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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포로라도 된 것인가? 미스터리다. (박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에게) 뭐가 잡힌 것인가? …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이 대운하였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한 후에 감사원 사무총장이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아마 MB 측의 반격이 있었던 것 같다. … MB는 2012년 대선 당시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의 정보를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상돈 <프레시안>2013. 12. 30 인터뷰 중에서)

'새누리당은 윤상현당'이라느니, '박근혜의 남자'라느니 하며 일컬어지는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여러 채널로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나는 엉뚱하게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포로가 되었다'고 말한 이상돈 교수의 한 인터뷰 기사가 떠올랐다.

윤상현 의원은 "김 전 총리와 어떻게 접촉하고 있는지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며 "빠르면 이번 주 중 김 전 총리를 만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정몽준 의원이 사실상 불출마로 돌아선 만큼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김 전 총리라는 데 당내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황식 전 총리 역시 서울시장 후보 출마에 대해 그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김 전 총리는 여러 언론에 "당에서 공식 제의가 오면 검토해 보겠다"며 "(출마한다면) 경선을 통해서 당당하게 후보선출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28일에도 김황식 전 총리는 새누리당 의원 연구모임에 참석, "국회 해산제도가 있다면 딱 국회를 해산 시키고 다시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발언했고, 이튿날 언론은 김 전 총리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발언 내용과 장소를 볼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코드 맞추기 편지 같다고 언론은 해석했다.

2년 5개월 총리 재임, 최대 공적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김황식 국무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김황식 총리와 악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김황식 국무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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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어떤 사람인가? 이력을 살펴보면, 참으로 화려하다.

1948년 생, 전남 장성 출신, 광주일고·서울대 법대 졸업, 판사 출신,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 역임, 특히 2년 5개월 동안 국무총리에 재임함으로써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런데 김황식 전 총리가 2년 5개월 동안 최장수 국무총리로 재임하면서 이뤄냈던 성과는 무엇일까? 다른 성과가 있는지는 과문해서 잘 모르겠지만, 지난해 이후 정국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이 김황식 전 총리가 재임하던 시절에 일어난 것임은 나도 알고 있고, 전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이다. 국정원, 국가보훈처, 국방부 등이 동원되어 이뤄진 국가기관 대선개입이 바로 김황식 전 총리 재임시절 이뤄졌다.

그 중 한 예를 보자. 총리 직속기관이었던 국가보훈처의 수장이었던 박승춘 처장. 그는 국가기관의 수장으로 소속 공무원의 정치중립을 감시해야 할 자리에 있음에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정치편향적 안보교육을 주도했다. 결국 그는 국가보훈처의 대선개입을 주도했다는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로 검찰에 의해 고발됐다.

고발장에 기재된 그의 혐의 내용은 ▲ 지난 총선과 대선기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시민단체와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한 교재를 만들어 보훈처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 ▲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한 의견을 여럿이 모인 장소에서 발표한 행위 ▲ 정치편향적 내용을 담고 있는 안보교육용 DVD를 기부금품의 모집등록 없이 사용한 행위 등이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2월 현직에 임명되어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그리고 박 처장이 국가기관 대선개입을 저질렀던 시점에 그가 모셨던 국무총리는 김황식 총리였다.

총리 시절,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알았나 몰랐나

김황식 국무총리 내각에서 국가보훈처만 불법 대선개입을 했나? 그렇지 않다. 국방부도 불법 대선개입을 했다.

2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연제욱 현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2012년 대선 당시 국방부 사이버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 사이버사 심리전단장한테서 매일 대선 개입 활동을 보고받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이아무개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의 공소장을 통해 밝혀졌다. 이런 공소장 내용은 연제욱 전 사령관이 2012년 대선과 총선 당시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작전을 지휘했음을 확인해준다.

심리전단의 불법 대선개입이라면 국정원이 빠질 수 없다.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4개 사이버팀 70여 명의 직원이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게시한 트위터 글이 2200만 건에 달하고, 이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이 2270개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바로 이 국정원 심리전단을 확대·개편한 것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이뤄진 일임이 지난해 8월 5일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답변을 통해 확인됐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고,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그리고 그 국정원의 불법 선거운동 조직인 심리전단 책임자의 직위 승진과 확대개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가에 의해 이뤄졌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법 대선공작을 전혀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말이 되는 일일까?

마찬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상식적이다. 국무총리 재임 시절 이뤄진 국가보훈처, 국방부,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당시 김황식 총리는 정말 몰랐을까? 만일 진짜로 몰랐다면, 그것은 고위공직자로서 무능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만일 당시에 알고 있었다면, 그 역시 중대 범죄의 공범자라 할 것이다.

김황식 원장 시절 감사원, 사조직처럼 MB에게 '동원'되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해 2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해 2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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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전 총리가 감사원장으로 재직했던 시절의 공과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재밌는 사실이 밝혀졌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발표되기 직전인 2008년 11월 29일 정종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수자원분야 현안 보고'를 했는데,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고 한다.

"감사원을 동원해서 일하다 실수한 것은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겠다."

이 같은 사실은 서기호 의원이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에 대한 문서검증을 통해 밝혀냈는데,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을 대통령이 '동원'하겠다고 말했다니 놀랍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감사원을 사조직처럼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 약속을 지켰다. 이후 실시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1차, 2011년)는 "아무런 문제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도리어 감사원은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대선 이후 발표된 감사결과 발표(2차·3차, 2013년)는 달라졌다. 2차 발표 때는 "4대강 보가 중대형임에도 소형 보 설계를 적용하여 부실공사"고 발표했다. 3차 발표 때는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로 바꿀 것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고 했다. 

이처럼 2차·3차와는 다른 부실감사인 1차 감사를 진두지휘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인 은진수 감사위원이었다. 그리고 은진수 감사위원을 임명하고 4대강 감사의 주심을 맡게 해 부실감사를 만든 사람은 바로 당시 김황식 감사원장이었다. 결국,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을 대통령 사조직처럼 '동원'되도록 했고, 그를 통해 공무원에게 위법과 편법의 모범이 된 사람은 김황식 감사원장이었다.

특검 대상자가 서울시장 후보라니, 새누리당은 제정신인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0일 박근혜 정부에게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박 대통령이 특검을 붙들고 있어서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전 정권과 '짬짜미'가 있냐는 국민적 의심만 사게 된다"고 경고했다.

나는 이미 두 번의 오마이뉴스 기고('대선 담합' 없었다? 이명박근혜 못 믿겠다, 태평한 이명박, 박근혜에게 뭘 줬기에)를 통해 4대강 사업 청산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법처리 여부는 '대선 부정 이·박 담합' 실제 여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종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만일 지금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4대강 사업을 청산하지 않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잘못을 사법처리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선 부정 '이·박 담합'이 실제로 있었다는 증거로 국민들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특검을 수용하는 것은 고사하고, 국가기관 대선개입의 책임자 중 한 명을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하려고 하고 있다. 도대체 특검에 의해 수사 받아야 할 사람을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하려는 것은 어떤 심보일까?

만일 4대강사업과 같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청산하지 않는 것을 넘어 국가기관 대선개입의 책임자 중 한 명을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하게 된다면, 그것은 국민들에게 '대선 부정 이·박 담합'의 실제성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아가 부정선거의 수혜자인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그 책임자에게 보은 공천하는 것이라고 국민들은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태그:#김황식, #박원순, #대선개입, #부정선거,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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