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성남시향 해고단원들이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남시향 해고단원들이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저는 음악원에 수석 입학, 수석 졸업한 사람이다. 실력이 없어서 노조활동을 한다는 얘기는 다 옛말이다. 그런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지금은 실력이 있는 사람이 노조활동을 하고 더 열심히 노력한다.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김태일 성남시립예술단 부지부장의 말이다. 김 부지부장이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성남시립교향악단이 지난 2013년 12월, 실기평정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김 부지부장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김 부지부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을 수석 입학, 수석 졸업했으며, 성남시향에는 지난 2005년에 입사, 해고당할 때까지 베이스 트롬본 연주자로 활동해왔다.

성남시향이 2013년, 실기평정과 계약만료를 이유로 7명을 해고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성남시향에서 단원을 7명이나 해고한 것은 창단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성남시향은 지금까지  실기평정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단원을 해고한 적이 없다.

해고 단원들은 '부당해고'라며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성남시청 앞에서 지난 12월 9일부터 지금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남시향이 해고통보를 한 7명 가운데 1명은 해고 이전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 단원들은 성남시향이 해고 사유로 내세운 '실기평정'에 대해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해고사유가 '계약기간 만료'인 것 역시 인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태일 부지부장은 "노조활동을 하는 단원들을 타깃으로 삼아 해고했다"며 "성남시와 임 지휘자가 부당한 징계를 계속 해오다가 결국은 해고라는 수순을 밟았다"고 주장했다.

성남시향 단원들은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때문에 계약기간만료는 지휘자를 포함해 단원 전부에게 해당되는데 2명에게만 적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김 부지부장의 지적이다.

성남시향, 임평용 지휘자 특채 이후 계속해서 내부 갈등

성남시청 밖에 걸린 성남시향 해고단원을 응원하는 현수막
 성남시청 밖에 걸린 성남시향 해고단원을 응원하는 현수막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성남시향은 지난 2011년 1월, 임평용 지휘자를 특채로 채용한 이후 현재까지 내부 갈등을 겪어 왔다. KBS 국악관현악단(1998년~2004년)과 서울시 국악관현악단(2009년~2010년)에서 활동해왔던 임 지휘자가 성남시향의 지휘자로 특채된 것은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다. 또한 임 지휘자의 지휘 능력에 대한 문제도 더불어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 임 지휘자는 "국악을 한 사람이 서양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건 알고 있다"며 "실력에 문제될 것이 없고 경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 지휘자는 "갖출 것은 다 갖춘 사람"이라고 자신의 경력을 설명했다. 임 지휘자는 서울대 국악작곡과를 졸업했으며, 광주시립교향악단(1997년~1998년)에서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다.

특채에 대해 임 지휘자는 "정명훈, 금난새 같은 사람들도 다 특채로 들어갔다"며 "특채는 시장의 고유권한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임 지휘자의 지휘 능력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지휘자는 유럽에서 공부도 하고 대한민국 콩쿨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고, 유럽에 심사위원으로 여러 번 나간 적이 있어 실력을 갖췄다"며 "실력이 없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며, 실력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교향악단을 지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임 지휘자의 지휘능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강영익 푸른솔기획 대표는 지난 3일, 기자와 만나 "국악 지휘를 하던 사람은 실력을 어떻게 확인하고 (성남시향 지휘자로) 어떤 근거로 특채를 했는지 궁금하다"며 "성남시에서는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임 지휘자가 단원들과 갈등을 빚어온 것은 지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강 대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실기평정에 대해 "공정했다면 해고된 단원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김태일씨는 실력이 없다고 해고될 사람이 아니"라고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강 대표는 "해고된 이들보다 실력이 낮은 사람들이 실기평정을 통과했다"며 "어떻게 노조원들만 실기평정 점수가 낮을 수 있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해고단원들 "실기평정 불공정"... 성남시와 임 지휘자 "문제 없다"

김태일 성남시립예술단 부지부장이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일 성남시립예술단 부지부장이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김태일 부지부장은 임 지휘자가 성남시향에 특채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부당한 징계를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부지부장은 지난 2012년 12월, 성남시로부터 해촉을 당했으나 경기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로 인정, 복직된 바 있다. 김 부지부장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 또한 '견책'으로 징계가 조정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부지부장은 "지휘자에게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에 부당하고 과하게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지부장 외에도 악보를 담당했던 이아무개씨 역시 2013년 3월, 해고당했다가 경기 지노위가 부당해고를 인정, 복직되기도 했다. 이씨는 '계약기간 만료'를 사유로 지난 2013년 12월, 해고되었다.

단원들의 부당징계 주장과 관련, 성남시 관계자는 "부당징계가 아니라 징계가 과한 것이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판결은 전부 존중해서 부당한 것은 절차를 밟아서 복직처리 했으며, 징계가 과한 부분은 적법하게 절차를 밟아서 처리했다"고 밝혔다.

김태일 부지부장을 포함한 해고단원들은 해고사유가 된 실기평정과 관련,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시 시립예술단 단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실기 평정등급에 따라 단원을 해촉할 수 있다. 하지만 임평용 지휘자와 성남시 관계자는 "평정은 절차상 문제없이 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입장이다.

실기 평정 심사위원은 전부 5명으로 구성되는데, 임 지휘자는 당연히 포함되며 3명은 성남시에서 선정하며 1명은 지휘자와 노조에서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결정한다. 가장 논란이 되는 심사위원은 성남시에서 선정하는 3인과 임평용 지휘자.

임 지휘자와 성남시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했다는 입장이고, 노조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임평용 지휘자 "해고 철회 없다"... 노조 "지휘자 사퇴해야"

성남시청 밖에 걸린 성남시향 해고단원을 응원하는 현수막
 성남시청 밖에 걸린 성남시향 해고단원을 응원하는 현수막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이와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심사위원을 모독하고 있다"고 한 마디로 일축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평정과정은 심사위원과 단원 사이에 가림막을 해서 누구인지 모르게 했고, 공정하게 했다"고 말했다.

임 지휘자 역시 "가림막을 해놓아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실기평정을 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남시향에서 유일한 베이스 트롬본 연주자인 김태일 지부장의 경우 가림막을 하더라도 누구인지 당연히 알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부당징계를 여러 차례 받아온 김 부지부장의 주장이 힘을 받는다.

이에 대해 임 지휘자는 "실력이 예전에 아무리 좋았어도 연습하지 않으면 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기관리를 못했기 때문에 실기평정 점수가 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지휘자는 노조의 해고철회 주장에 대해 "100% 불가능하다"며 "소송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지휘자는 "시에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기평정과 관련, 해고 단원들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임 지휘자는 역시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임 지휘자는 "지휘자가 단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인격 모독을 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부지부장은 "성남시는 단원들의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임평용 지휘자는 사퇴해야 한다"며 "해고 철회가 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 부지부장은 "2월 중순에 성남시청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추운 날씨에 억울하게 해고당한 단원들이 빨리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태그:#성남시향, #임평용, #김태일, #부당해고, #성남시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