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핵심 증거인 중국 문서 가운데, 외교부는 중국 측으로부터 받은 문서가 단 1건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밝힌 "3개의 문서를 외교부를 통해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는 진술과 차이가 있는 발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선양 총영사관에서 3건의 문서를 정식발급 요청했냐'는 질문에 "3가지 문서를 정식으로 발급 요청한 것은 아니라고 듣고 있다"며 "대검의 요청에 따라 중국 선양 총영사관에서 입수한 문서는 중국 허룽시 공안국에서 발급한 '사실 확인서' 1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교부를 통했다는 '사실 확인서' 조차도 조작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 이에 '외교부가 검찰에 건넨 한 건은 법원에 제출된 것과 동일본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윤 장관은 "추가적으로 확인해봐야 한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윤 장관은 또 '검찰은 총영사관을 통해 받은 정식 문서라는 확인을 받고 (법원에 문건을) 제출했다고 하는데, 검찰 답변과 (사실 사이에) 차이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외교부를 경유해서 제출한 게 아니라 코멘트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전날(17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관련 문건에 대해 "외교부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직접 받았으며 외교적 절차를 거쳐 법원에 제출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동안 검찰과 국정원은 ▲ 허룽시 공안당국이 발급한 출입국기록 확인 문서 ▲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조회 결과' ▲ 삼합변방검사창(세관)의 유씨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등 3건의 문건을 모두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외교부가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한 문서는 단 1건이라고 밝히면서 검찰과 국정원의 '거짓말'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애매모호 답변 거듭한 윤병세..."중국, 장관 답변 '왜곡' 문제 삼을 수 있어"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허룽시 공안국 '출입경관리과'가 현재는 존재하지 않음에도 검찰에 제출한 문서에는 '관리과'라고 돼 있다, 진본이라 어떻게 믿냐'고 지적하자 윤 장관은 "총영사관이 입수한 문건을 해당되는 대검찰청에 전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라며 확답하지 않았다.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선양 부총영사로 있던 국정원 담당자가 총체적인 진행을 했다고 보도 되고 있는데 알고 있냐"고 묻자 윤 장관은 "누가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파악 해봐야겠다"며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윤 장관의 모호한 답변이 이어지자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중국에서 문건이 위조된 거라고 밝히며 형사 처벌하겠다는데, 장관이 답변을 잘못하면 중국에서 장관의 답변 자체를 왜곡이라고 문제 삼을 수 있다"며 "모른다면 모른다고 해야지, 오늘 발언은 상당히 문제될 게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조작 의혹'을 "제 2의 부림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오는 19일 광화문에서 '간첩 사건 조작 규탄 및 특검 관철'을 위한 장외 집회를 열 것임을 예고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만들기 증거 조작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라며 "국가기관이 간첩 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국 외교 문서까지 위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적 정부임이 드러났다"고 날을 세웠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이 국정원과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이유가 뭔지 더 분명해 졌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간첩 조작 사건은 공안 정국 조성을 위한 제 2의 부림사건"이라며 "무고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외국 정부 공문서까지 위조한 정권은 이제껏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제 여야 원내대표단끼리 국정조사와 특검에 대해 협상했지만 면벽 대화였다"며 "민주당은 국조와 특검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 전에라도 조사단을 구성해 영사관에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사건 발생 후 국정원이) 이렇게 밍기적 거리는 것은 뒤가 구리기 떄문"이라며 "국정원이 나서 자신이 위조한 건지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정원 해체 수준의 강력한 요구를 물리칠 수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서영교 의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라 불리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연결된 듯한 생각을 갖게 되는데, (간첩을 몰린) 유씨는 오세훈 전 시장 때 채용된 사람"이라며 "그런데 박원순 시장으로 바뀌고 나니 (국가기관이 사건을) 조작해서라도 박원순 시장의 재선을 견제하려 했으나 덜컥 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