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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013 키리졸브 연습기간 중 대항군 전쟁수행모의본부 모습.
사진은 2013 키리졸브 연습기간 중 대항군 전쟁수행모의본부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 등의 한미군사연습 중단 ▲이달 30일부터 상호 비방·중상을 중지 ▲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호상(상호)간의 현실적인 조치

북한 국방위원회가 16일 오후 8시께 내놓은 이른바 '중대제안'의 골자다.

북한은 그러면서 "이 중대제안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하여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 작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 것"이라며,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간 여러 현안과 이번 제안을 연계했다.

▲남북간 '비방중상 중지' 합의를 위반하면서, 그 동안 비방중상을 지속해 온 것은 바로 북한이다 ▲정당한 군사훈련을 시비할 것이 아니라, 과거 도발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하라 ▲ 지금 당장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보이라 ▲즉시 아무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 실현하라

우리 정부는 17일 오전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의 논평 형식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북한의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이는 전날 밤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 주재하에 남재준 국정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유길재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한 긴급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 결과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국방위의 제안은 15일과 16일 오전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키 리졸브와 독수리 군사연습 계획 대해 "핵 전면 대결전의 선전포고", "북남관계가 파국적 위기에 처하게 될 것", "모든 후과(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것과는 현격한 온도차이가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급격한 태도변화 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위장평화 공세'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자신들의 안이 거부당할 것이라는 점을 몰랐을까. 남한 자체 훈련이라해도 중단하기 어렵지만, 타국과의 합동훈련을 북한의 요구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다.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 훈련을 연례적,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강조해왔다. 북한의 요구로 이를 중단한다면, 키리졸브 훈련이 북침연습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점에서 훈련 취소는 애초 불가능한 것이었다.

김의도 대변인도  "우리의 군사훈련은 주권국가가 행하는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며, 매년 국제적 관례 및 합의에 따라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 공식적으로 통보하고 있다"며 북한의 중단 제안을 일축했다.

"북, 한미훈련 앞두고 위협 아닌 제안한 것은 이례적"

북한이 이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최첨단 전투기인) F-22 스텔스가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될 예정인데, 지난해처럼 F-22와 B-2, B-52 전략폭격기와 핵 항공모함 등이 훈련에 참가하면 한반도는 위기 상황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며 "실제 북한의 제안은 훈련의 강도를 낮추고, 이 과정을 통해 관계개선을 모색해보자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위기감은 늘 있는 것인데, 이번처럼 군사훈련에 대해 사전에 위협이 아닌 제안형태를 취한 것은 드문 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 국방위는 이번 제안에서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과 관련해 "이 제안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이 기회에 남조선당국이 더이상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이는 무모한 행위에 매달리지 말 것을 정중히 제안한다"고, 남한을 예우하는 이례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크게 보면 이번 제안은1월 1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발표한 신년사에서 강조한 '북남관계 개선' 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간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제안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요구가 좌절된 가운데 나온 것이었고,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놓은 바 있다.

정부가 의심하는 '진정성'에 대한 바로미터는 북한이 스스로 밝힌 '선제조치'의 실현여부와 그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 위원장은 "남북한이 서로 공을 넘기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단칼에 자르기보다는 북한의 선제조치에 대해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그런 인내심 없이 완강하게 방치하는 태도를 보이면 북한에게 '관계악화의 책임은 남에 있다'는 명분을 주게 될 것이고, 실제 김관진 국방장관 등이 말하는 '3월 위기'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3월 위기' 상황을 잘 넘기면, 4월부터는 '남북간의 봄'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 국방위원회#키리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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