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회적 관심을 끌며 창사 46년만에 시행된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는 세계 최장시간 노동을 하는 현대차 조합원들의 건강문제에 더해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균등한 노동시간을 분배해 고용창출을 기하자는 의미도 있었다.
한쪽에서는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 신음하고 한쪽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는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
하지만 조사 결과 근무형태 변경 후 현대차 울산공장과 인근 11개 부품사를 합쳐 창출한 순수 일자리는 겨우 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노동 철폐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위치한 지자체 울산 북구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장 노광표)에 용역을 맡겨 지난해 11월부터 약 3개월 동안 각종 사회조사와 연구를 벌였고, 그 결과를 3월 4일 발표했다.
울산 북구청은 "주간연속 2교대제는 근로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을 단축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지만 협력업체에 대한 확대가 미흡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근로자들의 생활 및 지역 상권, 일자리 창출에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파악하고 제도적 지원책 마련을 위해 연구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조사를 맡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올 일자리 창출효과였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현대차와 일부 협력업체의 근무형태 변경 1년 후 갖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심야근무 폐지로 고용창출 효과 기대했지만3월 4일은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967년 공장이 들어선 후 지난해 3월부터 창사 46년 만에 처음으로 야간 근무를 없애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전격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 조합원들은 그동안 주야간 맞교대에다 휴일에도 특근을 하면서 세계 최장시간 노동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높은 임금을 받아왔는데, 2012년 평균노동시간이 2700시간으로 한국 제조업 평균노동시간 2100시간보다 600시간이나 많았다.
하지만 상당수가 근골육계와 심혈관 질환 등을 호소하는 등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런 점들이 근무형태 변경을 불러온 배경이 됐다.
근무형태가 변경 된 현재 일주일간은 오전 6시 40분에 출근해 오후 3시 20분까지 8시간 근무를 하고, 다음 주는 오후 3시 2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 10분까지 9시간 일하는 한편 휴일 특근도 개선됐다.
조사 결과 주간2교대 시행 후 현대차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230시간 정도 줄어들었고 현대차의 근무형태 변경은 울산지역 자동차산업 전반에 근무형태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와 한국GM사는 물론, 북구 소재 자동차부품업체 29개 중 11곳이 동일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것.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앞으로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차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노사 양측 모두 적극적으로 여가와 취미생활 확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예로 '황토집짓기' '도시농부학교' 등이 꼽힌다. 또한 사진동우회 등 동호회 신설, 각종 강좌와 특강이 많아졌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근무형태 변경 후 전반적으로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건강과 생활 변화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함께 근무형태를 변경한 현대차 부품사의 경우 임금보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현대차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현대차는 제도 변경 전과 비교해 설비투자 등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여 동일 수준의 임금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비해 부품사는 과반수 업체가 임금하락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규모가 큰 부품사들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데 반해 소규모 혹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경영사정을 들어 약 10% 이상 임금이 삭감된 것.
또한 예견된 데로 일반음식점의 매출이 줄고 고용 감소가 일어나는 부정적 면이, 반면 당구장 등 일부 민간 체육시설이 증가하고 공공여가시설도 변하는 등 긍정적인 면모도 보였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근무가 없어진 것에 대한 만족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단축된 노동시간이 여가 활용 및 자기계발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그만큼 높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에게는 '노동시간 단축개선 지원금 확대와 중소부품업체 인력난 해소'를, 지자체에는 '산업단지 내 대중교통 연장운행 및 교통편의 제공과 자기계발 프로그램 확대'를 요구했다"며 "또한 부품사는 현대차에 대해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인적, 물적 지원과 임금보전에 따른 단가인상'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가 조사에서 가장 중점을 뒀다는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올 일자리 창출효과는 미미했다. 일반적인 이론상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을 것이고, 그동안 과중노동과 불균등한 노동시간 분배로 고용창출에 제약이 되어왔기에 기대가 컸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제도 시행이 길지 않았던 탓인지 일자리 창출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여가산업 확대와 소비확대에 따른 고용유발 등의 간접적 효과는 있었지만, 현대차와 11개 부품사를 합쳐 창출한 순수 일자리는 겨우 5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장 내 일자리 창출은 중장기적인 노사 협력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임금이나 비용의 관점을 벗어나야 하며 CEO의 인식 전환도 요구되며, 여기에 지역고용 영향평가 사업의 실행, 괜찮은 일자리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정부 등 외부의 역할이 더해져야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수십 년간 호황을 누리다 근무시간 변경으로 울상을 짓는 북구 내 음식점 고용감소에 대해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음식점 종사자들을 위한 고용보험 등과 같은 제도적 개입을 통해 장기적인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기업차원의 직접 고용기회를 넘어 지역사회내 사회적기업과 여가문화 및 소비를 통한 간접적인 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다"며 "여가 카운슬러 양성, 여가 문화센터 설립 등은 간접고용 확대 효과와 함께 누구나 소외받지 않고 여가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조합원 출신인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은 "이번 연구는 노사민정협의회가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위기 속에서 상생하며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알게 해준 계기였다"며 "함께 노력해 새로운 노사민정거버넌스를 구축해 나가자"고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