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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이 되면, 아르띠 뿌자를 구경하기 위해 다샤스와메드 가트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르띠 뿌자는 강가(ganga 갠지스)의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의식. (바라나시)
 해질 무렵이 되면, 아르띠 뿌자를 구경하기 위해 다샤스와메드 가트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르띠 뿌자는 강가(ganga 갠지스)의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의식. (바라나시)
ⓒ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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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바라나시 하늘에 별이 뜨고,
새벽이 되면 갠지스 강물에 별이 뜬다. 꽃이 뜬다.
별자리처럼 띄엄띄엄 점점이 반짝반짝.
부지런한 자들이 배를 타고 나가 띄운 꽃불이다.

덜 부지런한 우리 가족은 오후 나절이 되어서야, 디아(꽃불)를 하나씩 손에 받쳐 들고 배를 탔다. 작은 은박 접시 안에는 주황색 메리골드 꽃과 동전만한 초가 소담스럽게 담겨져 있다. 강 한가운데로 배가 나아가면, 불을 붙인 디아를 강물 위로 띄워 보낸다, 마음 속에 소원 하나씩 새기면서. 까딱까딱 물결을 타고 꽃불은 흘러간다.

뱃사공 '선재'는 한국의 대학에서 10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받은 인도인이다. '선재'는 그의 한국 이름이다. 강물을 노 저어 가는 동안 유창한 한국말로 이런 저런 설명을 해준다.

바라나시 골목에서 본 소들은 대부분 주인이 있다라든가,
바라나시에서 얼어 죽는 사람은 있어도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라든가,
우기가 되면 갠지스 강물이 얼마나 불어나는지, 인도인들이 갠지스를 얼마나 신성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그런 이야기들.

설명을 같이 듣겠다고 옆의 나룻배가 우리 배 곁으로 다가왔다. 그 배 역시 선재네 배이건만, 뱃사공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인도인이다. 그쪽 배엔 중년의 한국 아줌마 둘만 타고 있었다.

가트 주변을 훑고 배가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벌써 땅거미가 진 뒤였다. 배에서 내리고 삯을 지불할 차례.

"주지 마! 돈 다 주지 마!"

선재가 듣거나 말거나 한국 아줌마들이 큰소리로 실랑이를 벌인다. 둘이서만 오붓하게 배를 빌린 보람도 없이 설명 듣겠다고 우리 배를 졸졸 따라다녔으니 딴엔 억울할 법도 하다. 선재는 난감한 표정으로 쓴웃음만 짓고 있다.

아줌마 오지랖으로

'아줌마들! 그러지 말고 다 주세요. 깎지 마세요!'

라고 참견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그렇게 그악을 떨며 내놓지 않으려고 했던 돈이 계산해 보면 몇 천원 안 된다는 걸, 하루도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렇게 낮 동안의 미숙했던 여행방식을 복기해 보는 잠자리 이불 속에서, 진저리치며 부끄러워했던 과거가 나에게도 있었기에.

그 대신 나는, 선재에게 팁을 얹어 주었다. 어쩌면 평생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로 희생만 하고 살다가 큰맘 먹고 하는 생애 첫 여행일지도 모르는 그 아줌마들에게 잘난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쪼록 한국 아줌마들의 인색한 인상을 상쇄시켜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나에 5루피(100원 정도)짜리 꽃불에 불을 붙여 강물 위에 띄운다.
 하나에 5루피(100원 정도)짜리 꽃불에 불을 붙여 강물 위에 띄운다.
ⓒ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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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년 1월 한달 동안 인도를 여행했습니다.
델리→조드뿌르→아그라→카주라호→바라나시→아우랑가바드(아잔타 석굴)→뭄바이
우리 가족의 여정은 이러했지만, 제 여행기는 여행의 순서를 따르지 않습니다.
엽서 한 장 띄우는 마음으로 씁니다.



태그:#꽃불(DIA), #바라나시, #갠지스, #인도, #인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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