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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도하는 미 CNN 석방된 티모셴코 전 총리가 시위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는 장면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도하는 미 CNN석방된 티모셴코 전 총리가 시위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는 장면 ⓒ CNN 누리집 갈무리

주요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각) "반정부 시위로 100여 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정국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급격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의하며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1일 야권 지도자와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안에 합의한 직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수도 키예프를 떠나 동부 지역 도시 하리코프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야권이 주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의회는 22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해임과 조기 대통령 선거(5월 25일) 실시를 결의했다. 의회는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를 신임 의장으로 선출하고, 그에게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겸임토록 했고, 의회는 내무부 장관 등 정부 각부 권한대행을 임명했다. 사실상 의회가 권력을 장악한 상태다.

한편,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을 주도한 율리아 티모셴코(53) 전 총리가 22일 의회의 석방 조치로 풀려나면서 우크라이나 정국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티모셴코는 지난 2010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 현 대통령에 4% 차이로 석패한 뒤 직권남용 혐의를 받아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주요 외신들은 "석방된 티모셴코는 휠체어를 탄 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키예프 독립광장으로 가 시위자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으며 5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티모셴코는 연설을 통해 "오늘, 우크라이나는 이 끔찍한 독재자를 끝냈다"고 말했다.

CNN은 티모셴코가 우크라이나 유혈 사태에 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서방은 그녀의 투옥이 정치적 동기로 이뤄졌다고 간주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녀를 '정치범'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긴급 성명을 통해 '석방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티모셴코는 친서방 인사로 알려졌다. 또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은 "새로 구성되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지지 기반인 우크라이나 동부로 도피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번 의회 조치를 '쿠데타'라고 비난하며 사퇴를 거부했다. 주요 외신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23일 국경수비대에 뇌물을 주고 출국을 시도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러시아 군사 개입? 중대한 실수가 될 것"

우크라이나는 예전부터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동남부와 야권의 기반인 서부 지역으로 나뉘어 갈등을 이어왔다. 동남부 지역은 천러시아 성향을, 서부 지역은 친서방 성향을 보인다. 또한 동남부 지역은 주로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서부는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할 정도로 문화와 언어의 차이가 있다.

<뉴욕 타임스>는 "주요 산업 기반 시설이 있는 동남부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정부 전환에 저항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예측하면서도 "23일 아침, 동남부 지역 몇 군데 도시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주민들과 야권 지지 시위자들의 충돌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직 대통령이 사실상 축출되면서 야권이 주도하는 의회로 정권이 넘어갔지만, 아직 앞으로의 정국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군사 개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의 복원을 추진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서방 세계가 개입한 반정부 시위에 의해 물러나게 됐다'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3일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분열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 세계는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우려해 관망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23일 AFP는 독일 정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했고,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동서 분열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영토적 통합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 견해를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국 변화에 따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오렌지 혁명#율리아 티모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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