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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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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반대에도 KBS는 수신료 인상을 밀어 붙이고 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준조세의 성격이 강한 TV 수신료를 국민적인 합의과정도 거치지 않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적 합의도 없이 TV 수신료 인상을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는 KBS는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합동 규제개혁 토론회를 3시간 동안 생중계했다.

일반적으로 운동경기 중계를 제외하고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중계방송은 긴급 재난이 발생하거나 긴급한 국가적 현안 등이 발생했을 때로 엄격히 제한된다. 그리고 이제껏 공영방송이 청와대에서 열리는 회의를 생방송으로 중계한 적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KBS와 MBC가 청와대 토론회를 생중계한 것은 일반적인 중계방송 절차를 벗어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가 공영방송의 지위와 역할을 포기한 채 국영 또는 관영방송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에서 보인 '방송 쇼'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맞는 말이다. 공영방송인 KBS가 국민의 소유인 전파를 이용해 청와대에서 열리는 행사를 3시간씩이나 생중계를 한 것은 명백히 공영방송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저버린 행위다.

공영방송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임받아 정부를 포함한 권력기관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KBS는 이번 중계방송으로 감시와 견제의 대상인 청와대의 행사를 홍보하는 정부 홍보매체로 전락한 저급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실망 시켰다. 이러고도 TV수신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태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또 있다. 바로 KBS와 EBS의 수신료 배분 문제다. 현재 KBS는 TV 수신료의 대부분을 챙기고, EBS에는 고작 3%만을 지급하고 있다. 그것도 수신료를 징수해 주는 대가로 한국전력에 지불하는 위탁 수수료를 빼면 KBS가 EBS에 지급하는 수신료는 고작 2.8%에 불과하다.

EBS가 KBS로부터 이처럼 적은 수신료를 받는 근거는 방송법 제68조와 방송법시행령 제49조 때문이다. 방송법시행령 제49조에는 KBS가 "한국교육방송공사가 행하는 방송에 대한 송신지원에 소요되는 금액과는 별도로 매년 수신료 수입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국교육방송공사에 지원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법 조항 때문에 EBS는 KBS로부터 고작 2.8%의 수신료를 매년 받아 오고 있는 실정으로, EBS 전체 예산 중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5.6%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TV 수신료의 거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는 KBS는 전체 예산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이르고 있다.

아무리 방송사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특성이 다르다 하더라도 같은 공영방송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KBS와 EBS의 수신료 배분 비율이 97% 대 3%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요즘 EBS에서 제작해 방송하는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교양 프로그램들의 수준은 KBS에서 제작해 방송하는 프로그램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KBS에서 제작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공정성과 객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EBS 프로그램들은 다양하고 알찬 내용으로 제작되고 있어 EBS 교양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EBS에 배분되는 수신료는 고작 2.8%를 차지하고 있어 양질의 교양 및 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KBS가 EBS에 배분해 주는 수신료 2.8%는 KBS가 수신료 징수 위탁 수수료로 한국전력에 지불하는 6.8%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공영방송인 EBS의 운영재원으로 지급하는 비용보다 아웃소싱 비용(위탁수수료)으로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불합리한 배분구조를 가지고 있다.

KBS와 EBS 사이의 이처럼 불공정한 TV 수신료 배분구조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EBS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를 맞은 우리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평생교육에 대한 시청자의 요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평생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 증가와 사교육비 경감, 그리고 스마트하고 창의적인 교육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요구,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확대 등 EBS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EBS가 양질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오락과 시사보도 위주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KBS와 달리, 국민들의 평생교육과 교양증진, 그리고 교육관련 콘텐츠 제작으로 특화된 EBS에 그 사회적 위상과 역할에 맞게 적정한 수신료가 배분될 수 있도록 불공정한 TV수신료 배분구조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EBS가 창의적이고 고품격의 평생교육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고 공영성이 높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KBS에 비해 엄청나게 불공정하게 규정되어 있는 EBS에 배분하는 수신료 비율을 현재 3%에서 최소 1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EBS가 국민들의 평생교육과 교육을 책임지는 전문채널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신료 , #KBS , #EBS, #최진봉 ,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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