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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이 주민들을 둘러싸고 있다.
 경찰들이 주민들을 둘러싸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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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주민을 막아선 가운데 한전 작업차량이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다.
 경찰이 주민을 막아선 가운데 한전 작업차량이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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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밀양시 상동면 고답·고정· 모정마을 주민들. 그들은 17일 또 한번 경찰과 전쟁을 치렀다. 주민들이 이른 교대하기 위해 이동하던 한전 작업 차량을 막아서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부딪히면서 상황이 발생한 것.

오전 7시 30분, 영하 3℃의 추위 속에서 60여 명의 주민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 있었다. 이때 경찰 버스 15대에서 내린 약 300여 명의 경찰이 건너편 도로와 논에 진을 쳤다. 그 상황을 본 한 주민은 "내 땅에서 나와라, 와 남의 땅에 들어 가노"라며 항의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가 경찰하고는 충돌하지 않아야 하는데..."라며 한 쪽에 서 있던 경찰에 다가가 "춥지, 춥지"를 연발했다.

도로 한편에는 한국전력공사 출입증이 붙은 차량이 서 있다. 차량 안에는 '㈜한백' 마크가 찍힌 안전모와 작업도구들도 있었다.

오전 8시 11분, 마을 주민들은 경찰과의 협상 끝에 경찰차를 보내기로 한다. 5~6살 정도 되는 어린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경찰과 주민들 사이를 뛰어다닌다.

경찰들이 주민들을 고립 시키고 있다.
 경찰들이 주민들을 고립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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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한전 작업차량 앞을 몸으로 막고 있다.
 주민들이 한전 작업차량 앞을 몸으로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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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전쟁, 우리가 모두 희생자"

그 틈을 타 1톤 화물차량이 지나간다. 주민들이 "잡아라, 엊그제 기름 실었던 그놈이다"라고 소리치며 차량을 막아선다. 상황이 급박해진다. 경찰이 일사분란하게 논에서 나와 200m 가량 두 줄을 만들며 늘어선다.

경찰은 주민들을 막아서고 스피커를 통해 "주민 여러분, 도로에서 내려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 사이로 한전 공사 차량이 유유히 빠져나간다. 5분도 안 돼 상황이 종료됐다. 분이 풀리지 않은 주민들은 경찰을 붙잡고 늘어진다.

주민들은 마을 공용주차장에 세워진 경찰 차량을 막아서고 또다시 경찰이 주민을 고착 시키면서 소란이 일었지만 오전 9시경 경찰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현장에서 만나 한 주민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은 다친 사람 없이 한두 시간 공사를 저지한 것만으로 만족한다"며 "범죄자들은 높은 곳에서 지시만 내리고 힘없고 빽없는 주민과 어린 경찰만 매일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가 모두 희생자다"라고 힘 없이 말하며 돌아섰다.

진압이 시작되기 전 경찰이 도로에 흩어진 주민들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진압이 시작되기 전 경찰이 도로에 흩어진 주민들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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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 #고정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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