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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20분, 서울 이문동에 위치한 한국외대 캠퍼스 본관 1층로비에서 약 8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학생 권리 장례식'이 열렸다.
 22일 오후 2시20분, 서울 이문동에 위치한 한국외대 캠퍼스 본관 1층로비에서 약 8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학생 권리 장례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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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이문동에 있는 한국외대 본관 1층 로비. 검은색 정장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이더니 이내 로비를 가득채웠다. '한국외대 학생의 권리'라고 적힌 액자가 놓인 곳에는 빈소가 마련됐고, 이내 장례식이 열렸다. 도대체 한국외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학 간의 갈등... 학교 측 "인정할 수 없다"

문제는 대학 측이 한국외대 비상대책위원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부터 시작됐다. 한국외대는 지난해 새로운 총학생회장 후보가 출마하지 않아 선거자체가 무산됐다. 결국 한국외대는 이를 대신해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꾸려 올해 일정을 꾸려나가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단과대 회장들이 모여 투표를 통해 조봉현 전 총학생회장을 제48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대학 측은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학평의원회 의원 자격을 취소해버렸다. 대학평의원회는 한국외대 최고 심의기구다. 이렇게 되면 비상대책위원장은 등록금을 논의 및 결정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아래 등심위)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 학교와 학생 측이 각각 4대 4로 논의하게 되는 등심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대로 갈 경우 학생 측이 불리하게 된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대학 측이 "대표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비상대책위원회를 인준한 전체학생대표자들의 서명을 받아오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전체학생대표자들이란 비대위원장 단과대 회장들을 포함해 여러 학생기구 관련 장들을 말한다.

이 날 장례식에는 약80여명의 외대학생들이 참석했다
 이 날 장례식에는 약80여명의 외대학생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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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대위는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페이스북·문자를 통해 700여 명의 외대학생들에게 조봉현 비대위원장 대표성 지지 서명을 받았다.

지난 16일에는 전체학생대표자 회의를 열고 학교 측에 전달할 최종적 요구안(학생대표 대학평의원회의의 의원 위촉취소 철회 등록금 심의위원회 운영정상화)를 채택하고 양일간 등록금 심의위원회와 직결된 부서인  예산조정팀을 점거하기도 했다. 또 17일 오후에는 '학생대표의 대표성은 학생으로부터 나온다'는 주제의 자보를 총장실 앞 벽에 부착했으나 다음 날 모두 철거됐다.

사태가 번지자 결국 비대위와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장례식을 열게 된 것. 추모사에서 사회를 맡은 강유나(23)씨는 "갑오년 첫 달 한국외국어대학교 민주주의에 작별을 고한다, 지난 총장 아래에서 간신히 숨쉬던 민주주의의 탯줄아 오늘로 끊어졌으니 이 어찌 분하고 원통하지 않으랴"라고 말했다.

그는 별도의 인터뷰에서 "단과대 학생들이 공정한 과정을 통해 비대위원장을 선출했는데 왜 그 과정을 공개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조봉현 비대위원장은 "외대학우들과 외부에 알리고자 장례식을 개최하게 됐다"며 "한국외대 구성원으로써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측에서는 유신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봉현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총학생회장을 하는 등 2년 연속 학교 대표를 맡게 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어 그는 등록금 심의 위원회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며 "앞으로도 인정되지 않으면 법적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측 "비대위원장 뽑던 과정 보여달라고 한 것"

조봉현(좌) 한국외대 비상대책위원장이 추모하고 있다
 조봉현(좌) 한국외대 비상대책위원장이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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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국외대 한 관계자는 "유신이라고 말한 것은 제가 안해서 모르겠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인준한 전체학생대표자들의 서명을 받아오라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능력을 의심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대학평의원회나 등심위에서 결정된 사항들의 대한 위원장의 자격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당시 비대위를 뽑던 그 과정(단과대 회장들의 서명)을 보여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후의 비대위원장의 자격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책이라는 것이다.

700여 명의 외대학생들의 대표성 지지 서명에 대해서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총 8000여 명인데 약 10%의 지지로는 정당성 확보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등심위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 캠퍼스 대표가 없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외대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이달 27일에 열린다. 등록금은 학내에서 가장 큰 이슈다. 과연 이전에 한국외대 학생들의 권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한국외대, #조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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