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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처음 국회에 등장한 '북한인권법' 논란이 과연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인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인권민생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2월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3, 4회의 관련전문가 연쇄인터뷰를 통해 쟁점과 바람직한 논의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말]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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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북한 자극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북한 자극 안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할 것인가. 북한인권법이 없었어도 이미 핵실험, 천안함, 연평도 등등 많은 도발이 있었다. … 노약자가 깡패한테 맞고 있는 걸 보고 내 일이 아니라고 지나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21일 연세대에서 만난 이정훈(53) 외교부 인권대사(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자극과 실효성을 이유로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지난해 8월 1년 임기의 외교부 인권대사를 맡아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맹렬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북한 내의 인권침해는 이제 북한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세계적 흐름도 만들어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올 3월 발표예정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의 최종보고서를 강조했다. 보고서 회람 후 북한 인권과 관련한 권고안을 채택하는데 (4대 국제중대범죄의 하나인) '반인도범죄'라고 규정되고, 인권유린 책임자에 대한 언급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여부가 논의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북한 인권민생법 제정 추진' 발표에 대해서도 "민주당도 세계적 흐름과 국내 여론을 역주행하는게 부담스러웠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민주당의 북한인권법안들이 대북인도적지원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대북인도적 지원을 하는데 인권법은 필요 없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지원해오지 않았나"라며 "여야간 협의에 따라 인도적 지원 부분이 포함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렇더라도 반드시 북한 인권 개선과 연결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과 4선 의원을 지낸 이동원 전 외교부 장관의 아들인 이 인권대사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불린 한국미래연구원 외교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대선 때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외교통일추진단에서 활동했다.

다음은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와 나눈 문답 전문.

"북한 내 인권침해, 이제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 공식직함이 '외교부 인권대사'인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특화된 책임을 맡은 것인가.
"'북한 인권대사'는 아니고 포괄적이다. 일본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를 다룰 수 있고 시리아 같은 타국 인권 문제를 다룰 수 있는데, 사실상 99%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왔다. 제성호 교수나 김영호 교수 같은 전임자들도 그랬다. 우리가 세계적인 국가이고 경제강국이기 때문에 좀 더 포괄적으로 다른 나라 사안들에도 목소리를 내야 할 것으로 본다."

- 무보수 명예직인데, 정부 지원은 어떻게 되나.
"제가 풀타임으로 인권대사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인권법이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대사가 있고, 연간 2400만불(255억원)의 예산에 보좌 직원들도 두고 있다. 북한 인권 단체들 지원도 한다. 북한 인권 관련 유엔 회의 등에 참석할 때는 물론 정부지원을 받는데, 일상적인 활동지원까지는 아니다. 우리도 북한인권법 내용에 따라 북한인권대사가 별도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나."

- 현재 시점에서 '북한인권법'이 필요한 이유를 정리해달라.
"북한 내의 인권침해는 이제 북한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인권규약의 30여개 기초 조항 중 단 한 가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헌법상 우리 국민들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발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일본은 물론 EU까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삼고 있다. 캐나다는 작년 9월에 중앙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의 날 선포식도 가졌다. 정작 우리 국회에서 인권법이냐 인권민생법이냐 이렇게 싸울 상황이 아니다. 인권 문제는 좌우가 없는 것이고, 정치화시키면 안된다."

- 독일 사례에서 취할 점이 있다면? 서독은 동독을 겨냥한 인권법을 만들지는 않았는데.
"통일 전 동독과 현재의 북한은 큰 차이가 있다. 경제적으로도 동유럽에서 가장 사정이 좋았다. 단순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북한 인권민생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아닌 야권쪽에서 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런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미 세계적 흐름은 만들어져 있다. 국내에서도 북한인권법을 만들어야 하는 게 여론의 대세라고 본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역주행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토대로 한 정당인데, 계속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올 2월에 올바른 방향으로 통과되기를 바란다. 민주당의 변화는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북한인권법은 최소한... 제정해놓고 교류도 지원도 하면 된다"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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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인권법 반대론자들은 실효성 문제,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노약자가 깡패한테 맞고 있는 걸 보고 내 일이 아니라고 지나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 아니다. 최소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없었어도 이미 핵실험, 천안함, 연평도 등등 많은 도발이 있었다. 인권법 제정된다고 해서 더 많거나 적어지거나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해외 나가서 한국에 아직 북한인권법 없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북한인권법은 최소한이다. 그렇게 해놓고 남북교류도 하고 대북지원도 하면 되는 것이다."

-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북한인권관련 법안들은 대체적으로 인도적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민생지원을 하는데 인권법은 필요 없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지원해오지 않았나. 여야간 협의에 따라 인도적 지원 부분이 포함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렇더라도 반드시 북한 인권개선과 연결돼야 한다. 그런데 인권개선 부분은 빠지고 인도적 지원 부분만 들어가는 것은 안된다.

민주당이 북한 인권을 회피하고 지금도 인권법을 만들겠다면서 북한 민생 부분을 넣는 이런 모습은 표를 깎아먹을 것이다. 민주당의 뿌리를 생각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보다 더 치고 나가면 국민들이 민주당이 새롭게 거듭나는구나하는 신선함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본다."

- 새누리당과 정부의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민주당은 '북한 주민 인권 증진 관련 민간단체 지원' 부분을 가장 문제 삼고 있다. 친새누리당 성향으로 반북활동을 벌여온 보수단체들, 특히 북한에 삐라를 뿌리기도 하는 탈북자단체들의 자금줄을 합법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 인권 운동 단체들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풍선날리기이다. 넓게 보면 인권개선 활동의 하나다. 방법이 고상하든 그렇지 않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조치들도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북한에 우리 군이 들어가서 개입할 것인가? 방법이 별로 없다. 오히려 우리 민간단체들이 외국단체들의 지원으로 그런 활동을 한다는 것도 문제 아닌가. 사실 외부에서 떠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개선은 되지만 한계는 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도저히 안되겠다고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외부 정보를 알게 해줘야 하지 않겠나. USB 보내고 드라마 보게 하는 게 다 그런 것 아닌가. 대북 전단 살포는 여러 활동 중 하나다. 토론회와 포럼 등도 열고 민간단체들이 할 일이 많다."

-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이 물리적 타격 운운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민감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각도에서 북한이 왜 그렇게 민감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나름 효과가 있다는 애기다. 초보적인 인권 내용까지 100% 유린당하고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런 거 안하고 어떻게 인권개선 하겠는가. 나이스하게 북한정권에다 말하는 걸로 통하겠나.

올 3월에 제네바에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의 최종보고서가 나오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보고서 회람 후 북한 인권과 관련한 권고안을 채택하는데, (4대 국제중대범죄의 하나인) '반인도범죄'라고 규정되고, 인권유린 책임자에 대한 언급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북한인권 문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여부가 논의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수 있다(기자 주-북한이나 미국처럼 국제형사재판소 미가입국의 국제 중대범죄 위반 문제는 안보리에 회부될 수 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 레짐이 굉장히 커지고, 국제사회에서의 논의 수준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이다.

북한도 크게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G-2 국가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를 원하는데, 북한 지원 문제 때문에 발목잡힐 것이다. 중국도 북한에 대해 인권 정책에서만은 변화가 올거다. 이처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안팎의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북한에 인권문제만 개선되면 교류협력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조건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 인권 정책에서만은 변화 올 것"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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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유린 행위 주체들에 대한 사후 응징의지를 담은 인권기록보존소에 대해서도 북한 지배층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법무부나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정보센터 등의 활동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반론이다. 서독의 중앙법무기록보존소는 법률이 아니라 니더작센주 산하기관으로 설치하고 연방과 각 주 정부가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이건 북한인권법의 핵심요소다. 물론 인권기록보존소가 독립기구가 되든 어느 기관의 산하기관이든 그건 정치적 합의의 영역이 문제일 수 있다. UN과 합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게 가장 좋다.

여야 합의가 안돼서 인권기록보존소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떻게 되는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이걸 제기할 것이다. 우리나라 차원이 아니라 유엔 차원에서 진행이 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깨끗하게 눈치보지 말고 해야 한다.

그리고 자꾸 북한 자극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북한 자극 안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할 것인가.  인권기록보존소와 인권재단은 북한인권법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처럼 "실효성 없는 법률제정 보다는 여야 합의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결의안도 하고 법안도 하면 되지 않겠나. 그런데 지금 법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결의안으로 논의를 축소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지난 14일에 '휴먼 리버티 센터'(Human Liberty Center)를 만들어 센터장을 맡았는데,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디지털 교육 분야다. 시리아 학살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인기연예인들이 발언한 동영상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창의력 있는 젊은 층들로 하여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서 유투브 등에 올리려고 한다. 또 하나는 올 3월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북한인권보고서가 나오면 현재 제휴관계를 맺은 영국의 호간로벨스라는 법률 사무소와 이에 대한 해설서를 만들고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여부 문제 대한 법률검토 작업을 하려 한다."

- 북한 인권을 강조하는 쪽에 대해 북한 붕괴론의 시각에 서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게 인권을 정치화시키는 것이다. 기본적인 얘기를 하는데, 몇 단계 뛰어넘어서 정치화시키는 것이다. 북한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북한이 바로 붕괴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것인가. 우리는 동족으로서 북한 인권 문제에 책임이 있다. 눈 감는 것은 가해자 못지 않게 잘못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인권과 관련된 국제사회 논의의 틀이 굉장히 커졌다. 유태인 인권단체들도 관심 갖고 있다. 시카고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모임을 이 지역 홀로코스트 뮤지엄에서 했다. 이런 국제적 흐름에 우리 국회와 정부가 잘 조응해야 한다."


태그:#북한인권,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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