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민주당 의원이 연일 난타를 당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자 의료영리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관련기사:
"투자활성화 대책? 의료영리화·영리학교 부를 것"). 민주당은 김 의원에게 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장을 맡겼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정작 의료영리화를 추진한 것은 노무현 정부"라며 "민주당은 집권했을 때와 야당일 때 말이 다른 정당"이라고 공격했다.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비서관으로 의료정책을 주관했던 김 의원이 주 타격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새누리당의 공격이 계속되자 김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하면 의료선진화고 남이 하면 의료영리화라는 따위의 견강부회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의료 영리화는 내가 했건 남이 했건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공세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의료영리화 정책이 잘못된 것이었으며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던 나에게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있음을 밝히고 사과한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참여정부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 사과한다").
김 의원이 사과한 뒤 열린 21일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은 김 의원을 물고 놓을 줄을 몰랐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영리화 원죄를 가진 장본인이 영리화와 아무 상관없는 박근혜 정부 정책에 올가미 씌우고 있다"고 김 의원을 겨냥했다. 김기현 정책위 의장도 "참여정부는 의료 복지연계서비스, 의료관광사업, 바이오연구산업 등 수익사업은 물론 인수·합병까지 허용했다"며 "참여정부가 본격적인 의료법인 영리화를 추구했고, 그 중심에 김 의원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 의원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말도 안 되는 공격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회피할 일은 아니고 정공법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이번이 아니라 이미 지난 대선에서 그동안의 의료정책을 폐기하고 그것에 분명히 사과했다, 이번에는 그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19일 기자회견 이후에도 계속되는 새누리당의 지적에 "당치도 않은 소리"라며 "변명할 필요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부의 영리화 정책이라고 지적한 사례들을 열거하며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김 의원은 김영삼 정부 이후 매 정권마다 의료영리화 정책이 제기됐던 이유와 관련해 "재벌 대기업과 이해관계가 맞닿은 경제관료들에 의해 영리화 정책이 계속 제기된다"며 "그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존재하고, 이번 박근혜 정부의 정책 역시 그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참여정부 때도 영리화 문제 인식... 책임회피할 생각 없다"
- 참여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한 당사자로 잘못된 정책에 사과했다. 찾아보니 지난 대선 당시에도 영리병원 추진에 "그런 전적으로 사회수석(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과거 정책 추진에 사과한 계기는 무엇인가? "공격을 피해가면서 우리 당의 취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새누리당의 물귀신 작전을 굳이 회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정공법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내심 마음을 먹었다. 대선 때도 이 문제가 제기돼서 우리의 태도를 명확히 했다. 그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 하지만 당시 이해찬 총리가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의료민영화법이라고 불린 의료법 전면 개정안을 제출했던 건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노무현 정권 차원에서 주도한 의료영리화 정책을 사회정책수석비서관만의 책임이라고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책임총리, 책임장관제로 운영했기 때문에 총리나 장관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 역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있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는 개인적으로 정책에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와는 별개다. 청와대가 사회정책 전반을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취지에서 나에게 책임이 있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김용익 의원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간 후 의료민영화의 부당성을 설파하고 의료공공성을 설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며 김 의원의 얘기와 정반대로 말했다. 애초부터 의료영리화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의료영리화 정책에 문제점이 있다는 인식이야 당연히 있었다. 평생을 의료 공공성을 위해서 살아오다시피 했으니까 어떻게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겠느냐. 지난 대선에 지면서 실현이 되지 않았지만, 공공병원을 전체 30%까지 늘리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내가 만든 것이다. 하지만 당시 직책을 맡은 사람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은 별도다."
- 의료 정책의 역사를 살펴보면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 박근혜 정부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정부가 의료영리화를 제기해 왔다. 다른 성향의 정부가 들어섬에도 일관되게 영리화 정책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부의 정책은 단순하게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의료영리화는) 기본적으로 경제부처의 방안이다. 보건복지부는 전통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유지해 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그러한 경제부처의 주장이 강력했다. 당시 그런 정책들이 나왔으나 영리화 정책이 별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또 그것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견이 정부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 경제 관료들의 견해는 정권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표출된다. 이번 박근혜 정부의 정책도 경제관료들이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들은 이번 기회에 의료뿐 아니라 교육·노동·연금 등 사회분야 전반에 민영화를 대폭 진전 시키고 싶어 한다. 이번에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그런 경제관료들이 요구했을 때 단호히 거절했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 내놓은 공약들이 그 결심이었다."
- 2006년 참여정부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나왔을 때 정부 보고서와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제관료들이 그런 정책을 내놓는 배경에는 한국 재벌 대기업들이 있다. 경제관료의 위치에서 보면 경제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재벌 대기업의 영향력 아래 경제관료들이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 그 영향력을 배경으로 경제관료들의 동력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장례식장 잘 된다고 의사가 환자에게 죽으라고 하진 않는다"
-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이 노무현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의 사례까지 들며 비판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 보고서'에서 의료법인의 의료·복지연계서비스·해외 진출·관광 사업·바이오연구사업 그리고 인수·합병 등을 허용하도록 돼 있다는 것인데, 이를 반박해 달라.
"당치도 않은 소리다. 변명할 필요도 없다. 김 의장이 지적한 의료복지연계서비스라는 게, 장례식장이나 매점 같은 거다. 해외 진출과 의료관광사업, 이 두 가지는 해외 환자를 목표로 하는 것이어서 영리화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당은 해외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정책에는 반대할 생각이 전혀 없다. 바이오연구사업은 이야깃거리도 아니다. 당시 한참 줄기세포 연구 붐이 일었다. 그런 연구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무슨 영리화가 있나.
그중 병원의 인수합병이 문제가 되는데, 이 정책의 취지는 우리나라의 병원 개수가 너무 많아 중소병원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소위 적정 규모에 도달하지 못한 병원이 많다. 300병상 이상이 돼야 적정 규모에 도달하는데, 병원의 절대 다수가 100~200병상 정도다. 그러면 병원 처지에서는 무리하게 돈을 벌려고 하고 원가 절감을 할 수밖에 없다. 과잉진료가 일어나고 노동강도도 올라간다. 그래서 병원의 규모를 늘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게 만약 악용되면 기업 집중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영리화가 목적이 아닌 게 분명하다."
-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정책과 박근혜 정부의 정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그대로 관철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설명해 달라. "영리화 범위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의료와는 분리돼 있었다. 대표적인 게 장례식장이다. 장례식장에서 수익이 많이 난다고 한들 의사가 환자에게 빨리 돌아가시라고 하지는 않는다.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부대사업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새누리당은 의약품 개발 판매, 화장품 개발 판매, 의료기기 판매, 건강식품 판매 등을 내놓았다. 이것은 의료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 진료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게 되면 과잉진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원격진료 역시 노무현 정부 때는 벽지에 의사가 하나 있고 이 의사가 큰 병원의 전문의사와 원격으로 통화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방식이었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것은 환자를 전문가의 매개 없이 원격으로 직접 진료한다는 거다. 그 진료를 통해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 약을 투약한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차라리 방문 간호사를 대거 채용해 그 사람들을 매개로 원격진료하는 모델이라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정말 의료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산업자본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자제력을 잃어 버리고 의료기관에 상업적 이익만 주려고 하는 것은 의료정책으로 가치가 없다."
- 그렇다면 민주당은 의료정책이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새누리당은 명색이 복지를 하겠다고 공약하고 집권했다. 하지만 이번 신년 연설에서 들어보면 복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얼굴을 바꿔도 너무 바꿨다. 그래도 복지를 이야기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것만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게 아직 있다.
먼저 4대 중증질환 치료비용을 100% 지원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3차 의료기관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문제가 있다. 4대 중증질환에 100%가 아니라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는 진료항목을 늘리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의 의료기관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진주의료원 폐업에서 본 것처럼 공공의료는 점점 몰락하고 있다. 거기에 영리화를 하겠다고 나서니 정말 황당하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우리나라 의료가 굉장히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이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기를 기대한다."
- 끝으로 어떻게 해야 의료법인의 영리화를 막을 수 있겠나? "사실 정치지형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나의 가능성이 있는 게 이번 지방선거다. 민주당이 집권한 지방정부에서 의료 공공성을 확보하고 성공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풀뿌리 정치에서 이룬 성과는 중앙 정부도 무시하기 어렵다. 압도적인 민심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실 당장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도 문제다. 만약 새누리당이 이 정책에 손을 댈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면 여야가 협상할 수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소멸하다시피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인 고무도장일 뿐이다. 결국 의료영리화 정책을 바로 잡는 힘은 여론이다. 민주당만 몸부림쳐서 될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