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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기업 정문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유성기업은 1959년 8월 15일 서울 오류동에서 선반 몇 개를 놓고 자동차 부품 피스톤링을 가공하는 작은 공장으로 출발했습니다. 현재에는 자동차 부품 가공 국내 1위를 자랑하는 기업이 됐습니다. 아산공장·영동공장·대구공장·남동공장을 두고 있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계열사 7개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중국에도 공장이 있습니다.

유성기업은 자동차 엔진 심장부를 가동하는 내연기관 일체를 가공하고 있으며, 납품 업체로는 국내 완성차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지엠대우·쌍용·삼성 등입니다. 거기에 선박, 농기계, 2륜 오토바이 내연기관을 수출합니다. 그동안 유성기업의 성장에는 참 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야간노동에 대해 전문연구인으로부터 조언을 받으며 고민에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그 와중에 조합원들은 야간노동에 시달려 산재사고를 입고, 1년에 한두 명씩 죽어갔습니다. 야간노동을 한 뒤 일어나지 못하고 죽은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야간노동을 오래 하면 평균 수명이 13년 단축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 또 식물도 야간에 잠을 자야 열매를 맺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가로등 아래 식물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하지요. 따라서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무엇보다도 야간노동을 없애고 조합원의 건강권을 챙기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많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2009년 노사 합의를 맺었습니다. 그 결과 '야간노동 철폐를 노사가 준비해서 2011년 실시를 한다, 실시에 관한 제반 문제는 교섭을 한다'는 약속이 있었습니다.

노조 죽이겠다는 시나리오, 이럴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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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6월 22일 오전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에서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방패를 든 회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을 시도하는 노조원들 2백여명에게 쇠파이프, 죽창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
ⓒ 금속노조 제공	관련사진보기

2011년 1월부터 5월까지 유성기업 노사는 열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구체적인 계획조차 내지 않고 약속을 파기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노동조합은 쟁의행위 절차를 밟고 2011년 5월 18일 조합원 총회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찬반투표 결과 78%의 높은 찬성률로 쟁의행위가 가결됐습니다. 이 과정은 합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그날 오후 8시께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다음날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당시 용역업체 직원들이 조합원들을 덮쳐 13명이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분노한 조합원들은 아산공장으로 집결해 '직장폐쇄를 풀고 성실하게 교섭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파업 5일 만에 헬기까지 동원한 공권력 4000명이 난입해 530명 전 조합원을 경찰서로 연행했습니다. 일터를 빼앗긴 조합원들은 근처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밥을 해먹으며 사태 해결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예정된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임이 곧 밝혀졌습니다. 당시 현대자동차 영업총괄 이사 승용차에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발견됐습니다. 청와대·국정원·경찰·노동부·경총 그리고 원청인 현대차 등의 긴밀한 협조하에 진행된 일이었습니다.

민주노조를 죽이는 일은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가장 큰 근거지 하나를 말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당시 온 국민, 야당 정치인까지 유성 조합원을 응원하고 지지·연대했지만, 유성기업은 응답이 없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말목 더위에 장대 같은 장마를 이겨내며 비닐하우스 숙박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저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국을 뛰어다니며 호소했지만, 유성기업과 공권력은 유성 문제를 다루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조합원들을 탄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16명이 구속됐습니다.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두 사람은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생각하면 정말 눈물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직장폐쇄가 있은 뒤부터 3개월여 만에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0민사합의부에서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관련 조정을 통해 2011년 8월 22일부터 8월 31일까지 3단계로 나누어 30여 명씩 단계적으로 복귀하는 합의가 도출됐습니다. 이는 또다른 탄압의 시작이었습니다. 전체 조합원 복귀가 완료되는 시점부터 유성기업 사측은 조합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차별 교육을 진행하고, 동시에 전원 징계를 단행했습니다. 그 결과 해고자가 27명, 출근정지자가 60여 명 나왔습니다. 정직·견책 등 징계를 받은 조합원들은 출근을 시킨 뒤 굴욕적으로 대민봉사 고구마 캐기, 낙엽 쓸기, 하수도 청소를 해야 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사측에 인격까지 판 것이 아니었는데, 사측은 조합원들의 인격까지를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다뤘습니다.

당하는 건 힘없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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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5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충남도경찰청 국정감사장 방청석에 앉아 피켓을 들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습니다. 2012년이 돼서야 유성 문제가 국회청문회에서 다뤄졌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창조컨설팅 노조 파괴 문건이 공개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파문이 일었습니다. 여론에 놀란 노동부와 검찰 등은 그제서야 특별근로감독과 두 번의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당시 증거 자료가 1톤 트럭 기준으로 반 트럭 분량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후 국정감사를 3년에 걸쳐 실시하기로 했고, 유성기업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벌금 10억 원이 부과됐습니다. 이러한 근거를 가지고 노동부는 유시영 사장 등 경영진을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세 차례에 걸친 재수사와 자료 보강 요청을 하며 2년가량을 지연시켰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말, 여론이 잠잠하자 유성기업 경영진에게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 사이 다시 11명의 조합원들이 해고되고, 수십 명이 출근정지를 당해야 했습니다. 국정조사와 국회청문회를 통해 사실이 모두 밝혀졌는데도 당하는 건 힘없는 노동자들뿐이었습니다. 12억 원의 손배가압류가 떨어졌고, 별도로 국가가 나서서 우리 노동자들을 상대로 1억2000만 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를 걸어왔습니다.

저희는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그래서 유성 경영진 구속을 촉구하며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 부근 광고철탑에 올랐습니다. 벌써 140일이 넘었습니다. 사측과 공권력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두개골이 함몰되고, 갈비뼈가 부서지고, 콧등이 함몰되는 등 다친 조합원들의 병원치료비만 3억 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문건만 수만 페이지가 나왔습니다. 그 문건을 만든 창조컨설팅 법인은 노동부에서 인가 취소를 받았고, 사측의 사주를 받아 움직인 심종두 노무사는 노무사 자격이 정지되기까지 했습니다.

이것은 그간 벌어진 노동조합 탄압을 인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한 '몸통'인 유성기업 사장과 최성욱 영동공장장, 이기봉 아산공장장 등 임원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더 큰 세력들은 아무런 책임도 반성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더 바보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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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유성지회 노동자들이 충북 옥천나들목 부근 광고탑에서 유성기업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2013년 10월 19일 촬영)
ⓒ 이동철	관련사진보기

저는, 우리는 바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얼마나 힘이 센 줄을 모르는 바보인지도 모릅니다. 되지도 않을 일로 삶을 망치는 바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바보가 되기로 했습니다. 이미 더 오를 곳 없는 하늘 가까이까지 와 버렸습니다. 잘못한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래야 이 사회가 조금은 믿고 살만한 곳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모든 부당노동행위를 자신을 위해 수십 년씩 일해 온 '가족'에게 행사한 유성기업 책임자들은 구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날까지 나는, 우리는 고공농성을 풀 수 없습니다. 저 오염된 땅으로 내려갈 수 없습니다.

다시는 이런 사업주들에 의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없게 하기 위해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만날 노동자들만 맞고 끌려가는 게 아니라 기업주도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합니다. 민주노조 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입니다. 이런 권리가 부당한 일부 권력층과 국가기관들, 재벌 집단들에 의해 함부로 침해당하는 순간 우리 사회 1700만 노동자 가족들의 삶의 평화는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 몸에 암 덩어리가 있다면 그 암 덩어리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 암 덩어리를 그냥 두고 봉합한다면 그 암세포는 계속 번져 결국 생명 전체를 해칩니다. 한국 사회의 건강을 위해 나는, 우리는 내려가거나, 이 투쟁을 풀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013년 10월 13일이었습니다. 참 많이 외롭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를 보며 저와 함께 고공농성을 했던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가족들과 함께 어디 여행이라도 가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 오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새해 첫날이 오면, 설날에는 내려갈 수 있을까 마음들이 싱숭생숭하기도 했습니다.

가을에 이곳 옥천 광고철탑에 올라와 눈보라치는 겨울을 보내고, 이제 들판에 농부가 농사를 짓기 위해 들녘에 나오는 봄을 맞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있으면 더위와 싸워야 하는 여름이 오겠지요. 저는 아무런 죄 없이 평 조합원으로 있다가 2011년 10월 해고를 당하고,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20개월 만에 복귀했지만, 2013년 10월 같은 내용으로 다시 재해고됐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탄압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준 저희 조합원분들 덕분이었습니다. 3년에 걸쳐 진실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싸우고 있는 저희 조합원들을 누군가 한 번씩 꼭 껴안아준다면 무척 고맙겠습니다.

희망버스에 오르는 당신의 소중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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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상징하는 판화 <유성 올빼미>
ⓒ 이윤엽	관련사진보기

그러던 중 매우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희망이기도 했던 '희망버스'가 오는 15일 이 철탑으로 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산공장으로 가서 함께 목소리 높여 저희 유성기업을 비롯해 발레오만도, KEC, SJM, 보워터코리아, 만도, 상신브레이크, 콘티넨탈 등에서 자행됐던 민주노조 파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특검을 요구해주겠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주인은 평범한 노동자 민중,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그간 잊었던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아, 이렇게 진실이란 살아나는 것이구나. 역사와 사회에 대한 믿음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3월 15일날 희망버스에 오르는 한 분 한 분의 발걸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 뜨거운 마음들을 받아 200일이고, 300일이고, 동지들이 "됐다" 하는 순간까지, 김진숙 지도위원이 그렇게 버텼 듯, 현대차비정규직 최병승·천의봉씨가 그렇게 버텼 듯, 쌍용차 한상균·복기성·문기주 동지가 그렇게 버텼 듯, 저 역시 지지 않고 잘 지내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3·15 '힘내라, 민주노조' 유성기업 희망버스

▲ 전국 154대! 희망버스의 기적을 만들어요! ▲ 지역별로, 부문별로, 단체별로, 모임별로 각각의 이름과 주체가 있는 희망버스를 함께 만들어요. - '힘내라, 이정훈!' 옥천나들목 광고탑! 작년 10월 13일부터 고공농성 154일차 - '유시영을 구속하라!, 민주노조파괴 특검을 실시하라!' - '힘내라, 민주노조!, 힘내라 민주주의!' ▲ 일시 : 2014년 3월 15일(토) ∼ 16일(일) ▲ 일정 및 내용 - 3월 15일 오전 10시 : 전국 희망버스 출발 - 3월 15일 오전 11시 : 유성기업 영동공장(충청권 희망버스 승객 결의대회) - 3월 15일 오후 1시 : 옥천나들목 광고탑 고공농성장 <힘내라, 이정훈! 힘내라, 민주노조> 연대마당 - 3월 15일 오후 5시 : 유성기업 본사(아산공장) 도착, 순배가압류 없는 세상, 노동탄압 없는 세상(가칭) 힘다지기 마당 - 3월 15일 오후 7시 이후 : 전국 희망버스 연대마당 - 3월 16일 오전 8시 :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상징탑 쌓기 - 3월 16일 오전 9시 : 약속의 마당 ▲ 유성기업지회 전국순회 : 3월 4일∼8일 ▲ 당일 '전국해고노동자 연대의 날'이 함께 열립니다.(전해투) ▲ 당일 민주노총 산하 전체 확대간부들이 함께 합니다. ▲ 참가 문의 - 트위터 : @hopebus85 - 이메일 : yshopebus@gmail.com - 다음 인터넷카페 :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