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즘만큼 다이나믹한 대한민국 정치를 보여주는 현실도 드문 것 같습니다. 6·4 지방선거가 3각 구도에서 결국 일대일 양자구도로 변화가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지난 20편까지는 구체적인 선거 전략에 관한 것이었다면, 앞으로 쓸 네 편은 각 정치세력,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하려던 분들과 민주당으로 출마하려던 분들, 그리고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려던 분들과 진보정당 후보로 출마하려던 분들을 생각하면서 글을 정리할까 합니다. 아무쪼록 잘 숙지하셔서 예비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기자 말

일요일의 난데없는 폭탄, 그리고 대혼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선출된 김태년-송호창 경기도당 공동위원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선출된 김태년-송호창 경기도당 공동위원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3월 2일, 평온한 일요일 아침의 신당 창당 선언은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세력은 물론 각 신문과 방송사들에게 떨어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한 종편에 출연했던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그저 '지방선거 무공천' 발표려니 하고 있다가 오보가 뜬 줄 알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안철수가 이미 신당창당을 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신당창당을 용인하고 선거연대를 하자는 것인데 오보가 난 줄 알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결국 안-김 신당 창당 선언이 명확해지자 너무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는군요. 신당 창당 선언이 단순히 당을 새로 만드는 것을 넘어서 대한민국 정치판의 새판 짜기 돌입과 지방선거 전망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평론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더라는 겁니다.

하지만 뭐라고 해도 가장 당황스러운 세력은 바로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를 계획했던 전국의 많은 출마 예정자들일 것입니다. 윤여준 전 장관의 수차례 "연대는 없다", "독자노선으로 끝까지 갈 것이다"라는 말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웠던 것이지요.

저는 울고 싶어졌습니다. 바로 다음날 3월 3일, <광주일보>가 개최하는 '풀뿌리 정치아카데미' 특강이 잡혀 있는데, 그 모든 강연 내용이 바뀌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주에서의 강연이다 보니 부담은 백 배 더했습니다. 물론 제 강연 뒤에 윤여준 전 장관의 강연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말이 나올까 궁금증도 더해졌습니다. 하여간, 폭탄은 떨어졌고 대혼란이 시작된 것이지요.

저는 그저 마음을 비웠습니다. 평소 하던 대로 선거 전략에 대한 강연을 끝냈고(광주의 후보들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윤여준 전 장관이 어떤 이야길 할지에 귀 기울였습니다.

순서가 되어 윤여준 전 장관이 연단에 섰습니다. 강연을 시작할 때는 "그동안 새정치를 기대했던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할 뿐"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내 30여 분간 김대중 정권 시절의 국정운영기조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전략'을 끌고 가더군요. 윤여준 전 장관의 뜬금없는 강연에 저는 속으로 '뜨아' 했습니다.

"뭐지?"

윤 전 장관의 논지는 명확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내세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전략'이라는 것은 시대를 앞선 혜안이라는 겁니다. 신자유주의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IMF 시대에 김대중 대통령은 이미 시장이 가지고 있는 발전적 경향성이 탐욕성으로 발전해 국가권력을 위협할 것을 이해했고 이를 민주주의의 병행발전을 통해 제어하겠다는 국가 전략적 기조라는 겁니다. 제 의아함은 김대중 대통령의 혜안을 떠나서 왜 지금 이 시기, 폭탄이 정통으로 떨어진 광주에 와서 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저는 윤 전 장관이 '공공성'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려고 민주당에 들어갔지만(윤 전 장관은 "사슴이 호랑이 굴로 들어갔다"라고 표현했습니다만) 새정치를 염원하는 후보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국정기조에서 강조했듯이 정치에 있어서의 '공공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새정치를 모토로 하려는 정치세력의 첫째 기조는 특정집단의 이익이 아닌 보편적인 공공성을 자신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윤 전 장관은 신당창당 선언을 한 다음날 그 경황없는 가운데서도 신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입니다(적어도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윤여준 전 장관이 지극한 현실주의자인지 지독한 기회주의자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왜? 새정치를 하려고 하나?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를 하려는 분들이 어쩌면 이번 신당창당 선언의 가장 큰 피해자일 것입니다. 조직도 없고, 자금도 없고, 하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 새정치에 대한 염원 하나만 믿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그 수장인 안철수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구태정치라 비판하는 민주당과 당을 함께 만든다고 하니 열불이 난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한 템포 쉬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왜 새정치를 하려고 하나? 무엇을 바꾸려 했나? 혹시 얄팍하게 안철수 바람에 기대서 배지나 달려고 하지 않았나? 하고 말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이 어쩌면 기분이 나쁠 수 있고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국민의 입장에서 충분히 드릴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번 2014년 제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보다는 2016년과 2017년의 권력교체기에 더 관심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안철수가 신당을 창당한다고 했을 때 속으로는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야권의 질서가 재편이 되어서 2016년과 2017년에는 좀 제대로 붙어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2014년은 2016년과 2017년을 위한 야권질서 재편에서의 원년으로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 야권질서의 재편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선거승패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은 분화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안철수 신당 후보로 출마하려고 계획했던 분들에게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앞이 깜깜할수록 잘 생각해 보면 길이 보이는 법입니다. 밤이 깊다는 것은 새벽이 가깝다는 다른 말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는 가도 현상은 남는다

안철수는 가더라도 안철수 '현상'은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작은 따옴표로 강조한 '현상'이라는 단어를 주목해 주십시오. 특정인의 이름 뒤에 현상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 주인공 안철수가 없더라도 이 현상이 남아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 현상은 현재 '反정치'혹은 '反제도권'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저는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가 주창한 '국회의원 정수 200명 축소'라는 부분에 대해서 종편에 출연하여 격렬하게 반대를 했습니다. 전형적인 '반 정치' 포퓰리즘의 표상이기 때문입니다.(여기서 불거진 안철수 리더십 문제는 따로 논하지요) 하지만 그런 주장이 속 시원하다고 힘(?)을 얻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네 정치에 환멸감과 불신감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철수는 갔지만 남아 있는 현상을 선거 전략으로 붙잡으십시오. 선거 전략상 이 '현상'은 새정치냐 새정치 아니냐의 구도싸움일 수도 있고, 새인물이냐 새인물 아니냐는 인물싸움일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중앙에서의 바람이 안철수냐 안철수 아니냐의 바람으로 좌지우지 될 수 있지만 지역에서는 개별 후보자의 역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반 정치'로 표현되는 '현상'을 주목해서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답입니다.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새정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이번 선거의 전체 프레임이 새누리당이 주도하는(!) '새정치' 프레임으로 짜여질 수도 있습니다. 벌써 그 조짐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하려던, 이번 신당창당 발언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예비후보들은 초심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안철수 캠프 출신으로 새정치 프레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주)데이타일렉션 강경원 대표는 얼마 전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를 하려는 예비후보자 대상의 강연에서 이와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많이 혼란스러우실 것이고, 많이 힘드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혼란과 역경 자체가 새정치를 향해 나가야 하는 필연적인 과정일 수 있습니다. 무공천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진정한 새정치의 공천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새정치를 염원하는 국민을 믿고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걸어가십시오. 그 모습을 국민들이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정치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없듯이, DJ도 YS도 초짜 정치로 시작했듯이, 뚜벅뚜벅 새정치 깃발을 들고 걸어가십시오. 초심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이십시오. 그게 여러분들께는 가장 초보적이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전략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네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마찬가지이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마시멜로우 中-

덧붙이는 글 | 다음으로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분, 진보정당으로 출마하려는 분들에 대한 전략적 조언이 이어집니다.



태그:#착한정치컨설팅, #최요한, #데이타일렉션, #새정치연합, #안철수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