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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저희 회사는 영등포구 양평동의 초등학교에서 약 180미터 떨어진 곳에 관광호텔 300실 정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150명을 직접 고용할 수 있고 유발효과까지 따지면 300명 정도 (고용 가능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사업추진 1년째가 되도록 규제와 싸우고 있습니다."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는 대기업들은 물론 중소기업, 부동산 개발업자, 갈빗집 사장 등도 각종 민원을 쏟아냈다.

한 개발회사의 전무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 '민원'을 넣었다. 지자체가 지역 주민의 반대 이유를 들어 학교 근처 관공호텔 건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현행 학교보건법 개정도 요구했다. 그는 "학교보건법이 관광숙박산업을 유해한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법에 따르면 저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해한 시설을 개발해서 운영하려고 하는 파렴치한 사회악이 되는 것"이라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이어 "한 중학교에서 20미터 떨어진 관광호텔은 되는데 또 다른 중학교에서 120미터 떨어져있고 현재 60여 개 모텔이 성업 중인 숙박촌에는 관광호텔이 불허됐다"며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저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젊은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오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라며 "더 이상 유해한 시설을 공급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제도가 변경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맞장구 친 유진룡 "우리사회 너무 근엄"

이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맞장구를 쳤다. 유 장관은 "우리 사회가 너무 근엄하고 학습 중심적이다 보니 저희 부가 관장하고 있는 분야는 다 척결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저희도 정말 미치겠다,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풀어도 중간단계에서 막혀버리고 하는 것이 있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콱콱 압력을 넣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라는 말에 반색했다. 박 대통령은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을 바라보는 편견은 죄악이라고 규정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실업은 최대 관심사이고 어떻게든 풀려고 모든 정성을 쏟고 있는데 시대에도 안 맞는, 현실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인해 청년들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다 막고 있는 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부모 입장에서도 얼마나 화가 나는 일이냐"며 "이런 부분은 사회적으로 이슈화를 시켜 국민들도 판단을 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학교 주변 관광호텔이나 모텔의 입지 규제가 '죄악'으로 규정되자 난처해진 것은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서남수 교육부장관이었다.

"학교 인접 지역은 정화해야"... 교육부 장관 소신 발언?

서 장관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개발업체 전무가 예로 든 중학교 주변에 직접 가봤다면서 "그 지역은 88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화구역 심의를 받지 않고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해서 60~70개 이상의 호텔들이 들어서 있는 지역인데 학교 등교길에 교육적으로 유해한 전단지들이 많이 깔려있거나 벽에 붙어 있었다"며 "학교에 굉장히 인접해 있어 앞으로 정화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개발업자 민원의 문제점을 나름 지적한 셈이다.

서 장관은 "어떤 지역은 학교 환경을 위해 규제가 꼭 필요한 곳도 있다"며 "지역 교육청과 적극 협의해서 학교 환경과 투자 활성화가 좀 더 균형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회의는 호텔 개발 업자의 사례처럼 '민원 제기-주무 부처 답변- 대통령의 지시'로 이어지는 방식이 계속 반복됐다. 오후 2시에 시작된 회의는 7시간 넘게 계속됐다. 규제를 '처 부술 원수', '암 덩어리'로 규정한 박 대통령 앞에서 해당 정부부처 수장들은 진땀을 흘렸다.

반면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민원은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목소리'라는 힘을 얻었다. 이 중에는 물론 일리 있는 지적도 없지 않았지만 관광호텔을 짓게 해달라는 개발업자가 "호텔을 많이 개발해서 젊은 층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이 학생들이 입시난과 취업난에 허덕이면서 건강을 손상시키는 것보다 학교보건법의 목적을 긍정적으로 달성하는 일"이라는 궤변을 내놔도 반론은 없었다. 

박 대통령 서슬에 사라진 토론

박 대통령은 규제를 "빨리빨리 해결하라"고 강하게 질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민관 합동 규제 개선 추진단'에서 '손톱 밑 가시' 개선을 추진했는데 아직도 90개가 해결을 못보고 있다"며 "아직도 추진이 완료되지 않았으면 큰 문제다, 관련 부처도 책임을 같이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실무자들까지 불러 세워 "지금 있는 숙제부터 빨리빨리 해결해야지 그것도 못하면 신뢰가 안 간다"며 언제까지 풀겠다는 것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규제의 양면성을 지적하면서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는 구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서슬에 이날 회의에서 꼭 필요한 규제인지 아니면 정말 없어져야 할 규제인지를 논의하는 토론은 실종됐다. 7시간 넘게 생중계된 '규제' 마녀사냥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대기업의 규제 완화 '민원'을 회의 모두에 발제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은 "대통령님의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열정, 그리고 진심이 느껴진다"며 "최근 규제관련 대통령님의 말씀이 다소 과하지 않느냐, 이런 말도 시중에 있지만 경제계에서는 속시원하다, 이번에야말로 뭔가 되려나 보다, 이런 목소리가 많다"고 반색했다.


#박근혜#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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