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교외 샤를 드골 공항 인근에 수백 대의 택시가 모여 시위를 벌였다.
수백 명의 파리 택시 운전사들은 시위를 벌이다가 인근에 있던 고급 리무진 차량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타이어를 찢는 등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이들이 공격한 리무진은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UBER)'였다.
<르 몽드>, <르 피가로> 등 주요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참가한 택시 운전사들은 우버 서비스를 반대하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이들이 우버 차량 수십 대를 부수면서 일부 승객이 다치기도 했다.
'재벌 회장님' 기분 내주는 우버, 인기 급상승파리의 택시 업계가 격렬히 반대하는 우버란 무엇일까. 우버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리무진 차량을 예약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우버가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우버 앱을 이용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차량을 지정해 보내준다. 차량은 대형 세단이며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운전기사가 직접 문을 열어주고, 간단한 음료도 제공하며 마치 '재벌 회장님'이 된 듯한 기분을 준다.
우버의 이용 가격은 일반 택시보다 2배가량 비싸다. 다만 이용객이 많은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에 따라 요금이 오르내리는 변동 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 차량까지 도입해 가격이 저렴한 '이코노미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물론 리무진 서비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운영되고 있으나 우버는 개인도 스마트폰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미리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로 결제해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신용카드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는 등 편리함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우버는 서비스 시작 4년 만에 전 세계 26개국 70여 개 도시로 진출했고 택시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상 우버가 '유사 택시'나 마찬가지라며 승객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택시 면허를 따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버가 택시 면허 없이도 택시와 다름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경쟁이라는 것이 택시 업계의 주장이다.
택시업계 반발... "명백한 불공정 경쟁"택시업계의 불만이 높아지자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우버와 같은 유사 택시는 차량 호출 후 최소 15분이 지나야만 탑승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키며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새로운 법으로 유사 택시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며 의무 대기시간을 30분으로 늘리고, 기본요금도 60유로(약 9만 원)를 적용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버도 반격에 나섰다. 이날 우버는 성명을 통해 "택시업계의 폭력 시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새로운 세대의 운송수단을 저지했다"고 비난하며 "파리 시민은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우버 서비스를 개발한 트라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는 "매일 맥도날드를 먹다가 가끔 프랑스 요리를 먹고 싶을 때도 있다"며 "우버는 데이트 이벤트나 기업 비즈니스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기존의 택시와는 다른 서비스라는 것을 강조했다.
우버는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기존의 리무진 서비스와 스마트폰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 것뿐이다. 다만 이동 거리와 시간에 따라 요금이 결정되고, 콜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택시업계와의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파리뿐만 아니라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우버와 같은 유사 택시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세계 각국의 택시업계도 시위로 몸살을 앓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한국 상륙한 우버... '유사 택시'와 '신개념 교통수단' 사이?
우버는 지난해 7월 서울에도 상륙했다. 아시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이며, 비영어권 국가로는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에쿠스, 벤츠, BMW 등이 우버 서비스로 이용되고 있다.
역시 이용 요금이 비싸지만 택시의 승차거부가 심한 심야시간에 쉽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고, 운전기사의 사진과 차량 번호는 물론이고 이동 상황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여성에게도 인기다.
곧바로 한국에서도 택시업계의 반발이 일어나자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해 인허가를 받은 운송사업자가 아니고, 택시업계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해 유상운송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라는 공문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의 택시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있던 승객들이 우버 사용기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그만큼 택시업계와 우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우버가 과연 또 다른 택시인지, 아니면 신기술이 낳은 교통수단인지 논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