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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9일 오후 7시 21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강력 경고에도 10일로 예정된 집단 휴진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휴진에 동참하는 의사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형사고발 조치방침을 밝혀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9일 서울 이촌로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노 회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사가 병원 문을 닫고 진료현장을 벗어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렇게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더이상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의협 기자회견에 앞서 정부 세종청사에서 한 주말 정책현안점검회의를 통해 "의사협회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집단 휴진을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한 명백한 법 위반"이라면서 "불법 행위에는 불이익이 따른다는 것을 확실히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에 "집단휴진이 강행되면 업무개시 명령 등 법에 따른 신속한 조치를 하고 위법 사실을 철저히 파악해 고발 등의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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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처벌 전에 의사협회장부터 해임해야 할 것"

의협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에서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 등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며 국민들에게 이해를 호소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했다.

노 회장은 "원격진료는 위험하며 더욱이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단 한번의 시범사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안전성을 검증하기 전에 법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이는 국민이 그 실험대상이 돼도 괜찮다는 뜻"이라고 질타했다. 현재 국내의 원격진료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상태다.

정부가 투자활성화 대책에 편입시킨 의료법인 자회사 영리화 허용 방침에 대해서도 "의료영리화 정책"이라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편법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은 의사로 하여금 환자가 아닌 투자자를 위한 진료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 참여율에 대해서는 "전공의·개원의 할 것 없이 투표 결과에 나온 수치대로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 간 진행됐던 의협의 집단휴진 찬반투표에는 회원 69.88%가 참여해 그중 76.69%가 휴진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개원의뿐 아니라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 레지던트 의사들의 참여 비율도 70%를 웃돌 전망이다. 의협은 "전공의들은 어제까지 전체의 70% 이상이 휴진에 참여하기로 했고 오늘도 몇몇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추가로 참여 계획을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강력 대응 방침에는 마찬가지로 각을 세웠다. 노 회장은 "정부의 강력 법적 대응은 정부가 스스로 정말로 크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회원들을 처벌하기 이전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임권을 가지고 있는 의사협회장인 나부터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철도노조와 동일하게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렇게 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와 의협은 아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접촉 중이지만 당장 내일로 예정된 집단 휴진이 철회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은 "(정부와의) 협의가 잘 된다고 하더라도 내일 휴진을 철회하기 위해서는 회원투표를 해야 한다"면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모자라다"고 밝혔다.

정부 "전공의들 휴진 선동 매우 유감... 의협 대화 나서야"

정부는 노환규 의협회장의 대국민 호소문 발표 직후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정부입장 설명회를 열고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원격진료 논란에 대해 "의사협회가 국민의 편의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 것은 의료 영리화가 목적이 아니라 병원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휴진에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해당 병원의 지도감독 의무를 거론하며 우회적인 처벌 가능성을 시사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협회가 의료발전협의회 협의 결과를 부정하고 불법적인 진료거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까지 진료 거부에 참여할 것을 선동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들의 휴진 참여 비율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공단 지사와 지역 보건소들을 통해 예측해보니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권 정책관은 "전공의들의 동참 수준에 따라서 개원의들의 참여율도 달라질 것"이라며 "뭐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난 8일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의한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 수준에 대해 "(해당 병원장들이) 관련 계약이나 수련규정에 따라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들은 진료 의사이면서 수련을 받는 피교육생"이라며 "수련교육 지도감독 의무가 있는 병원장들이 잘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의사들의 집단 휴진이 시작되면 업무개시 명령 등 즉각적인 행정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법에 따르면 해당 개원의가 휴진 사실을 인정한 후에야 행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조처가 강제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 정책관은 이날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자신부터 해임하라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면서 "하루이틀 사이에 (해임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의협#의사협회#집단휴진#노환규#의료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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