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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자는 별종이 아니라 새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남에게 전하고 싶은 모든 시민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민기자' 또는 '뉴스게릴라'라고 부릅니다. 지난 1월 초부터 7주간 <오마이뉴스>기자들과 함께 땀 흘렸던 19기 인턴기자들이 다시 '뉴스게릴라'가 되어 각자 묵직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인턴기자가 뛰어든 세상' 시리즈를 통해 조심스레 세상을 향해 노크해봅니다. [편집자말]
▲ 꿈과 현실. 갈등하는 청년 두명의 일상. 다큐 '서른 즈음에'
ⓒ 송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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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중.

서른 살은 현실적인 나이다. 꿈을 좇던 청춘이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이다. 취업과 결혼 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다른 한편, '인생은 서른부터'라는 말처럼 서른 살은 새롭게 도약하는 시기로 불린다.

다큐 <서른 즈음에>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청년의 일상을 쫓았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2014년 한국, '서른 즈음' 청년들의 현실을 짚어본다.

[에피소드 1]  "나는 스물 아홉, 잉크 배달원이다"

올해 나이 스물 아홉. 나는 잉크 배달원이다.
 올해 나이 스물 아홉. 나는 잉크 배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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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스물 아홉. 박용준씨는 잉크 배달원이다. 작년 여름, 박씨는 8년여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2000만 원의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박씨까지 네 식구가 방 두 칸 집에서 산다. 학자금 대출을 갚는 건 전적으로 박씨의 몫이다. 잉크 배달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129만 원. 이 중 절반은 학자금을 갚는 데 지출한다. 쳇바퀴 굴러가는 듯한 일상도 벌써 반 년이 지났다. 전표에 찍혀 나오는 잉크와 토너들을 챙겨서 거래처에 배송한다.

박씨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나왔다. 이런 박씨를 보고 사장은 이렇게 물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나와서 왜 잉크배달을 하고 있니?"

박씨는 배우 지망생이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지만, 연기를 배우려고 연극영화과를 복수전공했다. 스물 일곱의 나이에 처음으로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 학과 실습 공연에서 안톤 체홉의 <갈매기> 연극을 했다. 맡은 배역은 조연이었지만, '나도 배우다'라는 자부심이 생겼다.

얼마 전 <힐링 캠프>에서 철학자 강신주는 한 배우 지망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꿈을 이루지 못하면 평생 배우 근처에서 배회하는 귀신 같은 당신을 볼 거예요."

박씨는 배우의 꿈을 포기하진 않았다. 다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주저앉을까 두렵다. 박씨의 나이 서른 즈음. 오늘도 박씨는 잉크를 배달한다. 그렇게 또 하루 멀어져 간다.

[에피소드 2] 강남에서 영어 가르치던 김씨 "아, 기자가 돼야 겠다"

내 나이 서른 둘, 나는 지금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다.
 내 나이 서른 둘, 나는 지금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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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씨의 나이는 서른 둘,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로 일한다. 2월 말이면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씨는 강남에서 영어강사였다. 375만 원, 김씨가 강남 어학원에서 잘나갈 때 받았던 월급이다. 87만5000원, 김씨가 지난달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로 3주간 일하고 받은 돈이다.

2012년 10월 김씨는 인생의 첫 뉴스를 썼다. 김씨는 그때 깨달았다.

'아, 기자가 돼야 겠다'.

자신의 이름 석자 걸린 기사를 보고 '뽕' 맞은 것 같았다.

2014년 2월 20일. 김씨는 인턴기자로서 마지막 취재를 했다. 2박 3일 고물상 체험기. 폐지 1kg에 20원 남는 장사. 김씨는 이날 3000kg 폐지를 팔아 6만 원을 벌었다. 고물상 주인은 말했다.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정부는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까지 세금을 매기려고 한다. 취재를 마쳤다. 쉽게 써지지 않는 글. 할머니의 굽은 손. 할아버지의 낡은 리어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형, 인턴기자 마치면 다시 영어 강의할 거예요?"

잘 모르겠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뀐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오마이뉴스> 인턴기자를 시작하기 전날, 잘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이젠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곳이 없다.

김씨의 나이 서른 둘, 김씨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지금도 기사를 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송규호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인턴, #청년, #청년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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