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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관리위원회 홍보 사진. 공정한 관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공공연히 불법선거운동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홍보 사진. 공정한 관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공공연히 불법선거운동이 난무하고 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 20일 오후 1시. 수년 째 이용하고 있는 울산 중구의 한 이발소를 찾아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 두 명이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이발용 의자에 앉자마자 이발사는 익숙한 솜씨로 나의 목 아래 부분을 큰 수건으로 감쌌고 곧이어 '윙~' 하고 전기이발기가 뒷머리에 닫았다. 바로 그 순간 낡은 이발소 여는 문이 '끼이~'하며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40대 여성. 거울 속에 비친 그는 "OO후보 잘 부탁합니다"라며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한 후보자의 명함을 이발소 탁자에 놨다.

이 여성이 나가자 이발사는 내게 "이거 불법선거운동 아닌가요?"라고 물었고, 고개를 숙이고 전기이발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나로서는 입을 다문 채로 중얼거리듯 '예~'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이발소 내에서는 명함을 뿌리고 간 이 여성에 대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나 이발사, 또한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다른 후보가 하지 않는 일을 하는'데 대한 '불공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울산지역 곳곳서 불법선거운동 목격돼

6·4 지방선거가 3개월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 곳곳에서 불법선거운동이 판을 치고 있다. 불법선거운동은 지역에서 공공연히, 하지만 능숙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찌감치 일부 후보는 조직관리와 음식물제공 등의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되면서 경각심을 주는가 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불법선거운동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틈만나면 '비정상의 정상화, 불공정의 공정화'를 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말들이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지난 주말인 21일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울산에서는 등록 첫날인 이날 남구청장 후보만 4명, 시의원 후보는 5명 등 9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앞서 지난 2월 4일 시작된 광역시장과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이후 정의당 조승수 전 의원과 김두겸 전 남구청장, 이영순 전 의원 등 3명이 울산시장 후보로 등록했고, 교육감 후보로는 권오영 교육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본인과 배우자, 직계가족에 한 해 선거운동용 명함을 나눠줄 수 있고 어깨띠나 표지물을 착용해도 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이발소에서 나를 포함한 몇 명이 목격했듯이 명함을 돌리던 사람은 분명히 해당 후보의 배우자나 가족이 아니었다.

비단 명함 돌리는 일 뿐 만이 아니다. 지역에서는 이미 수 개월부터 'OO 후보' 등의 선거사무소격 사무실이 운영됐는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자가 들어가 본 곳만도 두 곳이나 된다.

선거사무소는 예비후보 등록하면 차릴 수 있지만, 사무소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후보자 본인과 본인이 지명한 한 명 그리고 가족만이 할 수 있도록 한 것. 여기다 일부 후보가 벌써부터 운영하고 있는 선거용 사무실은 해당 후보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기전에 이미 가동된 곳이 더러 있다.

당사자들은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자원 봉사자라고 할 것이다. 또한 금전이나 음식물 제공은 하지 않았다고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 조사와 검찰 수사 등 지나온 사례로 봤을 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울산의 정치 정서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3선 제한으로, 또는 도전하는 직을 상향해 출마하는 지자체장의 자리가 비면서 현직 프리미엄이 사라진 곳이 있다. 이 때문에 역대 선거에서 드러난 여당 잇점을 의식해 현재 새누리당 후보들이 난무한 상태다.

해당 지자체장인 울산시장의 경우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4명이나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고, 남구청장 자리를 두고는 새누리당 내에서만 7명이나 나서 공천권을 거머쥐기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불법선거운동이 목격되는 후보들은 모두 새누리당 후보들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울산의 경우 시장과 교육감에다, 당초 4명의 교육위원을 포함해 26명을 선출하던 시의원은 22명을, 기초의원은 50명을 뽑는 등 모두 74명을 선출한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공천 경쟁을 포함해 줄 잡아 200명 이상의 후보들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중에는 일찌감치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선거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어 '너무 불공정한 게임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울산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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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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