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오는 1월 26일로 공포 2년을 맞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글을 받아 싣는다. [편집자말]
2011년 12월 19일, 곽노현 전 교육감의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통과 된 지 2년여 만에 문용린 교육감의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이 나왔다. 분명 이름은 '학생인권조례'인데 정작 학생이 없고, 인권이 없었다. 학생의 인권을 논하는 조례를 개정함에 있어서 학생의 소리를 담지 않은 개정안이 누구를 위한 개정안인지 묻고 싶다. 나아감이 없는 개정안은 어느 학생의 소리도 대변하지 못 하고 있음에 반성해야 할 것이다.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통과 된 후 2012년 새학기를 맞은 나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학교의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가 뒤집어져 학교가 학교답지 않은 공간이 되었느냐?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생 스스로가 한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체벌이 사라지고 선도부가 사라지거나 약화됐다. 제일 크게 달라진 것은 학생회였다. 실질적으로 우리는 2년 동안 학생 자치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배웠다.

나는 그 해에 학급 임원으로서 학생회와 함께 1년 계획을 세우고 여러 행사를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가며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교를 만들었다. 선도 대신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캠페인과 질서지도는 선생님이 또는 선도부가 강압적으로 해왔던 이전보다 학생들에게 더 교육적으로 다가왔을 뿐 아니라 그 효과 또한 좋았다.

그동안 자치 능력을 부여받아 활동을 해 온 학생들에게 논의 없이 세워진 개정안은 혼란만을 줄 뿐 아니라, 무례한 일이다. 자치 능력을 학생들에게 부여한 뒤 생긴 실질적 문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만약 있었다고 한들 그건 하나의 제도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시행착오일 뿐이다. 점차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말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교는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성소수자와 지지자, 인권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2011년 12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의원회관 로비에서 학생인권조례 원안가결과 정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권을 주장하며 이틀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성소수자와 지지자, 인권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2011년 12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의원회관 로비에서 학생인권조례 원안가결과 정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권을 주장하며 이틀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학생인권조례의 물결에 맞추어 적응하고 발전하고 있는 학생들로부터 그 능력을 빼앗는다니, 학생입장에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2년 동안 정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는 학교가 감내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많은 이들이 그 시행착오에 대해 "문제가 있다"라 판단했다면 학교의 주체가 되어야하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목소리를 고루 모아 개정안을 내야 한다.

문 교육감이 개정안을 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개정안 속 어느 곳에도 학생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학교는 효율을 찾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간상의 문제 즉, 효율의 문제를 핑계 삼아 학생인권 조례에서 학생을 배재하는 처사를 보이는 것은 직무유기다.

바뀐 개정안이 통과가 된다면 학교는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아감 없는 개정을 통해 학칙 또한 새롭게 하지만 새롭지 않게(조례 제정 이전으로) 바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캠페인 대신 교육적이지도 않고 반인권적인 교문 앞 아침선도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단정'이라는 기준 하에 벌어지는 20세기 학교의 행태들을 21세기의 학생들이 어찌 받아들일지 의문만 남는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학생 스스로가 학교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한 번 맛 본 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공허함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새로운 개정안은 누구를 위한 개정안인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가? 이야기를 하고자함은 맞는가? 그저 조용히 소수의 입맛에만 맞는 요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한 번 학생인권조례에 학생과 인권의 행방을 묻는 바이다.


태그:#학생인권조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