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1일 검찰이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연루된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아무개 과장과 협조자 김아무개씨를 구속기소하면서 낸 공소장에는 이들이 증거조작이 드러나는 순간까지도 위조한 문서로 증거조작을 덮으려 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1일 검찰이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연루된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아무개 과장과 협조자 김아무개씨를 구속기소하면서 낸 공소장에는 이들이 증거조작이 드러나는 순간까지도 위조한 문서로 증거조작을 덮으려 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31일 검찰이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연루된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아무개 과장과 협조자 김아무개씨를 구속기소하면서 낸 공소장에는 이들이 증거조작이 드러나는 순간까지도 위조한 문서로 증거조작을 덮으려 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김 과장과 김씨가 마지막으로 위조한 문서는 유씨의 출입경기록이었다. 지난 2월 9일 위조된 문서는 이미 재판부에 검사측 증거로 제출돼 있는 내용과 달라졌다. 기존 제출 문서는 허룽시공안국의 관인이 찍힌 '출-입-출-입' 내용이었지만 새로 위조된 출입경기록은 '출-입-입-입' 내용에 발급처가 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변호인측이 낸 문서를 스캔해서 "위 출입경 내역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을 지우고 "유가강(유우성)이 2006년 5월 23일 출경, 2006년 5월 27일은 입경 후 당일 출경, 2006년 6월 10일은 입경한 사실을 증명한다"는 주석을 위조해 넣었다. 그리고 중국의 위조업자가 만든 옌볜주 공안국 출입경관리국의 관인을 찍었다. '출-입-입-입'기록 부분은 변호인측 문서와 동일하게 해놓고, 결국 검찰의 '출-입-출-입이 정확하다'는 주석을 붙여 교묘하게 위조한 것이다.

또 김씨는 지인의 중국 자동차운전면허증 공증과 이에 대한 외사판공실 인증을 입수, 이 새로 위조한 출입경기록 내용을 지린성 창춘시 신유공증처가 보증하는 내용의 공증서를 지난 2월 13일 위조했다.

2월 13일은 변호인측 증거문서와 검찰측 증거문서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서울고등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해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검찰측 증거가 위조라고 밝힌 회신을 발송한 날이다. 이 내용이 다음날 언론에 보도되면서 증거조작 정황이 명백해졌다. 

사실 중국대사관의 회신 전에도 변호인들의 위조의혹 제기로 검찰측 증거문서에 대한 의혹은 짙어지고 있었다. 검찰측 증거문서들은 발급처도 맞지 않고 공증양식도 틀리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 김 과장과 김씨가 최대한 변호인측 문서와 비슷한 형태로 '마지막 출입경 기록'과 공증서를 위조한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대사관의 회신으로 결국 이 문서들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유가려 국정원 조사 당시 유우성 출입경기록 입수

이 마지막 위조 문서뿐 아니라 공소장에는 증거로 제출된 것보다 많은 문서들이 등장한다. 검찰 수사에선 유씨 동생 유가려씨가 입국한 직후 이미 국정원이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입수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또 위조된 문서 중 하나는 발신처 팩스번호를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똑같은 문서를 다시 보내는 해프닝도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주선양총영사관을 통해 중국 지린성 공안청에 공문을 보내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을 요청했다가 회신을 거절 당했다. 정식으로는 출입경기록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게 수많은 문서들이 등장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 대공수사팀은 이미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갖고 있었다. 발급날짜와 관인이 찍혀있지 않은 이 출입경기록은 유씨 동생 유가려씨가 입국해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2012년 11월 권 과장이 입수했다. 유씨와 유가려씨가 '국정원·검찰조사에서 수사관이 <출-입-입-입> 문서를 들이댔다'고 했던 그 문서로 보인다.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 증거제출 문서 요약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 증거제출 문서 요약
ⓒ 고정미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9월 수사팀은 이 출입경기록을 선양총영사관 파견 국정원 직원인 이아무개 영사에게 보내 영사의 공증을 받아 검사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검사는 이 출입경기록을 외형상 공문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 과장과 권 과장(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자살을 기도해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은 중국 내 또 다른 협조자 김○○으로부터 허룽시공안국 도장이 찍힌 유씨 출입경기록, 즉 유씨의 밀입북을 증명하는 '출-입-출-입' 내용의 새 출입경기록(1번 문서)를 입수해 검사에 전달했다.

그러나 검사는 이 출입경기록(1번)의 증거능력 확보를 위해 허룽시 공안국에 이 문서를 실제 발급했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같은 해 10월 24일 선양총영사관에 보냈다. 이에 따라 11월 12일 선양총영사관이 허룽시 공안국에 같은 내용의 공문 팩스를 보냈지만 이 공문은 허룽시 공안국 책임자에 도달하지 못했다. 김 과장과 권 과장은 시간을 정해서 이 영사가 이 공문을 보내도록 했고, 한편으론 이름을 알 수 없는 협조자로 하여금 허룽시 공안국에서 이 공문을 가로채도록 했기 때문이다.

선양총영사관의 공문을 가로챈 이 성명불상의 협조자는 '유우성의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회신 공문(2번 문서)을 위조했다. 이 위조문서를 입수한 권 과장과 김 과장은 지난해 11월 27일 국정원 사무실 컴퓨터로 중국업체의 인터넷팩스 서비스를 이용, 이 위조된 2번 문서를 선양총영사관으로 보냈다. 이 영사는 이 문서를 받아 즉시 대검찰청 등으로 발송했다.

대검까지 문서 전달된 뒤 '아차, 팩스번호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선양총영사관이 받은 2번 문서에 찍힌 팩스 발신번호가 허룽시 공안국이 아닌 엉뚱한 번호였던 것. 이 번호가 찍힌 팩스가 대검찰청까지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실수를 발견한 권 과장과 김 과장은 1시간 20분 뒤 허룽시 공안국 대표 팩스 번호가 찍히게 해서 선양총영사관으로 다시 보냈고,재송부된 문서를 받아 대검에 다시 보내라는 지시를 받은 이 영사에 의해 선양총영사관에서 대검찰청으로 전달됐다. 검사는 이날 이 2번 문서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12월 6일 변호인들은 '출-입-입-입' 내용의 옌볜주공안국 발급의 출입경기록(4번 문서), 이 문서의 뒤쪽 '입-입' 기록은 관리시스템 오류로 잘못 기록된 것이라는 싼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5번 문서)를 제출했다. 검사측 증거가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김 과장은 이를 반박할 또다른 위조 증거를 물색하게 됐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국정원 협조자 김아무개씨를 만난 김 과장은 변호인측 5번 문서 '정황설명'을 반박할 문서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가짜로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고 김 과장은 이를 승낙했다. 이렇게 해서 또다른 위조문서,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3번 문서)가 위조됐다. 내용은 변호인측 5번 문서를 발급한 적 없고, 출입경기록은 '출-입-출-입'이 맞다는 것.

이 3번 문서를 위조하면서 협조자 김씨는 일종의 범죄신고서도 같이 위조했다. '싼허변방검사참에서 유우성에게 발급한 문서는 위법하니 발급을 취소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앙정부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범죄신고서에 대한 반응으로 3번 문서가 발급됐다고 위장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협조자 김씨는 3번 문서와 범죄신고서를 위조에 4만 위안(740만원)이 필요하다고 김 과장에게 알렸고 김 과장은 이를 승낙했다.

12월 15일 귀국한 김씨는 이 2개 문서를 김 과장에게 전달했고, 다음날 국정원 사무실에서 김 과장과 권 과장은 선양총영사관 이 영사에게 보내는 전문에 이를 첨부해 전달했다. 김 과장과 권 과장의 지시를 받은 이 영사는 이 2개 위조문서에 영사확인을 작성, 공증담당 영사의 공증을 받아 외교행낭으로 보냈다. 이를 전달받은 검사는 이 중에서 3번 문서만 증거로 제출했다. 

1·2·3번 문서가 증거로 제출됐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문서 위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유씨 변호인측이 검사 제출 증거 문서의 발급 관청, 공증양식 등을 지적하며 위조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자, 지난 2월부터는 '더 그럴 듯한' 위조 문서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편 국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무리한 점이 많다며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문서위조, #증거조작, #마지막순간, #국정원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