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의 장관급 회담과 12월 고위급 회담부터 따지면 7년만이고,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을 위해 방남한 김기남 조선노동당 비서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것을 기준으로 하면 5년만인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일단은 탐색전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원동연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각각남북 수석 대표로 나서 12일 오전부터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애초 북한이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을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화의 부담을 피해 서로의 '속내'를 얘기해보자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보통 북의 당 통일전선부를 남의 통일부가 상대해온, 일명 '통통 라인'과 달리 북이 청와대 관계자를 수석대표로 해달라는 이례적인 요구를 해온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북, 고위급 접촉 당사자로 청와대 관계자 요청북한이 이번 접촉을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초 북한이 요구한 접촉 장소는 판문점이 아니라 노출되지 않는 제3국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일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이번 접촉을 받은 뒤, 접촉은 수용하면서도 북한의 비공개 요구와는 달리 북한의 선제안 사실과 접촉 일정을 공개했다. 청와대가 '일단 만나보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접촉 내용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서로의 관심사가 달랐으며, 각각의 관심사에 대해 전달했다"며 "진지한 분위기에서 상호 경청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은 '상호비방중단과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을 요구한 지난 1월 16일 국방위원회의 이른바 '중대제안'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1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북남관계 개선'강조 이후 일련의 북한의 움직임을 우리 정부는 '위장 평화공세'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북한 국방위는 지난 6일 '남조선 당국은 온 민족 앞에 자기의 속내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제목의 정책국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조선반도에 조성된 현 사태는 참으로 엄중한 지경으로 번지고 있다.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민족사적 흐름에 합류할 용의가 있는가"라며 "아니면 그에 역행하여 현 대결의 악순환을 그대로 지속시키겠는가 하는 시대와 겨레의 엄숙한 물음에 정식으로 자기의 속내를 밝힐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남측 대표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고 한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성공적 추진에 무게를 뒀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부터 전체회의와 정회를 반복하며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