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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앞에 널브러져있는 사금융의 일수대출 광고지
가게 앞에 널브러져있는 사금융의 일수대출 광고지 ⓒ 이경모

돈의 사전적 의미는 '상품 교환의 매개물로서, 가치의 척도, 지불의 방편, 축적의 목적물로 삼기 위하여 금속이나 종이로 만들어 사회에 유통시키는 물건'이다.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화폐인 돈이다. 돈은 사람을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한다.

수술비가 없어 수술시기를 놓치는 경우는 돈이 생명일 수도 있다. 돈을 구하려고 장기를 불법으로 매매하는 경우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다. 그래서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생명의 은인일 수도 있다. 요즘 같이 불경기일 때는 사금융인 일수대출 안내 광고물이 가게 앞에 널브러져 있다. 급전이 필요할 때 눈에 크게 들어오는 광고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돈 거래를 하지마라'는 말이 있다. 돈이 사람 관계를 틀어지게 할 수 있어 돈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 누가 돈을 빌려주겠는가.

정말 다급한 경우는 가까운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릴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빌려주라는 말을 하는 것도 정말 어렵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나 빌려주지 못한 사람의 입장은 거의 비슷하겠지만 빌리려는 사람이 훨씬 딱한 입장이다.

15일 전에 친구에게 돈을 빌리면서 처음 느꼈던 얘기다. 거래처에 꼭 결재할 금액이 1200만원 부족했다. 20일 후에 내 통장에 입금되는 돈이 있어 며칠 만 빌리면 되지만 빌리기에는 큰돈이다.

먼저 아는 사람 가운데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로 했다. 여러 사람들을 선정(?)해놓고 한명씩 면접하는 것처럼 혼자 묻고 답하며 찾았지만 쉽지가 않았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 친구가 돈을 빌려주지 않아 결재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빌려줄 수 있는데 어떤 이유를 들어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할 때, 내가 받을 상처를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족히 3일을 고민한 끝에 사업적으로 성공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야 20일만 쓰게 1200만원만 빌려주라."

20자를 말하는데 5초가 채 안 걸렸지만 전화기를 통해 답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숨을 멈추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해라. 낼 오전에 전화할게."

짤막한 대답에 눈물이 날 뻔했다. 아마도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친구하고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 게다.

'돈 입금했다. 요긴하게 잘 썼고 정말 고마웠다. 이자는 없고 시간되는 대로 소주나 한 잔 하자.'

19일째 되는 날 빌린 돈을 입금하고 친구에게 보낸 문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친구에게 답장이 왔다.

'또 급하게 돈이 필요하면 연락해라. 고민 하지 말고.'

입춘이 지났는데 때 늦은 눈이 내리고 있다. 친구에 하얀 마음이 마치 내리는 눈 같다.

덧붙이는 글 |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3월호에 싣습니다.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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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주 첨단지구에서 첨단정보라인을 발행하는 발행인입니다. 첨단정보라인은 월간지(광주 라88)로 정보화 시대에 신속하고 알찬 보도논평, 여론 및 정보 등 주민생활의 편익을 제공하며 첨단지역 상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만큼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관심 현안을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민들과 늘 함께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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