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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조작 정황이 제기된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 대해 문서 입수 당사자로 지목된 주중 선양총영사관에서 해명이 나왔지만, 이번엔 시간이라는 '물리법칙'을 거스른 내용이다.

조백상 주중국 선양총영사는 19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 관련 문서와 총영사관과의 관련성을 해명하고 나섰다. 조 총영사는 "나의 결재를 거쳐 총영사관을 통해 나간 문건은 1건"이라면서 "다른 2건의 문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 총영사는 "지난해 6월 지린성 공안 측에 요청을 했으나 협조를 받지 못했다"면서 "이후 지난해 10월에 직접 해당 부서를 찾아가서 확인 요청을 했고 발급을 받아 본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위조문서라고 밝힌 3건의 문서 중 자신이 결재한 공문 1건이 무엇인지, 조 총영사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하루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대검찰청의 요청에 따라 중국 선양 총영사관에서 입수한 문서는 중국 허룽시 공안국에서 발급한 '사실확인서' 1건"이라고 밝혔으므로, 조 총영사가 이날 밝힌 내용은 이 '사실확인서'를 중국 당국에 요청해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반대로 조 총영사가 말한 공문 1건이 '사실확인서'가 아니라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공문이었다면, 윤 장관이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 증거제출 문서 요약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 증거제출 문서 요약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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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발행된 공문, 2013년 6월에 확인 요청?

중국 정부가 위조문서라고 밝힌 공문 3건 중 1번 공문은 유우성씨의 중국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공문으로, 유씨가 2006년 5월 27일 북한으로 들어가 6월 10일 중국으로 나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발행날짜가 2013년 9월 26일인 이 공문은 유씨가 북한의 간첩이라는 국정원·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출됐다.

2번 공문이 선양총영사관이 입수했다고 윤 장관이 밝힌 '사실확인서'다. 허룽시 공안국이 선양 총영사관에게 답하는 형식으로, 내용은 '1번 문서를 틀림없이 발급했다'고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공문에 적혀 있는 발행날짜와 조 총영사가 설명한 발행시기가 다르다. 조 총영사는 2번 공문을 "지난해 10월에 직접 해당 부서를 찾아가서 확인 요청을 했고 발급을 받아 본부에 보고했다"고 했지만 2번 공문 발행날짜는 11월 27일이다. 10월 마지막 날 일을 처리했다고 해도 한 달 가까운 시간 차이가 난다.

조 총영사가 업무처리 시기를 한달 정도 헛갈렸을 수도 있다고 하고 넘어가도,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조 총영사에 따르면 '이전에 이런 내용의 출입경기록을 발급해준 것이 맞느냐'는 요청을 지린성 공안 측에 한 게 2013년 6월이다. 그런데 그 확인 대상인 1번 공문은 2013년 9월 26일에 발행됐다.

2013년 9월 26일에 발행된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공문이 있는데(1번 공문), 이보다 앞선 2013년 6월에 1번 공문을 발행한 것이 맞느냐고 중국 당국에 확인하려 했다는 것이다. 시간을 넘나드는 능력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조 총영사가 결재했다는 공문 1건이 '사실확인서'가 아니라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공문이었다면, 윤 장관의 국회 답변과는 배치되지만 시간순으로는 훨씬 더 자연스럽다.

2013년 6월 이전에 유우성씨 출입경기록 조회했나?

그럼에도 조 총영사가 처리한 것이 2번 공문이라면, 선양총영사관이 확인하려고 한 대상은 2013년 9월 26일자로 발행된 출입경기록이 아니고, 2013년 6월 이전에 발행된 '또다른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공문'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번 공문은 1번 공문 내용을 입증하는 내용의 공문이 될 수 없다.

조 총영사는 검찰이 증거로 낸 3개의 공문이 위조라는 중국 정부의 답변에 대해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한 불만표시'로 해석했다. 그러나 조 총영사 자신도 '시간을 거스르는' 해명을 내놨고, 하루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선 야당 의원들이 '선양총영사관에서 입수한 문서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가 일치하느냐'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을 했음에도 외교부 관계자들은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정부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는 상황이다. 검찰이 진상조사팀을 꾸렸지만, 국정원, 외교부와 함께 검찰 스스로가 연루된 이 사건을 검찰이 공명정대하게 조사할지도 의문이다.


태그:#조백상, #선양총영사, #증거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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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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