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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야산,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아버지 산소가 만들어 졌습니다. 어머니는 뭔가 답답한 일이 생기면 막내인 필자를 데리고 아버지 묘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할아버지와 할머니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항상 듣기 좋은 이야기만을 해줬던 건 아닙니다. 때로는 신세타령을 하듯이 원망 가득한 이야기도 했고, 서운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가끔은 어머니 혼자 꺼이꺼이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전해줄 집안이야기며 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산소라는 무대를 빌려 이렇게 저렇게 막내에게 전하신 듯합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말하고 기억합니다. 한없이 조용하지만 사연도 많고 한이 서려있을 법한 곳이 무덤입니다. 필부의 무덤에는 가족사와 개인사 정도만이 흐르지만 한 시대의 주인이었던 왕이나 권세가들의 무덤에는 한 나라의 역사가 꿈틀거리는 모습으로 흐르고 있는 산세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태조부터 의친왕까지, <잠들지 못하는 역사 조선왕릉>

 <잠들지 못하는 역사 조선왕릉>┃글 이우상·사진 최연진┃펴낸곳 에스앤아이팩토리┃2014.2.15┃2만 7000원
<잠들지 못하는 역사 조선왕릉>┃글 이우상·사진 최연진┃펴낸곳 에스앤아이팩토리┃2014.2.15┃2만 7000원 ⓒ 에스앤아이팩토리
<잠들지 못하는 역사 조선왕릉>(글 이우상·사진 최연진, 펴낸곳 에스앤아이팩토리)은 조선왕조,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에서부터 조선 왕조의 마침표가 된 의친왕까지, 조선의 모든 왕들이 잠들어 있는 왕릉(릉, 원, 묘)을 직접 답사하며 기록한 답사기입니다.

각각의 무덤에 서려있는 이야기들은 조선왕조의 역사이자, 임금이 되기까지의 사연이며, 통치로 남긴 치적이며, 서릿발보다도 성성한 한입니다.

책 곳곳에서 실록보다 더 생생한 역사가 왕릉의 우뚝한 봉분 높이만큼이나 눈에 확 띕니다. 그리고 야사보다 훨씬 재미있는 역사 속 뒷이야기들이 석물(石物)에 낀 이끼, 풍상의 세월이 느껴지는 흔적들만큼이나 구구절절합니다.

이성계가 잠들어 있는 묘, 건원릉 봉분을 덮고 있는 건 잔디가 아니라 함흥 억새가 자라고 있습니다. 태조는 죽기 전에 자신이 죽으면 고향인 함흥 땅에 묻어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태종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태종은 함흥 억새를 봉분에 심는 것으로 아버지의 유언을 대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수술 때 잘려나간 성기와 고환은 어떻게 했을까? 내시의 절단한 양물을 '고승'이라 부르는데, 이는 주인인 내시보다 높다는 뜻이다. 수술 후 절단된 남근은 썩는 것을 예방하고, 피와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횟가루가 담긴 그릇 속에 넣었다가 젖은 수건으로 깨끗이 닦은 후, 다시 참기름 속에 넣어두었다. 참기름이 다 스며들고 나면 그것을 작은 헝겊 주머니 속에 있는 '목갑'속에 넣고 잘 밀봉했다.

이후 길일을 택하여 수술 받은 내시의 사랑에 모시는데, 반드시 대들보 위에 놓았다. 그러다가 그 내시가 죽으면 대들보 위에서 그 목갑을 내려 죽은 내시의 육신에 원래대로 바늘로 기워 맸다. 이는 죽은 내시가 온전한 남자가 되어 구중천九中天(하늘나라)에 가서는 떳떳한 신분으로 조상님을 만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본문 365쪽-

죽어도 끝나지 않는 권력자들의 운명

책에서는 왕과 왕비들 외에도 왕위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왕을 낳은 아버지들, 왕자와 공주들 그리고 그림자처럼 왕가에 머물던 궁녀와 내시들 무덤까지도 사진으로 보여주고 사연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 읽을 건 조선왕조가 남긴 역사와 왕위에 서린 뒷이야기만은 아닐 겁니다.

필부들의 삶이야 족보(族譜) 정도로만 전해지지만 죽어도 끝나지 못하는 게 역사적 인문들이 낳는 역사며 권력가들이 지닌 운명입니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연산군은 폭군이고, 단종은 삼촌 세조의 손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비련의 주인공입니다. 작금의 대통령이나 권력가들 또한 예외일 수는 없을 겁니다.

책은 조선왕조의 주인공이자 역사의 주맥이었던 왕, 태조 이성계에서부터 마지막 왕인 의친왕 왕릉을 순례하는데 따른 발품과 시간을 대신해 줍니다. 뿐만 아니라 더 높고 깊은 안목으로 봐야만 보일 역사, 왕위에 서린 사연까지도 직접 두 발로하는 답사보다도 풍부하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잠들지 못하는 역사 조선왕릉>┃글 이우상·사진 최연진┃펴낸곳 에스앤아이팩토리┃2014.2.15┃2만 7000원



조선왕릉, 잠들지 못하는 역사 - 개정판

이우상 지음, 최진연 사진, 다할미디어(2014)


#잠들지 못하는 역사 조선왕릉#이우상#최영진#에스앤아이팩토리#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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