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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1월 27일 오후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회원이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정부의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을 비판하며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평가인증 전면 폐지와 보육료 현실화 등을 주장하며 제도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 2013년 11월 27일 오후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회원이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정부의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을 비판하며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평가인증 전면 폐지와 보육료 현실화 등을 주장하며 제도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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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1년 만에 뒷걸음질친 복지공약만 여럿이지만, 보육공약은 그나마 잘 지켜지는 공약 중 하나인 것으로 인식된다. 새 정부 6개월 만에 반값등록금,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 부담, 전 계층 노인기초연금 등의 공약들은 약속과 다르게 혜택 범위가 축소되거나, 내용마저 바뀌었다. 이렇게 줄줄이 후퇴하는 복지 공약들 사이에서 무상보육 약속은 건재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 

올해 보육예산은 5조3279억 원으로, 영유아보육료지원이나 가정양육수당지원 4조5447억 원이 전 예산의 85.3%를 차지한다. 무상보육에 지원되는 예산의 성장세도 빨라, 매년 1조 원 이상씩 늘고 있다.

반면, 교사처우개선을 포함한 어린이집 지원이나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어린이집 기능 보강 지원은 매해 힘겹게 예산을 늘려가는 수준이다. 무상보육과 다른 항목의 보육예산 전부와 대비해도, 무상보육 증가액의 1/10밖에 되지 않는다. 무상보육은 보육정책이 풀어야 할 여러 현안 중 하나이지 전부가 아니다.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아동 학대와 어린이집 비리 등을 접하는 부모들의 불안감은 줄지 않았다. 

그림1. 보육예산 추이(2010~2014년)
 그림1. 보육예산 추이(2010~2014년)
ⓒ 보건복지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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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책임 보육, 지방정부에 책임 떠넘겨

2013년 국회에서 국가의 재정 분담률을 현행보다 20%P 올리는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서울시는 재정고갈을 호소하며 현 정부와 맞부딪쳤다. 그 결과, 올해 예산안을 통해 정부의 분담률을 15%P 올리는 것으로 정했으나, 이는 지난해 정부예산과 추경을 통해 지방정부에 지원한 재정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과 2014년 계획안 비교 및 평가: 무상보육과 돌봄
 박근혜 정부의 공약과 2014년 계획안 비교 및 평가: 무상보육과 돌봄
ⓒ 새누리당, 2012 예산결산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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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와 전면전에 나선 서울시는 결국 자구책으로 2000억 원이라는 지방채를 발행해 무상보육을 이어갔다. 이때 서울시의 재정 분담률은 57.8%였고, 정부부담은 42.2%였다. 올해 확정된 15%P 인상안 역시, 실제로는 1.6%P 인상 효과밖에 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시는 600억 원 정도 또 빚을 져야 할 형편이다. 앞으로 또 한 차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분담율 15%P와 20%P 인상에 따른 서울시 재정분담율 차이(단위:억 원)
 정부 분담율 15%P와 20%P 인상에 따른 서울시 재정분담율 차이(단위:억 원)
ⓒ 서울시 2013년 10월 자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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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5세 누리과정과 초등 저학년 돌봄 공약 역시 지방 재정에 기대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교부금으로 지급해야 할 누리과정 지원비는 7773억 원이 늘었고, 초등학교 돌봄 교실 운영 확대로 인해 3191억 원이 더 소요됐다. 이 두 비용만 합쳐도 1조 원대다. 그러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전년 대비해 2300억 원만이 증액됐고, 돌봄 교실 시설비에 1008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국가 지원은 전체 3308억 원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돌봄 교실 확대를 위해 마련한 정부의 예산지원 역시 필요액 6109억 원의 16.5%에 불과하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새 사업에 들어갈 전체 비용의 30% 정도만을 지원하고, 나머지 70%는 지방 재정에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돌봄 노동 현실 열악, 양질의 서비스는 요원

영유아 종일반 운영이 현실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다 장시간 노동시간은 개선될 여지가 없어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취업모는 매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업모 역시 어린이집 이외 이용할 만한 시간제 보육서비스 지원이 협소하다. 이러한 불만족의 기저에는 종일보육이나 취약보육이 잘 지켜지는 국공립어린이집의 부족에 있다. 사실상 국공립어린이집을 하나 더 짓는 데 필요한 국가지원은 전체 예산의 1/10에 불과하다 보니, 지방정부로서는 재정 부담이 큰 국공립어린이집을 더 지을 유인이 부족하다.

어린이집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은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에서 시작된다. 올해 정부는 영아 교사의 근무환경개선비 3만 원을 인상했으나, 전체 교사들의 임금은 몇 년째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가정파견사업의 일환인 아이돌보미 수당 역시 시간당 500원 인상돼 5500원으로 올랐으나, 이는 다른 복지서비스 요금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보육교사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열악한 노동 여건이 대중에 많이 알려졌다. 보육교사는 일일 평균 9시간 30분 근무하며 한 달 112만~131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근무 중간에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음은 물론이고, 교사 개인사정으로 연·월차를 이용하고 싶어도 대체교사를 구하기도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어린이집'이 되기란 쉽지가 않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돼야 양질의 보육 역시 따라올 수 있다.

노동 현실과 연계되지 못하는 보육정책

박근혜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국가 부담을 확대하고, 육아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합적인 지원을 마련한다고 약속했다. 육아휴직 돌봄 연령을 만 8세 이하와 초등학교 2학년으로 확대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셋째 자녀 대학등록금 지원은 애초 공약과 다르게 소득을 연계한 지원으로 바뀌어 혜택 대상이 확연히 줄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과 2014년 계획안 비교 및 평가: 일·가정 양립 분야
 박근혜 정부의 공약과 2014년 계획안 비교 및 평가: 일·가정 양립 분야
ⓒ 새누리당, 2012 예산결산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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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모의 노동 여건과 연계돼야 할 과제들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빠의 달' 도입이나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으나 준비되지 않았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력보다는 노동 시간이 짧은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늘려 제도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육아휴직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과 접근조차 힘든 비정규직·자영업자를 위한 개선안이 없는 이상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보 통합에 있어 정부와 부모들 사이 존재하는 시각 차이도 문제다. 부모들의 관심사는 부모 부담액 규모나 교사자격 기준 차이의 축소다. 이를 위해서는 열악한 어린이집의 교육활동 및 교사 수당을 유치원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국가의 추가 재원이 2조 원 가량 더 필요하다. 이렇듯 유보통합의 우선순위나, 상당한 추가 재원, 부처 간 갈등 등은 넘기가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2014 박근혜 정부의 보육 정책 전망

박근혜 정부의 공약대로 '확실한 국가 책임 보육'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 재정 책임을 높여야 한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하겠다는 주요 보육 정책들은 사실상 지방정부의 재정사정에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정책의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한 아이 당 매월 10~40만 원 정도의 정부 지원이이뤄지고 있으나,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독려하거나 아이를 더 낳아 기를만한 토대로는 너무도 부족한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가 말 그대로 '국가 책임 보육'을 실현하려면, 아이도 부모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안이 제안돼야 한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아이를 돌보는 교사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돼야 질 높은 보육도 가능하다. 기존의 보육의 양적 확대 기조에서 이제는 양질의 보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교사의 노동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는 가족과 지역사회의 참여도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어린이집의 폐쇄성과 낮은 공적 책임감은 기관보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보육예산 중에서 관리 감독비용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관보육 밖에서는 부모들이 참여하고 지역사회가 결합한 부모 참여형 협동조합이 등장하고 있다. 간단한 부모 모임에서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보육이 실험되고 있다. 기관보육 중심으로 이뤄진 보육정책이나 국가 지원도, 이제는 눈을 돌릴 때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협동의 육아실험이 더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최정은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www.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재가공된 것이므로 완결된 보고서를 보고싶으신 독자는 새사연 누리집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태그:#보육정책, #무상보육, #책임보육, #유보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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