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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씨 싹이 잘 트는 것을 보고 거실서 씨앗 키우기의 재미를 알았다. 범박동 화원으로 꽃씨를 사러갔다.

바람이 숭숭 통하는 비닐하우스 화원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이명박 정부 5년간 평균 연간 경제 성장율이 2.9%였고, 박근혜 정부 1년의 경제성장율은 2.8%로 우리나라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서민들이 가장 살기 힘들어지고, 꽃집을 비롯한 문화사업들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꽃집 아저씨의 거친 손에 기운이 빠져 있다. 너무 힘들어서 이제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다고 하신다.

아저씨의 하소연이 안타까워서 수선화 두 개를 비롯해서 작은 화분 네 개를 구입했다. 그래봤자 1만2000원이다. 그래도 꽃집 아저씨는 부지런히 일을 하신다. 장사가 잘 될 때는 하루에 70~80만 원의 매상이 올라서 신나게 일하셨다고 한다.

요즘은 얼마나 매출이 일어나는지 차마 여쭤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꽃씨를 일곱 봉지나 무료로 주신다. 비록 중국산 꽃씨이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이 화원을 방문하면 집에서 키워 볼 수 있도록 나눠 주신다고 한다. 화원을 하다 보니 투박한 모습과는 달리 마음씨가 고우신 모양이다.

거실에서 모종 키우기
 거실에서 모종 키우기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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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준비해 둔 종이컵에 원예용 상토를 반컵 정도 붓고 각 씨앗들의 특성에 맞게 흙을 덮으며 씨앗을 뿌렸다. 씨앗 봉투 겉면에 심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아내는 꽃씨를 뿌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렸지만, 내 손으로 예쁜 꽃들을 키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 잠시도 기다릴 수 없었다. 종이컵에 각 씨앗의 이름과 계통, 꽃말을 적어넣었다.

금잔화     국화과     이별의 슬픔
다알리아  국화과     당신의 마음을 알아 기쁩니다
과꽃        국화과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깊습니다

채송화     쇠비름과  가련, 순진, 천진난만
타레붓꽃  붓꽃과     나를 인정해 주오
사루비아  꿀풀과     불타는 나의 마음, 정열, 지혜
도라지     초롱꽃과  영원한 사랑, 포근한 사랑


도라지를 포함해서 총 7종의 씨앗을 뿌린지 5일 만인 3월 18일. 제일 먼저 다알리아(Dahlia)가 두 개의 종이컵에서 떡잎을 내밀었다. 제법 커다란 씨앗을 머리에 이고, 흙을 헤치고 약 2cm 줄기를 뻗었다.

거실에서 모종 키우기
 거실에서 모종 키우기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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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리아의 꽃말은 '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특히 나폴레옹의 황비 조세핀이 사랑했다고 한다. 다알리아는 멕시코 원산의 여러해살이 풀로, 영국의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이집트의 미이라가 손에 쥐고 있던 꽃에서 떨어진 씨앗을 키워서 얻은 꽃이라고 한다.

꽃을 키우는 데 관여했던 스웨덴의 식물학자 '안드레아 다알'을 기념하기 위해 다알리아라는 꽃 이름이 붙여지게 됐단다. 이 꽃의 원산지는 멕시코인데, 영국에서 키워서 스웨덴 학자의 이름이 붙여졌으니 다국적 네트워크를 갖춘 꽃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 백과사전에 의하면 1789년에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처음 전해졌다고 하니, 영국인들이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런 전설을 만들었다고 추측할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다음 블로그 무일농원에 이 기사의 초안이 게재돼 있습니다.



태그:#무일, #무일농원, #다알리아, #경제성장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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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없이 살아도 나태하지 않는다. 무일입니다. 과학을 공부하고, 시도 쓰며, 몸을 쓰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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