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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공화국 총리,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의회 의장, 푸틴 대통령, 알렉세이 찰리 세바스토폴 시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공화국 총리,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의회 의장, 푸틴 대통령, 알렉세이 찰리 세바스토폴 시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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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다른 길로 가지 않는다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반도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오히려 서방의 제재에 대해 보복을 가하겠다며 맞섰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이끄는 오바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푸틴 대통령과의 힘겨루기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자 안팎에서 '쓴소리'가 쏟아지고 지지율마저 추락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네 차례에 걸쳐 3시간 넘게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나 압박은 물론 설득조차 하지 못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다음 단계로 들어갈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으나 이미 전 세계의 눈길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모여 있다.

오바마와 푸틴, 지지율도 희비 엇갈려

지난 1월 18일(한국시각) 있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NSA 개혁 연설을 생중계하는 CNN 방송 갈무리.
 지난 1월 18일(한국시각) 있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NSA 개혁 연설을 생중계하는 CNN 방송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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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푸틴 대통령과의 외교 대결에서도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해 6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체포하기 위해 러시아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스노든의 러시아 망명을 허용했다.

최근 러시아의 반동성애법을 비난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소치 동계올림픽 개회식 불참을 선언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푸틴 대통령의 바람대로 소치 올림픽은 러시아의 국력을 마음껏 과시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푸틴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고에도 크림 자치공화국의 주민투표와 독립 선언, 푸틴 대통령의 서명 등 러시아의 크림 합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주요 인사 7명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여행을 금지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물론이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세르게이 이바노프 비서실장,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사장 핵심 측근은 건드리지도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푸틴이 오바마를 지미 카터로 만들어 버렸다"며 집권 시절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란의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등에 잘못 대응해 최악의 외교력으로 혹평을 받았던 카터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어 패했던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가세했다. 롬니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실패한 지도력의 대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최근 미국이 겪고 있는 외교 문제의 원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때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인기 하락 덕분에 일각에서 재기설까지 나돌고 있는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미국을 존경한다는 국가는 찾기 힘들어졌고, 그들의 노력은 실패했다"며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클린턴까지 비판했다.

롬니는 "최근 5년간 외교적 위기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좋은 선택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아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아직 성공할 기회가 있고, 핵심은 '타이밍'이다"라고 훈수를 뒀다.

11월 중간선거 '레임덕' 고비... 돌파구는?

오바마 대통령의 위기는 지지율에서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 NBC방송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를 기록하며 2기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3년 내 최고치인 71.6%까지 상승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월 열리는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의 지위를 잃어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 만약 중간선거에서 패한다면 곧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을 정부의 제안대로 현행 7.25달러에서 10.10달러까지 올리면 총 5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개혁 '오바마케어'의 웹사이트 오작동,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등에 이어 바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다. 미국의 패권을 노리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력이 가장 큰 시험대에 오른다.


태그:#버락 오바마, #블라디미르 푸틴, #크림반도,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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