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를 통해 야권인사들에 대해 비방을 일삼은 것이 확인돼,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파행을 빚고 있다.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안 사장이 사퇴할 때까지 기재위 '보이콧'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안홍철 사장은 그동안 트위터를 통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능욕하는 발언과 2012년 대선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주기적으로 유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안 사장은 지난 2012년 6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작성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이런 나라 될 것!'이란 글을 인용하며 트위터에 "민주주의 추구란 이름아래 북한 지원하는 건 결국 이석기와 같은 종북. 노무현은 많은 종북주의자들을 사면복권시켜 오늘날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는데 이건 주관도 없는 아바타"라고 비방했다.
안 사장은 비슷한 시기에 "노무현 정권은 종북 하수인? 노무현이 청와대서 직접 밥 받아 먹는 등 격식 안 찾아 감동했더니 '전부 빨갱이'란 언론인 출신 친구 말이 맞네"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2013년 12월 17일에는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이 노무현, 문재인과 그 일당들이요"라는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안 사장의 비방 트윗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진보적 종교인, 안철수 후보까지 야권 세력을 망라해 이뤄졌다. 안 사장은 "박원순의 현란한 대리신검 사기 쇼"라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후랑켄철수의 실체를 모르나? 걔는 선과 악 이분법의 틀 속에 갇혀 세상사를 보는 2차원 인간"이라고 혹평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를 두고는"주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쓰레기들에겐 지옥도 사치"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비방글이 담긴 안 사장의 트위터 계정(@dokdabangDJ)은 삭제됐지만, 동일한 내용을 백업해 온 또 다른 서브 계정(@2HankAhn)은 아직 남아 있다.
"자격 없는 공공기관장 사퇴해야" 김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자격이 없는 사람을 공공기관장으로 앉히는 것은 국민과 야당을 능멸하는 것"이라며 "사퇴하지 않으면 오늘 회의를 할 수 없다. 종북 빨갱이라고 지적한 문재인 후보에게 무엇을 보고하려 왔냐"고 따져 물었다.
안 사장의 도덕성과 업무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2005년 안홍철 사장이 KIC 감사로 부임했을 당시에도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며 "2006년 국정 감사에서 이한구 당시 한나라당 의원마저 '도대체 무슨 성과를 올렸냐, 적자는 잔뜩 만들어 놓고 성과급이라고(1억 3600만 원) 이렇게 줘 버리면 그냥 먹고 노는 데 아니냐'고 발언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안홍철 사장은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 특별직능단장을 맡았다"며 "저질의 도덕성과 부족한 업무능력에도 불구하고 KIC 사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낙하산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2013년 말 기준, 한국투자공사가 운용하는 자산은 700억 달러에 달한다"며 "이 같은 공공기관장 자리에 고인을 능욕하고 종북을 외치는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인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안 사장은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도 "야당 의원들이 판단할 때 자격 없는 사람이 앉아 있는데 어떻게 회의를 하겠다는 거냐"며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윤호중 의원 역시 "SNS를 통해 선거에 개입하고,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세웠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화합을 얘기하는데 안홍철씨야말로 국민화합에 역행하는 인사"라고 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