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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CEO가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창조경제 글로벌 포럼에서 '개방형 혁신'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CEO가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창조경제 글로벌 포럼에서 '개방형 혁신'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미래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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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정부 생각 많이 안 하는데..."

세계적인 IT(정보기술) 지성도 '창조경제'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19일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행사 기조 강연자로 한국에 온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CEO(최고경영자)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한국 기자들 질문이 거듭되자 난처한 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크리스 앤더슨은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 편집장으로 10년 넘게 일했고 국내에도 '맞춤형 소량생산' 시대를 예고한 <롱테일 경제학>을 비롯해 <공짜 경제학><메이커스> 등 베스트셀러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크리스 앤더슨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조경제 글로벌 포럼'에서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크리스 앤더슨은 자신이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기술을 공유해 개인용 무인비행기(드론)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한 과정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 만 명에게 1000만 달러를 모아 스마트워치를 만든 '페플'을 대표적인 '개방형 혁신' 사례로 소개했다. 지금까지는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개방된 에코시스템(생태계)을 활용해 다양한 구성원들과 협업해 제품을 만드는 '개방형 혁신'이 대세가 되리란 메시지였다.

"정부가 개방형 혁신 '장벽'... 인프라 제공 역할해야"

다만 크리스 앤더슨은 "서구의 경우 정부 역할이 크지 않다"면서 "오히려 정부가 개방형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고 정부 규제를 피하려고 개방형 혁신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정부 역할에 선을 그었다. 미국에선 오히려 생산된 제품에 직접 책임지지 않으면서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거나 정부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개방형 혁신'이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모델은 정부 개입 요소가 많지 않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개방 혁신 인프라를 제공하는 게 할 일"이라면서 "예를 들어 한국 학교 컴퓨터실에 '3D 프린터(입체적인 물건을 제작하는 프린터)'를 비롯해 학생들이 CAD(컴퓨터를 활용한 설계)나 디자인을 직접 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게 개방 혁신에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교육 과정에 '코딩(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할 필요는 없지만 배울 수 있는 환경에는 노출돼야 한다"면서 "미국에서도 1년에 하루, 1시간씩 코딩 관련 기초 교육을 하고 있는데 1% 학생이 코딩에 관심을 갖고 그 가운데 또 1%가 자신의 커리어로 삼을 수만 있어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거듭 정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미국에선 정부 생각을 많이 안 하는데 한국은 정부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난처해 하기도 했다. 앤더슨은 "(코딩 교육을) 수능용으로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면서 "창조경제는 '재미'로 요약할 수 있고 학교, 공부, 일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소프트웨어 특허 반대... 개방해야 더 성공 가능성 높아"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CEO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미래부가 주최한 '창조경제 글로벌 포럼' 기조 강연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CEO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미래부가 주최한 '창조경제 글로벌 포럼' 기조 강연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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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줘라,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박근혜 창조경제의 또다른 축인 지식재산권 강화도 오히려 개방형 혁신에 큰 장애물로 꼽았다. 앤더슨은 "자신의 지식재산을 공유하더라도 나중에 라이선스로 내 발명을 보호할 수도 있고 내 드론을 구매하게 할 수도 있다"면서도 "소프트웨어 특허는 개방형 혁신을 가로 막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식을 공개할수록 특허 괴물이나 기업들의 공격을 받는 게 안타깝다"면서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고 기여하면 그만큼 보상받게 된다"며 안드로이드를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았다.

앤더슨은 "지적재산 사용을 통제하는 애플 iOS는 시장점유율이 줄고 있고, 구글 안드로이드는 오픈을 활용해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두 가지 모델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선택은 소비자와 기업의 몫"이라고 밝혔다

한국 엔지니어들이 오픈 소스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동기는 여러 사람이 원하기 때문에 기여하는 것"이라면서 "처음에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작해서 개선된 기술을 공유하면 명성을 쌓게 된다"고 밝혔다.

앤더슨은 오히려 "왜 한국인들이 오픈소스에 소극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문하면서 "한국인들이 너무 바빠 취미 활동을 할 여유가 없어 '제작자 운동'에도 소극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크리스 앤더슨은 "(개방형 혁신은)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어떤 세대가 공유하는 데 익숙해지면 자유롭게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디자인 파일이나 소프트웨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롤 모델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한국에서도 오픈소스로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더슨은 "나도 한국 회사에 만든 휴대폰을 쓰지만 소프트웨어는 중국 회사에서 오픈 소스로 만든 것"이라면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네이버)이 외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것처럼 소프트웨어를 개방할수록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태그:#크리스 앤더슨,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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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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