회 간부인 한 언론인 역시 "홍보팀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고 있으니, 제대로 보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동문 기자들에게 얘기하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홍보팀이 그런 일을 안 하면 문제가 된다"며 "강압이 아닌데 외부에서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태현 실장이 중언회 소속 언론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존경하는 언론동문 여러분, 늦었지만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최근 보도를 통해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우리 대학은 지난 12월 16일부터 청소노동자들의 학내 시위로 시작된 분규가 1달간 계속되고 있으며, 언제 끝을 낼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접하시기로는 '대자보 1건당 100만 원'이라든가 '콧노래도 못 부르게 한다'는 등 우리 대학이 사회적 약자인 청소노동자들을 핍박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된 내용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그 이면에 있는 특정한 세력이 청소노동자들의 눈물을 앞세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 대학의 환경을 담당하는 용역업체와의 분쟁임에도 우리 대학 본관에 진입하여 총장실을 불법 점거하고, 굉음을 내며, 취사는 물론 생선을 굽는 등 대학 행정업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학생들의 기말고사 기간, 게다가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중대한 기간인 12월 17일부터 시작된 총장실 불법 점거로 폐해가 막심하여 12월 23일 법원과 경찰에 '퇴거 및 업무방해 가처분 금지 신청' 및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이들은 12월 30일 본관에서 물러나 현재는 영신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역은 첨부된 자료를 살펴주십시오. 여러 차례 언론에 배포한 자료들입니다.

각 언론에 우리 대학의 입장을 호소하며 사실을 알리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나 일부 언론은 여전히 편향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언론동문회에 사실을 알려드리옵고, 우리 대학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보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오니 부디 도와주시기를 간곡하게 당부 드립니다.

23일 신년하례 자리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중앙대, 동문 기자들에게 '도와달라'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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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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