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재보강 : 20일 오후 5시 46분]부하 여군에게 지속적인 성추행과 가혹행위를 해서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소령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일 육군 제2군단 보통군사법원은 군 형법상 군인 등 강제추행, 폭행, 직권남용, 가혹행위등 혐의로 기소된 노아무개 소령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노 소령의 모든 혐의는 인정되지만 초범인 점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16일 강원도 화천 육군 제 15사단에 근무하던 오아무개 대위는 자신의 승용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후 오 대위가 남긴 유서와 일기장, 주변인들의 진술을 통해 오 대위가 직속상관인 노 소령으로부터 성관계를 강요받는 등 지속적인 성추행과 폭행, 가혹행위에 시달려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날 재판부는 노 소령의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피고인이 사망한 오 대위의 직속상관으로서 오 대위에게 가했던 직권남용가혹행위, 욕설 및 성적 언행을 통한 모욕, 어깨를 주무르는 신체접촉을 통한 강제추행 등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판이 끝난 후 오 대위의 유족 측은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며 "매일 매일 얼마나 시달렸으면 생목숨을 끊었겠느냐"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이번 판결은 군사법원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으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균형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재판부가 오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 전적인 원인을 제공한 노 소령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했으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양형부당'"이라고 밝혔다. 군 검찰은 항고할 뜻을 밝혔다.
한편, 노 소령 측이 사실과 다른 부대 출입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2군단사령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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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부대 관계자는 "노 소령 측이 제출한 출입기록은 전산오류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안문서인 부대출입기록이 어떤 경위로 노 소령 변호인 측에 전달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규명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