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이 6·4 지방선거 인천시장 출마를 포기했다. 지난달 25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불과 12일 만이다.
이 의원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포기 및 유 전 장관 지지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출마 포기 배경에 대해 "지금 야권은 어떻게든 이기고 보자며 이념, 정책과 관계없이 통합 중이고, 대의와 원칙에 따른 정도정치는 사라지고 편리와 기회만 쫓는 꼼수 정치를 펼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유 전 장관은 저와 형제 같은 동지"라며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박 대통령을 모시면서 같은 가치와 이념을 가지게 됐고 대통령을 만들면서 땀과 눈물을 함께 흘렸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과 유 전 장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이 의원은 대선 후보 시절 각각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의원은 "(유 전 장관과 저는) 같은 자리를 놓고 다툴 수 없는 사이"라며 "유 전 장관은 인천이 건실하게 키운 인천의 아들이고 박 대통령과 가장 긴밀히 소통하는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라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이 의원의 결정은 지방선거를 통한 인천 발전과 대한민국 번영을 이뤄내고자 하는 고뇌 속에 나온 희생적 결단"이라며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들의 단일화... 청와대 의중 반영됐나
이 의원은 불출마는 친박계 내부 교통정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장 선거를 위해 논란을 무릅쓰고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현직 안전행정부장관을 차출했는데, 유 전 장관이 당내 경선 통과에 실패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인천 지역의 조직기반이 취약해 당내 경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또 새누리당 내에서는 유 전 장관 등 후보에 차출된 중진들을 배려하기 위해 당 지도부가 여론조사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경선 룰을 수정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번 인천시장 후보군 정리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당초 내각에서 박 대통령의 오른팔로 꼽히는 유 전 장관이 지방선거 90일을 남기고 인천시장 후보로 차출된 것은 박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유 전 장관의 출마 결심을 두고 사실상 '전략 공천'을 보장 받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박 대통령은 출마를 결심한 유 전 장관에게 "인천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결단을 했으면 잘되길 바란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선거중립 훼손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사건 교감설에 대해 당사자들은 선을 그었다. 이학재 의원은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유 전 장관과) 둘이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사퇴로 지역 조직 기반을 그대로 넘겨받게 된 유 전 장관은 당내 인천시장 후보에 사실상 무혈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6·4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선거 구도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현 시장과 유 전 장관의 대결로 압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