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교육'의 기준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다음 두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당연히 '성적 향상을 보장하는가'이고, 남은 하나는 '학생을 잘 알고 관리하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 중 후자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과연 학생 개개인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잠시만 생각하면, 두 번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의 보호자 간담회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지난 9일 오후 2시, 교육봉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아래 배나사, 경기도 의왕시 소재)의 한 교육장에는 수업이 있는 날도 아닌데 선생님(봉사자)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도 배나사의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은 의왕-청계 교육장의 보호자 간담회가 있는 날이었다. 준비가 끝날 무렵, 보호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의왕-청계 교육장의 보호자 간담회는 겉으로 보면 큰 행사는 아닌 듯 했다. 의왕-청계 교육장의 김형균 대표교사가 작은 교실에서 새 학기의 교육일정에 대해 보호자에게 전달한 후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별로 개별 상담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장소도 부족하고 선생님 수도 많지 않아서 어떤 보호자는 개별 상담을 하기 위해 한 시간 가량 지루하게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 기다리다 지친 보호자도 개별 상담이 끝나고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어떤 분은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저럴까? 두 분의 어머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보았다. 인사를 하니 웃으며 받아주셨다.
기자 : "안녕하세요, 어머님. 학생이 '배나사'에 오래 다녔다고 하셨는데, 얼마나 오래 다녔는지 궁금합니다."A 학생 어머니 : "1학년 때부터 다녔는데 지금 3학년이에요. 얘 누나도 여기 다녀서 성적 좋아졌거든요."기자 : "학생이 배나사에 다니고 나서 변화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었나요?"A 학생 어머니 : "성적도 있었지만 다른 부분도 있었어요. 특히 얘네 누나는 지금 고등학생인데 스스로 공부방 같은 곳에서 초중학생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배나사'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어머님은 딸이 대견스러운지지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머님은 지금까지 보호자 간담회를 거의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참석했다고 한다. 이것도 질문거리가 되겠다 싶어서 바로 여쭤보았다.
기자 : "보호자 간담회가 어떤 점이 좋으시길래 이렇게 매번 시간을 내서 와주시나요?"A 학생 어머니 : "일지를 보여주면서 개별적으로 학생에 대해서 상담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죠. 일지에 애가 하는 행동이 자세하게 나와있으니까 그걸 보고 애한테 칭찬할 것도 있고, 지적할 것도 있거든요."여기서 잠깐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배나사에서는 수업이 끝나면, 모든 선생님이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일지에는 수업에 대한 평가를 쓰는 공간도 있지만, 그날 수업에서 학생이 했던 행동을 기록하는 '학생 평가' 란도 있어서 학생 개개인의 모든 행동과 태도가 계속해서 쌓이는 시스템이다. 다양한 선생님들이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본 학생의 평가를 모아서 보호자 간담회에 상담 자료로 쓰는 것이다.
우리 애를 보내려고 무려 1년을 기다렸어요
A 학생 어머님과는 달리 다음 어머님은 보호자 간담회에 처음 참석하신 분이었다. 무려 1년 전부터 학생을 배나사에 보내고 싶었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아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이루어졌다고. 아쉽지만 그래도 좋다고 하셨다.
B 학생 어머니 : "애가 배나사 수업에 너덧 번 갔다 오더니 수학이 재미있는 과목인 줄 처음 알았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배나사 시스템이 좋대요. 선생님들이 끝까지 답을 안 알려주고 스스로 풀도록 하니까 좋다고 하네요."어머님께서 배나사를 많이 신뢰하고 계신 것 같아서 나도 한 명의 봉사자로서 흐뭇했다. 그렇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간담회에 처음 참석하신 소감에 대해서 여쭈었다.
B 학생 어머니 : "정말 감사하죠.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진정성 있게 상담해 주시잖아요. 이런 거는 정말 처음이에요. 그리고 학교 담임선생님도 이렇게까지 깊이 있게 학생에 대해 알지는 못할걸요?"한 반의 구성원이 선생님 4명과 학생 12명인 '배나사'와 한 명의 선생님이 30명, 또는 그 이상의 학생들을 상대해야 하는 학교를 비교해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그럴 거라고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었다.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사교육의 대표격인 학원에서도 언제나 어려운 과제다. 경쟁에 뒤처져 없어지는 학원도 허다한데 '배나사'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교육을 멈추지 않고 이어 왔다. 그 배경에는 '배나사'는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다듬는 노력이 있었다. 일지 작성 시스템, 보호자 간담회 등 '배나사'만의 시스템적 노하우는 '학생을 잘 알고 관리하는가'에 대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송지하 기자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