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실장이라면 주로 기자들을 상대해야 하고, 술자리도 잦은 자리라는 게 통념이다. 때문에 여성이 적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전 실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관련기사] [인터뷰 ①] 전인자 광명시 홍보실장"다른 자리보다 술을 마실 기회가 많은 것은 맞다. 기자들과 대화를 하려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고, 술을 마시면 친해지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홍보실은 기자들도 상대하지만, 시민들을 위해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소통의 역할도 해야 한다."홍보실장이 술을 마실 기회가 많지만 그가 '음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것은 광명2동 사무소의 사무장으로 발령이 났을 때였다. 사무장으로 '여성'이 온다니까 "여자 사무장이 오면 술도 안 먹고, 늦게까지 근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는 것.
전 실장은 직속상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가족회의를 열었다. 상황을 설명했고, 남편과 두 딸은 전 실장의 '음주'를 이해하고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여자니까 가족에게 업무상 음주까지 허락을 받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가족 사이의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 전 실장의 생각이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남편과 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언을 구한다. 남편이 끊임없이 하는 말이 있다. 초심과 의리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광명시 홍보, 시와 시민 사이를 연결하는 터미널 역할 해야"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홍보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방식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 실장은 "예전에는 '공보'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홍보'가 됐다"고 설명한다. 공보와 홍보의 차이는 무엇일까?
"예전의 공보는 시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이었다면 '홍보'는 시의 정책을 알리고 의견을 받아들이는 쌍방향 소통으로 개념이 변했다. 시에서 하는 정책을 알리고 그것이 시민들이 얼마나 알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속속들이 알아내고 반응을 해당부서에 알려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시와 시민들 사이를 연결하는 일종의 터미널 역할을 하는 것이 홍보실이라고 생각한다."전 실장은 "좋은 정책이 성공하게 자리를 잡게 하려면 홍보실이 터미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고 그 역할을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신문이나 언론을 통해 시의 정책을 알렸지만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통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그것 또한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 실장의 주장이다. 시민의 참여가 담보되지 않은 시의 일방적인 홍보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광명시는 '광명시민공동프로젝트'라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광명시 공식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많은 시·군들이 공식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거나 외주업체에 맡기는 게 현실이다. 시의 좋은 정책만, 좋은 면만 일방적으로 홍보하는데 우리는 다르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나간다. 시민들이 광명시에 관한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방을 만들어준 것이다. 시민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 놀이터를 만들어 줬다. 시민들은 거기서 신나게 놀고 있다."
현재 '광명시민공동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광명시민들은 260여 명. 이들의 활동은 블로그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광명시청 인터넷신문 '생동감'과 광명소식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260여 명의 개인블로그를 통해서 확산되고 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들 시민필진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을 한다. 이들 시민필진들은 '광명시민공동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인터넷신문 등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35년의 공직생활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열두 번 이상 사표를 내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통계도 있지만, 전 실장은 언제 그랬을까?
감사원 감사 7주 받으면서 자살 생각한 적 있다사표를 내고 싶었던 적은 없었고, 대신 죽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 실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때문에 감사원의 감사를 7주 동안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전 실장은 "진심을 믿어주지 않아서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죽을 작정까지 했다"며 심정을 털어놓았다.
자살을 한다면 자신의 결백을 믿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전 실장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전 실장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옳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어떻게 해야 나를 믿어줄까, 혹시 죽으면 믿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고 말했다.
일하는 여성들의 아킬레스건은 아이들. 지금은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하지만 예전에는 여성에게조차 육아휴직은 허용되지 않았다. 30대로 접어든 두 딸에 대해서 전 실장은 여전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단다.
"아이들 소풍 사진을 보면 내가 없다. 할머니만 있는 소풍사진을 보면 미안하다. 그런 마음 때문에 아이들에게 강하게 하지 못하는 게 있다."후배 여성공무원들에게 "소신 있게, 자신 있게, 끈기 있게 일하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조언을 하는 전 실장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늘 열심히 공부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은 공직생활과 관련, 전 실장은 "제게 주어진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공직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