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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관의 성추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오 대위는 지난 10월 부대 인근 화천군 청소년야영장 주차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상관의 성추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오 대위는 지난 10월 부대 인근 화천군 청소년야영장 주차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 고정미

[기사보강: 27일 오후 6시 53분]

지난 10일 강원도 춘천시 육군 제2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는 성추행과 가혹행위를 지속적으로 저질러 부하 여군 장교를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15사단 부관참모 노아무개 소령에 대한 구형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2군단 검찰관 김아무개 대위(진)는 노 소령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관은 구형문에서 이번 재판이 "힘겨운 재판"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이 재판이 복잡하고 난해해진 이유는 유력한 피해자가 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무 명에 달하는 증인들이 이 법정을 거쳐 갔지만, 단 한 사람만은 이 법정에 나와 억울한 마음을 재판부에 토로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검찰관은 또 "이 사건은 살인사건이 아니다, 한 사람이 안타깝게 명을 달리했다는 것과 피고인이 누군가를 죽였느냐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우리에겐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에겐 연인이고 동료이고 또한 전우였던 한 사람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낼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검찰관은 "'상명하복'을 마치 앙시앵레짐(기자 주 : 프랑스 혁명 이전의 구체제)과 같은 신분제도나 봉건적인 노예제도와 동의어로 생각하는 잘못된 군대 문화야말로 우리가 이 자리에서 엄단해야 할 대상"이라며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자랑스러워야 할 우리의 군복이 어떻게 더러워질 수 있는지, 우리 군대에 아직도 폭력적인 언어사용, 여성비하와 같은 후진적인 관습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 목격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검찰관은 '피고인은 비록 전과는 없지만 상당 기간 동종 범행이 반복되어 왔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휘하 부하들을 모두 무능력하고 사생활이 부적절하다고 매도하고 있다'면서 실형 구형의 이유를 밝혔다.

이날 검찰관이 구형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법정 안에는 유족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은 군 검찰관의 구형문 전문이다.

길고도 힘겨운 재판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부를 구성하는 재판장님, 주심 부심 판사님, 서기·속기사님, 방청객에 계신 아버님을 비롯한 가족과 관계자분들, 교도관님, 정병들 그리고 피고인과 변호사님까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본 검찰관은 경험이 일천하여 많은 사건을 담당해 보지 못하였지만, 이 재판이 꽤나 어렵고 힘들었다는 것은 부족한 저로서도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이 재판이 마치 고르디우스의 실타래와 같이 왜 이리도 복잡하고 난해해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단순한 이유입니다. 유력한 피해자가 이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의 공판기일 스무 명에 달하는 증인들이 이 법정을 거쳐 갔지만, 단 한사람만은 이 법정에 나와 억울한 마음을 재판부 앞에 토로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왜 저 자리에 서서 말할 수 없었던 것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본 검찰관은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고, 공판유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담당 검찰관으로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 사건은 살인사건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안타깝게 명을 달리했다는 것과 피고인이 누군가를 죽였느냐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 법정에서 행하고 있는 것은 마녀사냥도 아니고, 원님재판도 아닙니다. 존경하는 재판부는 당연히 그러하시지만, 본 검찰관 역시 법과 논리에 의해 공정한 판단만을 내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2013년 10월 16일 한 사람의 의아한 죽음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스물아홉 꽃다운 나이의 늠름한 대한민국 여군 장교였습니다. 의무복무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조국의 방위를 위해 청춘을 바치기로 결정하였고 그런 본인의 결단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였던 사람입니다.

그랬던 그가 왜 그리도 슬픈 모습으로 우리를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것일까요. 재차 말씀드리지만, 피고인이 그녀를 직접적으로 죽였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감정에 치우친 결론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에겐 연인이고 동료이고 또한 전우였던 한 사람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낼 책임이 있습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이 마치 연인간의 다툼에 의한 단순한 치정극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남자친구와의 결별로 비극적인 죽음을 택한 가련한 여인... 낭만적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 없이 많은 커플들이 싸우고 화해하고 바람피우고 헤어지고 결혼하고 또 이혼하고 있지만, 그들 중 누군가가 자동차에서 연탄을 피웠다는 얘기는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입니다. 그것도 가열 차게 차인 것도 아니라, 명백하지 않은 이유로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남자친구와 결별할 것을 일방적으로 마음먹고 자살을 택한다는 스토리는 더더욱 말입니다.

고 오OO 대위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장교였습니다. 누구보다 일찍 나와 누구보다 늦게까지 업무에 매달렸습니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드라마 제목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도 아니었고, 선거 캐치프레이즈 같은 '저녁이 있는 삶'도 아니었습니다. 매일 같은 질책·폭언이 그녀의 월급이었고, 모욕·성희롱이 그녀에겐 성과급이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울 폭언과 모욕적인 질책을 퍼붓고 몇 시간 채 지나지 않아 '보좌관 힘들지'라며 어깨를 주무르는 상관을 말입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는 '가혹행위'라 함은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경우라 판시하고 있습니다. 으레 그러하듯이 규범해석은 애매하고 모호한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과연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렵다'함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긍정적인 성격을 가졌던 평범한 한 사람이 죽음까지 선택하였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정도를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혹자는 이 사건을 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소를 잃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피고인이 자주 사용하던 표현이군요. 바로 그 여자 소야말로 미련할 만큼 우직하게 본인의 직분에 충실하고자 했던 우리 조국의 자랑스러운 청춘입니다. 조국을 위해 젊음을 기꺼이 바친 키 큰 소, 검정 소, 뚱뚱한 소가 모여 이 땅의 자유를 적화통일의 야욕을 가진 적국으로부터 지켜내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사건은 살인 사건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목숨 값이 이 재판의 가치가 아닙니다. '상명하복'을 마치 앙시앵레짐과 같은 신분제도나 봉건적인 노예제도와 동의어로 생각하는 잘못된 군대 문화야말로 우리가 이 자리에서 엄단해야 할 대상인 것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자랑스러워야 할 우리의 군복이 어떻게 더러워질 수 있는지, 우리 군대에 아직도 폭력적인 언어사용, 여성비하와 같은 후진적인 관습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 목격하였습니다.

그 모든 것이 피고인의 책임이란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이 법정 밖에서는 수면 아래 더 많은 피해자들이 홀로 눈물을 삼키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여군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빙산의 일각이나마 수면 위로 떠오른 이상, 군기강의 수호를 위하여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정을 내려치는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피고인은 비록 전과는 없지만 상당 기간 동종 범행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또한 이 사건 신문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휘하 부하들을 모두 무능력하고 사생활이 부적절하다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관은 피고인에게 실형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 본 검찰관은 피고인에게 징역 5년형을 구형합니다.

노 소령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군단보통군사법원의 판결 견해
- 하태훈 고려대 법학과 교수(형법·형사소송법)
- 지속적인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노 소령에게 군사법원이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것을 두고 '솜 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군 검찰관이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사건에서 노 소령이 행위를 오 대위의 죽음과 연관시키면 문제가 더 어려워진다. 형사법적으로는 피해자가 사망한 것과 범죄행위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자살까지 가게 된 이유 중에 상관의 폭언, 모욕적 언사, 성추행, 성희롱적 발언 이런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 1심 재판부가 추행의 정도가 약하다고 보았으면서도 징역 2년에 처한 점은 좀 납득하기 어렵다. 정도가 약했다고 한다면 2년도 과한 것 아닌가. 2년을 인정했으면서도 추행 정도가 가볍다? 군사법원에서 비슷한 다른 범죄에도 징역2년을 선고하는지 잘모르겠지만, 모순인 것 같다. 강제추행정도가 약하다고 했지만 2년을 선고한 걸 보면 심정적으로는 약하지 않는데 판결문에는 약하다고 쓴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재판부는 집행유예 사유로 전과가 없는 초범이라는 이유도 들었다.
"아니 모든 군인이 전과가 없는 초범 아닌가. 이걸 참작사유로 적용해서 집행유예를 한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군대 내의 모든 범죄자들에게는 거의, 장교들에게는 거의 적용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고 모든 장교들의 범행을 집행유예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마도 이런 판결이 가능했던 이유는 법조인이 아닌 군인이 재판장을 맡는 군사법원제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판결은 우리 군사법제도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판결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고 오혜란 대위#오대위 사건#군대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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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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