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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에 관한 교황청의 유엔 청문회를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에 관한 교황청의 유엔 청문회를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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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이 사상 처음으로 유엔 청문회에 나섰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7일(한국시각)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는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교황청 대표단을 불러 강도 높은 청문회를 실시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이날 청문회에 유엔 대사 실바노 토마시 대주교, 사제의 성추행 관련 조사를 10년 넘도록 담당한 전 교황청 수석검사 찰스 스치클루나 주교 등 5명의 대표단이 출석했다.

교황청은 1990년 유엔 아동협약에 서명하여 아동의 존엄성과 발달, 보호를 위한 기본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지고 1994년까지 매년 이행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사제의 성추문이 폭로된 이후 2012년까지 어떠한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동안 교황청은 사제의 아동 성추행은 사건이 발생한 국가의 사법권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보 공개를 거부해 왔다. 때문에 사실상 사태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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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문회에서 유엔은 교황청이 성추문을 일으킨 사제나 수녀에 어떤 징계를 내리고 관리를 해왔는지, 피해자의 고발을 막았는지, 사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토마시 대주교는 "그런 범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고, 모든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한다"며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아야 할 곳에서 이러한 피해자가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제는 교황청이 아닌 그들이 소속된 국가의 시민이자 사법권 관할에 있다"며 사법권을 가진 국가가 요청하지 않는 한 사제의 종교적 원칙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스치클루나 주교는 "교황청은 성추행과 같은 사제의 비리를 은폐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교황청도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황청 대표단은 "사제의 선발 기준을 강화했고 이들이 적절한 처신을 할 수 있도록 교회법도 개정했다"며 "교황청은 이와 같은 범죄와 맞설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이날 청문회 내용을 검토하여 다음 달 최종 결론을 내리고 교황청에 대한 권고사항을 발표한다. 이는 법적 강제성이 없지만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을 국제기구가 최초로 다룬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지난 수년간 사제의 성추문을 비롯해 각종 비리로 오명을 쓰고 있는 교황청을 바로잡기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신뢰를 되찾으려면 사제의 성추행과 같은 비리를 철저히 단절해야 한다"며 "이를 다루기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여 희생자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유엔, #교황청, #바티칸,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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