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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버스 만화.
희망버스 만화. ⓒ 김재수

충북 옥천군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옥천군을 알리는 광고탑이 크게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광고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울긋불긋한 현수막과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게 뭐지?'하고 그냥 지나치는 분들도, '도대체 뭘까?'하고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알고 보니, 그 광고탑 위에서 벌써 다섯 달 동안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들이 대자보를 통해 터져나왔던 지난 겨울,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장의 대자보가 올라왔습니다. 대자보를 보내온 이는 바로 당시 100일이 넘도록 고속도로 광고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이어가던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었습니다.

유성기업에서 온 '충격' 대자보

홍 지회장은 "'안녕들하십니까?'가 아니라 '안녕합니다'라고 인사 나눌 수 있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여기 광고탑 위에서 투쟁을 외칩니다"라고 적였습니다.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라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외침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줬습니다.

한 장의 대자보로 시작된 "안녕들하십니까"가 활동하는 과정은 수많은 '안녕하지 못한 목소리'들을 만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아직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투쟁의 현장들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알려내려는 노동자들을 만난 것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다산콜센터에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GM대우 공장에서, 유성기업에서 노동자들이 쓴 대자보들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억압 받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특히 추운 겨울, 바람 부는 고속도로 광고탑 위에서 외롭고 긴 싸움을 이어가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증언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건강을 해치는 심야 노동에 맞선 투쟁,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직장폐쇄로 맞선 사측,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한 폭력과 협박, 야심한 밤에 차로 노동자들을 덮쳐 중상을 입혔던 일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국정감사 때도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경영진의 무자비한 폭력 사주에 대해 광범위한 피해 사례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정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 폭력에게 쉽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사회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건 누구나가 동의할 겁니다. 이러한 야만과 폭력의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어찌 쉽게 안녕을 말할 수 있을까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안녕하지 못하다"는 인사에 답하기 위해, 광고탑 위의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안녕하지 못함을 나누기 위해, 저희 '안녕들' 역시 밀양에 이어 이번에는 옥천으로 희망버스를 타고 달려갈까 합니다. "'안녕합니다,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바로 당신"이라는 홍종인 지회장의 말처럼, 억압 받는 노동자들의 희망을 세우고, 안녕을 되찾는 싸움의 주체로 함께 하겠습니다.

 '유성기업 희망버스' 출발 장소와 시간.
'유성기업 희망버스' 출발 장소와 시간. ⓒ 희망버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안녕들하십니까' 네트워크에서 보내왔습니다.



#유성기업#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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