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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파간첩 원정화씨(자료사진)
 직파간첩 원정화씨(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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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를 봐라. 인정하니까 아무 일 없이 한국에서 잘 살잖아. 너도 인정하면 오빠랑 한국에서 잘 살 수 있어."

국정원 조사에서 자신의 친오빠를 간첩이라고 진술했다가 법정 증언에서 이를 뒤집은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는 수사관들의 강압수사가 있었다고 했다. 강압수사뿐 아니라 오빠가 간첩이란 걸 인정하면 김현희처럼 잘 살 수 있다는 회유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혐의를 인정하면 김현희처럼 잘 살게 해주겠다'는 회유를 통해 간첩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하나 더 제기됐다. 지난 2008년 7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명 '위장탈북 여간첩 원정화'사건이다. 월간지 <신동아> 4월호는 원씨가 정보기관·수사기관의 이같은 회유를 받은 뒤 자신이 간첩임을 시인한 정황을 보도했다.

원씨가 지난 2001년 탈북자로 위장해 남한에 정착한 뒤 북한 보위부의 '군 장교와 정보기관 요원에 접근해 기밀을 빼내고 이들을 살해할 것',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소재를 알아내라'는 등의 지시를 받고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위장탈북 부녀간첩 사건'으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 원씨의 의붓아버지 김동석씨도 원씨의 간첩혐의 상당수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원씨와 김씨는 북한에 살 당시 원씨 어머니가 이혼 뒤 재혼을 하면서 딸-아버지 사이가 됐다.

따로 기소된 두 사람은 재판 결과가 달랐다.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 원씨는 지난 2008년 10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상소를 포기했다. 김씨는 1심부터 3심까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 확정됐다.

<신동아>보도에 따르면, 원정화씨는 지난 2월 말 김씨의 집에서 김씨를 만나 얘기하면서는 "나는 보위부의 '보'자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 보위부와 연관돼 있다고 한 자신의 진술을 부인한 것이다.

김씨는 원씨와의 대화를 녹음했는데, 이 대화에서 김씨가 "네가 무슨 간첩이냐? 그리고 내가 간첩이라는 증거가 있냐?"고 묻자 원씨는 "그렇죠, 아버지가 무죄를 받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라고 답했다.

녹음 내용대로라면 공소사실 상당수 조작 가능성

공소사실에서 원씨는 북한 보위부 요원인 김교학 단둥무역대표부 부대표로부터 2002년 10월부터 각종 지령을 받고 활동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김씨가 "네가 김교학이하고 안 지가 12년 됐다고 하는 거는 거짓말이지?"라고 묻자 원씨는 "아, 그건 거짓말이고, 그게 아니고 언제부터 알았냐면, 안 거는 그때, 아버지, 2004년도인가 2005년도부터 알기 시작한 거고…. 나 진짜 그때는 (북한에) 가고 싶었어요"라고 답했다.

원씨가 이 때 한 말이 맞다면 공소사실 중 2003년 초에서 2004년 초까지 원씨가 김교학으로부터 받았다는 각종 기밀 파악과 요원 살해·납치 지시들은 '꾸며진 혐의'가 되는 셈이다.

이 대화에서 원씨는 김교학으로부터 '국정원 직원과 친분을 쌓아라', '황장엽 거처를 알아봐달라'는 얘길 들은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누군가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대화 내용으로 봐선 원씨는 남한 정착이 쉽지 않아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보위부 요원인 김교학에게 일을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접근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씨는 최근 김씨와 만난 자리에서도 재판에선 인정했던 2002년 10월, 2006년 5월 밀입북 혐의를 부인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가 공개한 녹음과 대화 내용으로 미뤄보면 원씨는 김교학을 알고 그로부터 남한의 정보 당국자에 접근하고 정보를 빼내란 요구는 받았지만 공소사실처럼 살해·납치를 지시받는 공작원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김씨는 원씨가 북한 보위부 직파 간첩을 자처하고 5년 동안 형을 살았는지에 대해 "'왜 사실도 아닌 거짓말을 해서 스스로 간첩이 됐냐'고 그랬더니 정화가 이렇게 말했다.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에서 (간첩혐의에 대해) 잘 말하면 김현희처럼 살게 해준다'고 했다고"라고 전했다.  

그러나 원씨는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에게 "난 그동안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난 분명히 북한 보위부에서 파견된 간첩이었다"며 "이미 법적인 처벌을 다 받았다. 내 과거 행적에 대해 더 이상 다투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신동아>는 전했다.


태그:#원정화, #탈북부녀간첩,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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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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