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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9시가 넘은 시간, 경남 양산시 물금읍 가촌리 마을골목 한쪽엔 노란 조끼를 입은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다. 마을 옆을 지나는 도로가와 마을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쓰레기가 담긴 마대를 어깨에 메고 이동중이다.
 쓰레기가 담긴 마대를 어깨에 메고 이동중이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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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쓰레기를  마대자루에 담아 모아놓고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동네의 쓰레기를 마대자루에 담아 모아놓고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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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가 시작된지 1시간도 되지않아 모인 쓰레기 마대가 대략 20개정도였다.
 청소가 시작된지 1시간도 되지않아 모인 쓰레기 마대가 대략 20개정도였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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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 홈페이지에 나온 공공근로사업 근로조건이다.
 양산시 홈페이지에 나온 공공근로사업 근로조건이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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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양산시의 공공근로 중에서 고령자(만65세 이상)를 위한 사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쓰레기 치우기는 10시가 되지 않았는데도 족히 20개가 넘는 마대자루가 모였다. 이렇게 모인 마대자루는 나중에 시청 차량으로 싣고 간다고 했다.

이런 쓰레기는 밤에 트럭으로 싣고와서 몰래 버리고 간다고 하였다.
 이런 쓰레기는 밤에 트럭으로 싣고와서 몰래 버리고 간다고 하였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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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근처에 무단투기된 쓰레기
 도로가 근처에 무단투기된 쓰레기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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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가 다양한 무단투기된 쓰레기
 종류가 다양한 무단투기된 쓰레기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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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나 집과 집 사이에는 어김없이 쓰레기들이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도 조금만 들어가 보면 각종 생활쓰레기에 가구까지 이 마을에서 다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양이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던 어르신들은 조를 나누어 맡은 구역의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을 근처 청소를 끝내고 도로가 근처를 청소하려 가시는 어르신들
 마을 근처 청소를 끝내고 도로가 근처를 청소하려 가시는 어르신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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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한 분과 할아버지 두 분이 한조인 어르신들을 따라 갔다. 할머니가 풀숲을 헤치면 어김없이 가득히 쓰레기가 담긴 비닐을 찾아냈다.

풀숲에는 어김없이 비닐에 가득한 쓰레기가 있었다.
 풀숲에는 어김없이 비닐에 가득한 쓰레기가 있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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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의 쓰레기를 치우시고 마대를 어깨에 메고 올라오고 있다.
 도로가의 쓰레기를 치우시고 마대를 어깨에 메고 올라오고 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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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동안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기자 : "어르신, 마을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아요."
할머니 : "우리가 쓰레기 버리나! 동네사람이 버리면 여서는(여기서는) 누가 버렸는지 다 안다 아이가. 새벽에 보면 승용차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봉투값(재활용봉투) 아낄라고 카는지(아끼려고) 비닐 봉다리(비닐봉지)를 풀숲에 던지고 간다 아이가. 많이 봤다."

할아버지1 : "밤중에는 트럭에 쓰레기를 싣고 와가꼬(와서) 공터에 버리고 간다 아이가. 이불 보따리도 버리고 가구도 버리고 TV도 버리고 냉장고도 버린다 안카나."
할아버지2 : "몰래 버리는 걸 내가 붙잡았는데... 젊은 놈이 고함치고 욕하고 난리 부리고 도망가더라. 내가 우짜노. 팔십 넘은 내가 힘이 있나. 그라노면(그렇게 하고 나면) 그 놈들이 안 버리는게 아니고 딴데 버린다 아이가."

기자 : "날도 추운데 이렇게 하면 돈벌이는 됩니까?"
할머니 : (잠시 모두 아무 말 없다가) "돈 벌라고 하나? 우리 동네니까 우리가 치야 안 되나(치워야 되지 않겠나)? 한 달에 5만 원도 받고 10만 원 받고 한 번도 안 빠지면 20만 원은 되지."

할아버지2: "운동 삼아 안 하나. 이래 걸어다니면서 이야기도 하고 돈 받으면 막걸리도 한잔하고... 젊은 양반 글도 잘 적어가꼬 촌에 쓰레기 갖다 버리지 말라케라."

기자의 나이가 만 42세인데 젊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르신들의 연세가 궁금했다.

기자 : "어른신들 연세가 우째 됩니까?"
할아버지2: "쟈가(저기가) 칠십너이(74세) 막내 아이가. 제일 젊째(젊지)."
기자 : "어르신이 제일 젊으시네요."
할아버지1 : "젊다카이 좋네! 내 제일 젊은이지."

청소시간 세시간중 한시간을 남기고 잠시 휴식을 취하시는 어르신들이다. 7
 청소시간 세시간중 한시간을 남기고 잠시 휴식을 취하시는 어르신들이다. 7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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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농사는 안 지어십니까?"
할머니 : "짓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키(대부분) 늙어 갔고 우리 뭘(먹을) 반찬이나 텃밭에서 하지. 저 봐라. 아파트 짓는다고 농사질 떼도 없다"

물금택지조성구역의 넓은 공터가 있고 저 너머에는 아파트를 한참 짓고 있었다. 낙동강 옆에는 4대강 사업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 있다. 그곳이 어르신들이 청년이고 장년일 때 농사일을 하던 터전이었다고 한다.

청소가 마치려면 1시간 가량 남았지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시에서 감독 나온 사람인 줄 알고 경계하던 어르신들은 손까지 흔들어 주면서 글도 잘 쓰라고, 쓰레기 몰래 갖다 버리지 말게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부산과 양산으로 출퇴근하는 도시민들은 몇푼의 돈을 아끼기 위해 쓰레기를 무단 투기를 하고 창조적이게도 노인 일자리가 만들어져 어르신들은 꾸준히 치우고 계셨다. 어르신들의 시간당 임금은 5125원으로 담당 공무원이 출석을 체크하고 일한 시간만큼 돈을 받는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동네니까 우리가 치야 안 되나"라는 말에서 평생을 살아온 동네에 대한 끈끈한 정을 느낄수 있었다.


태그:#무단투기쓰레기, #노인공공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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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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