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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피우던 담배 한까치를 남겨두었습니다. 이걸 보고 금연하려고요...
 지난 해 피우던 담배 한까치를 남겨두었습니다. 이걸 보고 금연하려고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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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랑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여기까지 들으면 질타 내지는 욕인 것 같지요? 조금 더 들어보세요. 그럼 뭔지 알게 될 겁니다.

"나 횡재한 거 맞지? 당신이 담배 안 피우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화법이 묘하지만 어쨌든 아내의 칭찬입니다. 내일은 금연 50일째. 칭찬은 좋으나 부담입니다. 술자리에서 담배는 참을 만합니다. 아니, 담배 생각이 거의 나지 않습니다. 옆 사람에게 나는 담배 냄새가 반갑지 않으니까 피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한 마디 하지요.

"아직도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거지만 이 말 하고 나면 속이 후련합니다. 그동안 당했던(?) 설움을 완전히 털어내는 기분은 승리자의 쾌감이니까.

그런데 담배 당길 때가 있습니다. 혼자 있거나 운동 후 땀 흘릴 때입니다. 자신과의 약속이라 스스로를 속일 수도 없습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게 이치. 제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참기 위해 마련한 대안은 세 가지입니다.

담배 피우지 않기 위해 마련한 대안 세 가지

첫째, 담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피우던 담배 갑 속에 든 한 개입니다. 이걸 보고 피우지 않길 바라는 거죠. 이건 자린고비 부자가 굴비를 매달아 눈으로만 보면서 밥 먹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땄습니다. 그래야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지요. 아직, 그거 그대로 있습니다.

둘째, 술
담배가 당길 땐 술을 찾습니다. 집에서 주로 막걸리를 마십니다. 술은 담배를 필연적으로 부르는 찰떡궁합인데 왜 찾느냐고요? 제 경우, 이상하리만치 술을 마시면 담배 생각이 전혀 나질 않더군요. 적으로 적을 물리치는 '이이제이'랄까, 그렇습니다.

셋째, 과자
꾹 참고, 또 참고, 계속 참아야 하는 마음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과자, 과일, 음료 등을 찾았습니다. 요, 주전부리가 담배 피우고 싶은 욕구를 사라지게 하더군요. 간식 덕분에 몸무게가 팍팍 늘었습니다. 늘어난 몸무게로 인해 주위의 평이 좋아졌습니다.

"얼굴에 살이 붙어 후덕스럽다. 얼굴에 살이 없을 때는 차갑게 보이더니 지금은 더 여유롭게 보인다."

대부분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저도 살집이 있는 게 좋대요. 마른 체질이라 젊은 날 살찌려고 엄청 노력했는데도 안 되더군요. 그게 나이 먹으니 자연스레 나잇살로 오더군요. 여기서 좀 더 찌니 딱 보기 좋다고 합니다. 흐뭇하지요.

어째 이런 일이, 하필 담배 피우는 꿈을 꾸다니...

아내는 서랍에 놔 둔 담배 하나를 보더니, "이걸 왜 안 버리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랬지요. "금연 기념으로 놔뒀다. 이게 없으면 다시 피는 걸로 알라고. 그러나 걱장 마!"
 아내는 서랍에 놔 둔 담배 하나를 보더니, "이걸 왜 안 버리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랬지요. "금연 기념으로 놔뒀다. 이게 없으면 다시 피는 걸로 알라고. 그러나 걱장 마!"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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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담배 안 피우나? 니 우리 몰래 슬쩍슬쩍 혼자 숨어서 담배 피우는 거 아니제? 니도 독하다. 지금이 고비다. 앞으로 고비가 또 있다."

친한 지인들은 대놓고 놀립니다. 그리고 놀랍니다. 격려도 이어집니다. 이게 큰 힘이 됩니다. 관심이니까. 담배 안 피우는 게 뭐라고, 관심 갖는지 신기합니다. 이로 보면 금연도 큰일이나 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잠에서 깨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째 이런 일이…. 아~ 글쎄, 꿈에서 담배를 피우지 뭡니까. 아마 무의식중에 담배가 무척 피우고 싶었나 봅니다. 다행인 건 그 와중에도 담배 피우는 걸 아쉬워했다는 사실.

이걸 모르는 곁님의 아침 격려에 뜨끔했습니다. 절묘한 타이밍에 금연하는 걸 확인하는 겁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꿈속에서 담배 핀 사실을 겸연쩍게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는 호호 웃으며 제 가슴에 또 오금을 박더군요.

"삼십년 피우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은 당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데. 다른 사람은 끊어도 당신은 못 끊을 줄 알았는데. 여보, 고마워. 계속 안 필거지? 딸, 아빠 좀 칭찬해줘."

곁님, 칭찬과 격려 뿐 아니라 딸까지 동원했습니다. 사실, 이럴 필요 없습니다. 담배 피우지 않는 건 스스로를 위한 스스로의 약속이니까. 그런데도 아내의 단속(?)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가족이 주는 격려가 힘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금연 100일째 되는 날, 글로 또 만나지요.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금연, #횡재, #승리자의 쾌감, #담배 안 피우기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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