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1일 오전 10시 7분]염수정 추기경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아래 사제단)을 두고 "사제단 신부들의 주장은 완전히 비이성적"이라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사제단 소속 신부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바티칸 교황청이 발행하는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염수정 추기경은 이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민주주의가 들어섰는데도 사제단은 계속 집권세력과 맞서고 있다"는 질문에 "사제단 신부들의 주장이 완전히 비이성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 안에서 살고 있어서 통치자가 지지를 잃어버릴 경우 대중은 5년에 한 번씩 이를 바꿔버릴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보다 대중의 필요에 자신들의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라며 "만일 지금 이대로의 방법론을 고집할 경우 그들은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지금 교회에 대해서 행하는 분열의 이미지는 분명히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전주, 수원, 거제, 원주, 광주 등지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열어왔다. 오는 24일에도 부산에서 시국미사가 열릴 예정이다. 이에 염 추기경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던 지난해 11월 "사제는 정치, 사회 문제에 직접 개입해선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사제단 소속 신부들 "안이한 인식"... 추기경 서임식은 22일 예정
염 추기경의 발언에 대해 사제단 신부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사제단 소속의 한 신부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987년 이후 대한민국이 어떤 민주주의를 이뤘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다"며 "독재 권력이 물러났지만 그 이후 재벌 독재 등 새로운 독재가 등장한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이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추기경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복음의 기쁨>을 통해 '교회를 벗어나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걸 읽으신 분이 우리를 두고 비이성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 있고 배부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을 해야 이성적인 것인가"라며 "추기경이 되고 나니까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제단 측은 논의를 통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바티칸 일간지 번역 오류다" 주장 보도가 나간 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1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보도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어로 진행된 인터뷰를 해당 기자가 이탈리아어로 번역하면서 잘못 표현됐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는 "당시 인터뷰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염 추기경이 '사제단 신부들의 생각이 완전히 비이성적'이라고 말한 부분은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와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기사에는 누락됐지만 기자는 반복적으로 '정의구현사제단을 파문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했고, 염 추기경은 '나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도 나의 사제들이다'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는 '그럼 사제단은 해체해야 할까,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해야 하나?'라고 계속해서 질문했고 염 추기경은 '그분들도 교회를 사랑하며 어려운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염 추기경 비롯해 19명의 새 추기경을 공식 선포하는 서임식은 오는 22일 오후 7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