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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아서 눈물이 많은 손자가 활짝 웃었다.
▲ 눈물의 왕자 이민 나를 닮아서 눈물이 많은 손자가 활짝 웃었다.
ⓒ 이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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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된 손자 이민이가 핸드폰으로 나에게 전화를 해 왔다.

"할아버지, 내가 놀러 갈게, 어디 가지 말아요"

하는 일도 없이 바삐 돌아다니는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 손자 녀석은 계집아이같이 예쁘게 생겼고, 목소리는 아직 트지 않아서 여자 아이 목소리다.

이민이가 ip time 이란 컴퓨터공유기를 사서 설정을 해보다 되지 않아서 ip time을 들고 와서 할아버지 보고 설정을 해 달린다. 이민이의 엄마가 컴퓨터에 매달리고 핸드폰으로 일상을 보내는 아들 이민에게서 컴퓨터와 휴대폰을 멀리하려고 컴퓨터를 암호로 잠가 버렸기 때문에, 공유기를 사서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공유기를 매만지고 설정하는 일을 이민이보다 더 잘할 것이 없는 할아버지인 나지만 내가 컴퓨터 3대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공유기로 컴퓨터 3대를 작동시키고 있는 것을 이민이가 보고 알고 있었다.

이민이가 ip time 공유기를 손에 들고 내가 있는 집으로 들어오는데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눈이 벌겋게 되어 있었다. 혼자 공유기 설정을 하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나 보다.

"공유기가 설정이 되지 않는다고 울면 되나? 될 때까지 차근히 다시 해봐야지?"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이민이 녀석은 내가 어렸을 때 눈물을 유독 많이 흘렸었는데 나의 어렸을 때를 꼭 닮은 것 같이 울기를 잘했다.

이민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직장에 다니느라 이민이가 2살 때부터 7살 때까지 낮에는 이민이를 돌보지 못하고 외할머니가 이민이를 보살펴 왔다. 아빠와 엄마가 직장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이민이는 집안 살림만 잘하는 외할머니와 함께 있는 것이 이민이에게는 정이 가지 않았는지 모른다. 이럴 때 외할머니는 이민이가 좋아하는 할아버지인 나를 전화로 불러 이민이를 달래도록 도움을 청해 오곤 했다.

이민이가 6살 때 유치원에 가는 스쿨버스가 집 앞 도로에 오면, 울기시작해서 스쿨버스 앞 까지 이민이를 데리고 가면, 이민이가 대성통곡을 하고 버스에 오르지 않는다고 뒷걸음쳐서, 스쿨버스를 그냥 보내고, 내가 이민의 손을 잡고 슈퍼마켓으로 걸어 가서 아이스 바를 한 개 사서 이민이 입에 물리고, 집에서 가져온 땅콩 한 줌과 쥐포 한 개를 가지고 이민이와 같이 어린이 놀이터로 가서, "쿡쿠" 하고 비둘기를 불러서 땅콩을 이민이 와 함께 같이 먹어가며 비둘기에게 뿌려 주었다.

이민이도 "구구" 하고 비둘기에게 먹이를 던져 주었다. 쥐포는 이민이와 내가 집에서 나오면 졸졸 따라오는 동네 개 사랑이에게 조금씩 뜯어주었다. 이민이도 동내 개 사랑이를 좋아해서 먹이를 주면서 같이 불렀다. 먹이를 다 주고나면 이민이를 어린이 놀이터에 데리고 가서 그네며 시소, 미끄럼을 할아버지와 같이 타기도 하고, 유치원에 가지 않는 어린이들과 같이 뛰 놀게 했다. 이 과정을 이민이와 내가 함께 보내면 30분이 훌쩍 지난다. 이런 과정을 밟고 이민이를 걸어서 유치원에 데려다 주었다. 스쿨버스만 보면 우는 이민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를 이렇게 2년 동안 했다.

이민이는 예능인이 되려는지? 남달리 감정이 풍부하고 생각도 깊은 아이였다. 지난해 10월 28일 소래포구 축제날에 이민이를 데리고 소래포구를 놀러갔다. 포구에서는 갯냄새가 났었다. 많은 사람들로 소래 포구 상가에는 사람들이 발을 들여 놓을 틈이 없었다. 길가 횟집에서는 계절음식인 전어 굽는 맛깔스런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민이를 데리고 횟집으로 들어가 전어구이를 시켰다.

이민이는 "조개구이를 먹자"라고 말을 했는데, 전어구이가 맛난 계절 음식이여서 전어구이를 시켰더니 조개구이를 시키지 않았다고 울기 시작했다. 전어가 숯불에 노릿 노릿 잘 구어지고, 집나간 며느리가 전어 구이 냄새를 맞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말처럼 전어구이 냄새는 입맛을 다시게 했다. 이민이를 얼러서 전어를 한 입 물어보라고 해도 한강물 흐르듯 하는 눈물이 이민이의 뺨을 타고 흘렀다.

이 때 MBC 소래포구취재팀 4명이 무비 카메라를 메고 전어구이를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와 우리 옆 빈자리에 자리했다. 카메라맨이 이민이가 울고 있는 모습을 곁 눈으로 보았다. 축제로 모두들 즐거워하는데 혼자 울고 있는 어린이를 보고, 이민이를 TV 카메라에 담겠다고 말하고, 이민이에게 TV카메라를 향하도록 조정을 했다. 전어 먹는 어린이 모습을 찍으려 한다고 했다. 울던 이민이가 언제 내가 울었느냐는 듯이 금방 함박웃음을 짓고 웃었다. 이민이가 먹기 싫다고 하던 전어 구이를 젓가락으로 전어를 집어 입에 넣으려고 하니까 PD가 "두 손으로 전어구이를 집어서 맛있게 먹어보라"라고 말했다.

이민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전어구이를 두 손으로 집어 입에 넣고 먹음직스레 맛있게 먹고 있었다. 마치 방송출연을 위해 맹훈련을 한 어린이 탈런트의 연기 같았다.

이날 저녁 MBC TV 뉴스시간에 포래 포구 축제 생방송이 있었는데 이 방송에 우리 이민이가 웃으며 전어구이를 두 손으로 집어 입에 넣고 맛있게 전어구이를 뜯어 먹는 모습이 귀엽게 나왔다. 다음날 이민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이민이네 반에서는 이민이가 MBC TV에 나왔다고 모두들 부러워했다. 이 후로는 어찌된 일인지 이민이가 눈물을 짜는 일이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음식투정을 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이민이에게는 내가 MBC라는 애칭을 붙여 주었다.

덧붙이는 글 | 소래축제장 횟집에서 조개구이를 시키지 않았다고 눈물 짓던 손자가 MBC취재팀이 TV카메라에 담겠다고 하니까 금방 함박 웃음을 웃었다.



태그:#눈물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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