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배우 전지현이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삼성전자 냉장고 쉐프 콜렉션 미디어데이에서 소개를 받고 등장 하고 있다.
▲ 전지현, 천송이 미모 그대로 배우 전지현이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삼성전자 냉장고 쉐프 콜렉션 미디어데이에서 소개를 받고 등장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최고의 모델과 최고의 요리사 출연에 진짜 주인공은 낄 자리가 없었다. 12일 오전 삼성전자 냉장고 신제품 발표회가 열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엔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사진기자 수 십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바로 이날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역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전지현씨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몰려든 것이다. 전씨는 지난해부터 삼성 냉장고 전속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중상층 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인 '셰프 컬렉션' 첫 제품 발표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신경을 썼다.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 요리사들을 부른 것도 모자라 주한 프랑스 대사를 비롯한 국내 프랑스 기업인들까지 초대했다. 행사 장소도 평소 서초사옥 대신 신라호텔로 잡았다.

고급 요리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와 고급 호텔 이미지를 자사 '프리미엄' 제품에 투영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별그대 여주인공' 전지현씨 등장에 '주객 전도' 현상이 벌어졌다.

전지현 인기에 묻힌 삼성 프리미엄 냉장고... 700만 원대 '최고가'

이날 취재진의 시선은 온통 전씨에 쏠렸고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이나 셰프 컬렉션 첫 제품인 1000리터 최고급 냉장고는 뒷전이었다. 그 덕에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을 불러 모을 순 있었지만, 이런 스타 마케팅이 실제 제품 홍보에 직접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이날 전지현씨 옆자리도 미셸 트로와그로, 에릭 트로숑 등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 등급인 '3스타'를 받은 최고급 레스트랑 요리사들 차지였다. 이들은 무대에 냉장고를 밀고 나와 제품의 장점을 소개하고, 직접 요리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전지현이 '주연', 프랑스 요리사들이 '조연'인 드라마라면 700만 원짜리 냉장고는 소품이나 들러리 같았다.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삼성전자 냉장고 쉐프 콜렉션 미디데이에서 신제품 발표를 마치고 (왼쪽부터) 배우 전지현,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신제품을 사이에 두고 미슐랭 삼성 요리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삼성전자 냉장고 쉐프 콜렉션 미디데이에서 신제품 발표를 마치고 (왼쪽부터) 배우 전지현,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신제품을 사이에 두고 미슐랭 삼성 요리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날 선보인 세계 최대 용량인 1000리터 냉장고도 세계 유명 요리사들 조언을 반영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지나치게 비쌌다. 출고 가격은 최대 739만 원.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냉장고 가운데 가장 비싼 제품으로, 용량이 100리터 정도 늘면서 가격은 200만 원이나 훌쩍 뛰었다.

삼성에서 지난해 초 선보인 845리터짜리 '지펠 T9000'는 549만 원이었고 바로 지난달 LG전자에서 선보인 950리터급 신제품 '디오스 V9500'도 600만 원대였다. 이제 400~500만 원대 정도로는 '프리미엄' 축에 끼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이는 삼성과 LG 등 가전사들의 냉장고 대용량화 전략 탓이다. 1990년대 674리터짜리 양문형 냉장고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래 냉장고 용량은 꾸준히 늘었다. 2010년 800리터, 2012년 900리터를 넘어 용량 경쟁이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르자 이번엔 '프리미엄' 마케팅 경쟁이 벌어졌다.

삼성은 주방 가전의 소프트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며 지난해부터 세계적 요리사들과 손잡고 '클럽 드 셰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셰프 컬렉션'은 그 첫 결과물로 냉장고에 이어 앞으로 오븐, 식기세척기도 계속 출시할 예정이다.

윤부근 사장은 이날 "보관한 재료의 특성과 맛을 살리는 데 정온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 제품을 만들었다"면서 "진정한 프리미엄은 소비자 욕구는 물론 소비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욕구까지 제공해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라면서 나름 '프리미엄'의 의미를 정의했다.

전지현씨 역시 '가정주부'답게 "재료 신선함의 중요성을 알아 슈퍼마켓도 자주 가는 편"이라면서도 "요즘 시간이 없어 장을 못 볼 때가 많아 재료 신선도를 생각해 냉장고가 중요하다고 느껴왔다"고 거들었다. 아울러 냉장고 수납공간과 디자인에도 관심을 보였다.

외국산 냉장고보다는 싼 편? 일반 냉장고 가격 거품 우려

하지만 이 제품을 부엌에 들여놓으려면 최소 589만 원에서 739만 원에 이르는 '목돈'이 필요하다. 보관 온도 범위가 상하 0.5도(일반 냉장고는 2도)를 벗어나지 않아 요리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정온 기술'이나 전문 요리사들 노하우를 녹인 수납 공간 대가 치고 너무 비쌌다.

문제는 이런 프리미엄 제품들이 적어도 40평대 이상 고급 주택에 거주하는 중상층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일반 냉장고 가격 거품에도 일조한다는 것이다. 현재 냉장고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주력 제품은 200~300만 원대로 최고가 제품 절반 가격대에 형성되는데, 최고가가 높아지면 그만큼 상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엄영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 40%대에 육박하고 있고 2011년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면서 "한국의 경우 프리미엄 비중이 더 높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삼성전자 냉장고 쉐프 콜렉션 미디데이에서 발표된 신제품 냉장고.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삼성전자 냉장고 쉐프 콜렉션 미디데이에서 발표된 신제품 냉장고.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박종갑 삼성전자 한국마케팅팀 전무 역시 "이 제품을 4~5일 미리 전시만 했는데도 120대 이상 팔리는 등 초기 반응이 좋았다"면서 "지난해 나온 T9000 (자사 냉장고) 매출 비중이 35%를 넘었는데 '셰프 컬렉션'도 2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무는 "지금 주로 팔리는 주력 제품은 300만 원대"라면서도 "(700만 원대면) 국내에선 비싼 편이지만 외국 GE, 밀레 제품들에 비하면 싼 편"이라고 밝혔다.


태그:#전지현, #삼성전자, #냉장고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