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을 통째로 샀어요. 다들 보러 오세요."정부기관인 안전보건공단에서 운영하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노동자 단체관람'을 위해 120석 규모의 상영관을 통째로 빌렸다.
근로자건강센터는 16일 오후 5시 광주 서구 '메가박스 콜럼버스시네마 상무점' 10관에서 상영하는 <또 하나의 약속> 관람에 "노동 조건이 좋지 않아 여가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초대한다"고 밝혔다.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인 이철갑 광주근로자건강센터장은 "대개 우리 센터를 찾는 이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여가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이들"이라며 "이번에 노동자 건강 문제를 주제로 한 영화가 나왔다고 해 함께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체관람에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지만 이 센터장은 "우선은 상대적으로 여가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관람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등 산업보건전문가들이 업무상질병 예방과 건강유지·증진활동에 관한 직업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안전보건공단은 2011년부터 전국에 근로자건강센터 10곳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5곳을 늘릴 게획이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노동자에 도움 됐으면"
외압에 따른 상영관 축소 논란을 겪었던 <또 하나의 약속>은 최근 배우 조달환·이경영, 개그맨 컬투(정찬우, 김태균)가 '영화를 쏘면서' 이슈가 된 바 있다(관련기사 :
"'또 하나의 약속' 보실 분"...영화 쏘는 연예인들, 왜?).
연예인들의 단체관람에 이어 이번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의 단체관람은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직접 다루는 기관이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하나의 약속>이 삼성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번 단체관람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갑 센터장은 "<또 하나의 약속>의 내용과 같이 사업장에서 어떤 새로운 질병이 발병했을 때에 산업재해 여부를 입증하는 게 정말 어렵다"며 "노동자들이 대개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잘 몰라서 힘들어 하는데 이번 상영을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반인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의학적인 인과관계와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산업재해는 관점이 다르다"며 "삼성 입장에선 기업의 이미지에 해가 될까봐 산업재해를 꺼리는 것 같은데 의학적 인과관계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사회보장의 측면에서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지난해 말 메가박스 콜럼버스시네마 하남점·상무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센터 이용객에게 영화 3000원 할인권을 주고 있다. 이는 이번 달까지 진행된다.
한편 외압에 따른 상영관 축소 논란 속에서도 <또 하나의 약속>은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수 19만8180명(11일 영화진흥위원회)을 기록해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