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부의 울산 산재모병원 추진안이 흘러아온 지난해 의료시민단체와 노동계 야당 등으로 수성된 울산건강연대가 12월 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모병원에 대한 공론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1월 23일 산재모병원 추진안을 발표하자 다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울산 산재모병원 추진안이 흘러아온 지난해 의료시민단체와 노동계 야당 등으로 수성된 울산건강연대가 12월 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모병원에 대한 공론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1월 23일 산재모병원 추진안을 발표하자 다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 박석철

노동자 도시 울산의 숙원 사업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국립 울산산재모병원'이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9년 울산에 들어설 예정이지만, 직접 당사자인 노동계로부터 '첫단추부터 잘못 꿴 엉터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은 세계적 규모의 조선소와 자동차공장, 석유화학단지가 있어 어느 도시보다 산재가 빈발하지만, 1962년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된 후 50년이 넘은 현재 산재병원은 커녕 공공의료기관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오랜동안 산재병원 설립을 요구해왔고 박근혜 정부 들어 전국 산재병원을 관장하는 역할도 아울러 겸한 산재모병원이 들어서게 된 것.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울산 산재모병원이 접근성이 떨어지고 노동자의 산재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 특히 울산 산재모병원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설립되는 것에 대해 "산재불승인을 남발하고 모은 노동자의 핏값을 탕진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재모병원, 연구중심대학인 울산과기대와 협력체계 구축"

고용노동부 산재모병원건립 추진단은 지난 1월 23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3개 진료과목에 1058명의 인력이 근무하는 500병상의 대형 병원인 국립 울산산재모병원이 울주군 언양읍 반연리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캠퍼스 내 남쪽 10만7000㎡ 부지에 세워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울산산재모병원을 오는 6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곧바로 설계에 착수, 이르면 내년 하반기 착공해 5년 안에 완공한다는 것.

안에 따르면 건축물 규모는 연면적 12만8200㎡로, 모병원 본관(6만6116㎡)과 임상연구동(2만4794㎡), 게스트 하우스(8264㎡), 장례식장(3306㎡), 지하주차장(2만5720㎡)으로 구성된다. 건축비는 4269억원으로 전액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으로 건설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환자병상 250병상을 비롯해 재활병상(150), 중환자실병상(55), 일반병상(45) 등 500병상을 갖추고 산재중증환자 외 건강보험 등의 환자도 진료할 수 있도록 기능별로 구분 배정됐다.

진료과는 중증외상환자 진료기능을 강화해 33개 진료과목과 20개 전문센터 및 크리닉, 연구소, 사회공헌·공공의료, R&D센터에 전문의 110명을 포함 의사직 228명과 의료기술직 212명, 간호직 248명 등 모두 1058명의 인력이 근무하며 전용헬기 2~3대도 확보해 전국의 산재환자를 신속히 이송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1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울산산재모병원은 개원 1년차에 자금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6년차에 경상이익 43억6900만 원 실현이 목표"라며 "산재모병원 건립에 따른 경제적·재무적 편익은 1968억~3939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울산산재모병원은 연구중심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재의료서비스의 고도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기대했다.

노동계 "목숨 촌각 다투는 노동자의 사정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엉뚱한 발상"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산재모병원 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최대규모 사업장인 현대차노조 현장조직 제2민주노조운동은 정부의 산배모병원 추진안이 접근성이 떨어지고 산재병원으로서의 역할의 모호한 점, 특히 산재보험금으로 하는 건립비용이 4269억 원으로 턱없이 높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제2민주노운동은 "울주군 언양 반연의 울산과기대는 울산미포산업단지 등 산재가 주로 발생하는 노동자의 작업장과는 한창 거리가 멀다"며 "공단에서 40~50분 거리인데, 이는 공장에서 재해를 당해 목숨에 촌각을 다투는 노동자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엉뚱한 발상"이라고 지작했다.

또한 "정부의 추진안은 산재치료와 재활 등의 의사 수보다 연구하는 의사와 기술진의 수가 100여명이나 많다"며 "이는 울산과기대에 산재모병원을 건립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자의 목숨과 피로 모여진 산재보험금으로 의료연구기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음모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하부영 전 본부장은 "노동자들이 원하는 산재병원은 응급치료를 통해 생명을 건지는 병원이며, 재활치료 전문기관으로 노동현장에 빨리 복귀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라며 "현재 울산과기대와 함께 추진하는 산재모병원은 산재치료와는 거리가 먼 의료과학분야 R&D 기능으로, 이렇게 되면 산재환자들은 산재모병원을 찾기보다 사립 대형병원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산재병원을 짓는다며 치료와 재활의 병원에 장례식장을 함께 짓는다고 한다"며 "장례식장이 적자 나면 멀쩡한 산재환자들을 장례식장 고객으로 삼겠다는 것인가"고 반문했다.

산재모병원에 투입되는 예산도 지적됐다. 제2민주노조운동은 "산재모병원 건립 자금은 정부 지원금이 아니라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기각과 소송을 통해 산재불승인율을 높여 남은 노동자의 목숨 값이다"며 "그럼에도 보통 500병상 건립비용 1500억 원의 3배에 달하는 4269억 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키로하는 것은 산재보험비용을 탕진한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노동자들에게 산재불승인을 해주고 남아도는 산재보험비용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며 "산재불승인 뿐 아니라 산재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송으로 내모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처리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와 야당도 접근성, 산재치료 기능 등 이유로 반대

한편 이번 고용노동부의 발표전인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산재모병원 설립안이 흘러나오자 시민사회와 야당 등이 공론화를 요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박근혜 공약 '산재모병원' 추진하고도 욕먹는 이유)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이 언론 공표를 통해 "산재모병원은 울주군 울산과학기술대(UNIST) 캠퍼스 부지 일원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과 임상연구동, 게스트하우스 등을 건립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자 시민사회 등이 즉각 반대하고 나선 것.

시민사회는 지난해 12월 4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모병원이 외곽인 울주군 과기대 부지에 들어서는 것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또한 2009년 개교한 울산과학기술대 내에 산재모병원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중증 환자가 많은 산재 환자에게 실질적 의료혜택이 된다는 검증된 바가 없다"며 "게스트하우스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은 의료법상 불법"이라고 지적했었다.


#산재모병원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