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내가 집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 몰~라~ "였고, 내가 하는 말 중 남편이 가장 듣기 싫어 했던 말도 "몰~라"였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그랬었다.
나는 2002년 부터 작년 봄까지 웨딩업에 종사했다. 초창기에는 예비신랑신부에게 너무나 많은 말을 해야 했고, 관리자가 됐을 때는 경영자와 부서장 그리고 거래업체 담당자와 너무 많은 말을 해야만 했다. 먹고 살 팔자가 그래선지 근무중에는 나도 모르는 '말 에너지'가 샘솟는다.
문제는 집에서는 그런 에너지가 안 나온다는 거다. 거의 매일 늦은 시간에 회사를 나와 집에 도착하는 동안 나는 변신을 한다. 내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뇌가 깨끗히 비워진달까. 예를 하나 들어본다면, 아이들 소풍을 앞두면 직장 생활하면서 많이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인지 솜씨는 없을지언정 김밥은 꼭 내손으로 만든다.
남편이 묻는다. "애들 소풍가나보네 그래 소풍은 어디로 간데?" 나는 뭐라도 대단한 것을 하는냥 김밥에서 눈을 떼지도 못한 채 대답한다. "몰~라~! 어디 가겠지뭐~!"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그렇게 관심이 없냐며 목소리 좋은 남편의 중저음 일갈이 날아든다. 그러기를 10여년. 생각해 보니 10년 넘게 모른다고 대답한 나도 대단하고, 그런 인간(!!)한테 10년동안 같은 질문을 해온 남편도 참 대단하다.
진짜 그렇게 살아왔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먹고 사는게 급급해서" 내 직장, 내 가정 말고는 관심분야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직장을 때려치고( 이렇게 표현해야 제맛!)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업이 고만고만할 뿐 대박이 나지 않아서 내가 원하지 않았던 '여가 '라는 시간이 생겼다. 시사주간지도보고, 신문도 보고, 정치 사회적 주요 뉴스를 챙겨 읽다보니 "그들"에 대한 말할 수 없는 혐오감, 당혹스러움, 분노 같은 게 느껴 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동안 이런 사회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내 스스로가 가장 부끄러웠다. 뉴스를 보면서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남편에게 물어보며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다. "몰~라~"만 하던 사람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그런 내가 이뻐서 그랬는지 남편은 너무 너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나의 혐오감, 당혹스러움, 분노가 서서히 "뭔가 작은 행동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굳어질 쯤이였다. 다 부질없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혼자 이런 생각을 한다고 무엇이 달라진단 말인가? "내가 몰랐을 때의 대한민국"이나 "내가 인식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지금 시점의 대한민국"... 바뀐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내가 이짓을 해야하는가? 그리고, 너무 많은 물타기로 인해 기사를 읽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을 뿐더러 어떤 거대한 벽에 자꾸 부딫히는 것만 같았다. 그냥 포기 하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하자 남편이 말했다. "저편에 서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모든 사람들이 당신같이 포기하기를 원하는 거야, 포기 하지 말고 진실을 알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기 주관이라는게 생기게 되고, 그 생각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행동하게 되는 거야."
남편은 덧붙여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줬다.
남편의 말이 맞다! 아직까지 모든 뉴스들은 나에게 "혼돈"이고 "불편함" 그 자체이지만 진실을 알려고 하는 의지가 사회를 바꾸는 작은 시작점이 아닐까? 이 작은 노력이 임계점에 다다르면 화확반응이 일어나게 되어 우리 모두가 "꿀맛"을 느끼는 사회가 될 거라고 나는 확신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