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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사퇴 촉구 시국미사'에서 천주교 수도자들과 신도들이 참석하고 있다.
▲ 시국미사 열린 예수회센터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사퇴 촉구 시국미사'에서 천주교 수도자들과 신도들이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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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난입을 시도하는 등 충돌이 벌어졌다. 시국미사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이 일어났고, 결국 주최 측은 예배당 출입구를 모두 걸어 잠근 채 시국미사를 진행했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예수회센터 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 등 600여 명의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시국미사는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와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앞서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사제단(대표 하춘수 신부)도 지난달 27일 경남 거제 고현성당에서 '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열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유일한 방법은 박 대통령 퇴진" 

천주교 사제들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마치고 예배당을 나서고 있다.
▲ 시국미사 마친 천주교 사제들 천주교 사제들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마치고 예배당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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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 주최 측이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은 "불의한 것을 지껄이는 자는 반드시 탄로 나고 징계하는 정의가 그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는다"는 성서 '지혜 1,8'편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지난해 8월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올바른 진상규명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지만,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비통한 심정으로 다시 한 번 우리 수도자들은 강력하게 외친다"고 밝혔다.

수도자들은 이어 "진정한 사과와 함께 깊이 회개하고 스스로 대통령 직무수행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도록 박 대통령에게 정화의 기회를 줬으나 결국 새로운 한해를 맞이했는데도 정화는커녕 오히려 의혹만 불러일으키는 그릇된 태도로 일관했다"며 "고귀한 피로 숭고한 생명을 바쳐가며 이뤄낸 민주주의의 역사적 과업마저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사실상 일당독재와 영구집권을 가능케 한 지금의 반민주적인 구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라도 우리의 신성한 참정권을 훼손할 수도 짓밟을 수도 없다. 관권 부정선거로 더럽혀진 우리의 거룩한 참정권을 수호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천주교회 수도자들이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 시국미사 집전하는 사제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천주교회 수도자들이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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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들은 특히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총체적 관권 부정선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면서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 ▲ 국정원장, 사이버사령관, 보훈처장 등 관계기관의 책임자 처벌 ▲올바른 진상규명과 공정 수사를 위해서 즉각 특검을 실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려 할 경우 순교하겠다면서 '배수의 진'을 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의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외침을 악의에 찬 왜곡과 편향된 이념의 시각으로 박해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서 두려움 없이 기쁜 마음으로 순교하겠다"며 "수도자들은 '정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것을 한없이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보수단체 "종북세력이 퇴진하라"... 성당 안으로 난입 시도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회원들이 3일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 앞에서 대통령사퇴 시국미사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정의구현사제단'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정의구현사제단 퇴진하라"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회원들이 3일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 앞에서 대통령사퇴 시국미사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정의구현사제단'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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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국미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미리 예배당에 들어가 있던 한 남성 신도가 미사가 시작된 지 20여 분만에 갑자기 고성을 지르고, 다른 신도가 이 남성을 제지하면서 미사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이 일었다. 제지에 나선 주최 측은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들을 모두 문 밖으로 밀어낸 뒤 입구를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입구가 봉쇄된 뒤에도 소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입구가 봉쇄되자 성당 외부에서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제지하는 신도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실랑이가 벌어진 것. 결국 주최 측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고, 시국미사는 무사히 마무리 됐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회원들이 3일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 앞에서 대통령사퇴 시국미사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정의구현사제단'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회원들이 3일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 앞에서 대통령사퇴 시국미사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정의구현사제단'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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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수성향의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인 모임'(이하 대수모) 소속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예수회센터 인근에서 천주교 시국미사와 정의구현사제단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퇴진의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천주교의 이름으로 반미·반정부 투쟁을 벌인 정의구현사제단과 같은 종북세력"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집회를 주도한 서석구 변호사는 1980년대 부산의 노무현 변호사와 부림 사건(불법고문 사건)을 조명한 영화 <변호인>을 비판하는 연설로 집회 분위기를 달궜다. 서 변호사는 "부림 사건 당시 재판장이 나"라며 "당시 재판에서 유죄 판결만 내린 게 아닌데, 영화 <변호인>은 엉터리 유죄판결만을 보여 준 허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화에 나온 1980년대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방송이 그대로 들리던 때"라며 "당시 운동권이 북한 방송의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을 계기로 이들의 '종북' 행위에 확신을 가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수모 회원인 최득원(73)씨는 "내가 나이가 들었지만, 종북·좌파 사제단이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것을 볼 수 없어서 춥든 덮든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강빌딩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다가 시국미사가 시작되자,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성당 안으로의 난입을 시도했다.

시국미사 주최 측의 하한수(60)씨는 "(대수모 회원들이) 1층(건물 입구)에서부터 실랑이를 벌이다가 올라왔다"며 "신자라고 하더니, 고성을 지르며 난입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난입을 시도한 20여 명의 대수모 회원들은 주최 측에 막혀 강당 내 진입에는 실패하고, 1층 로비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날 시국미사에 참석하려다가, 대수모 회원들의 난입 소동으로 성당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문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광원(67)씨는 "(시국미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박정희를 '반인반수'라고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시국미사는) 훼방 놓지 말고 자기들끼리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덧붙이는 글 | 임경호 기자는 19기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시국미사,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예수회센터, #정의구현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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