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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선거개입 혐의 27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 부장판사 이범균)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국정원 심리전단 5팀3파트장 장아무개씨는 고의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거짓 증언을 여러 번 했다.

장씨는 2시간 넘게 진행된 검찰 측 신문에 "기억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로 일관했으며, 파트장으로서 도저히 모른다고 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다.

이전 25차, 26차 공판에 증언대에 섰던 심리전단 5팀 직원들도 모르쇠 답변과 진술거부로 일관한 바 있어, 이런 증언 태도가 국정원의 조직적인 방침일 가능성이 커졌다. 재판부가 이들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게 됐다.

[25차 공판] 원세훈 재판 2라운드... '모르쇠'로 일관한 국정원 직원
[26차 공판] 진술거부, 모르쇠, 유체이탈... 국정원 왜 이러나

[거짓말 ①] 트위터 화면을 통해 이메일을 수집했다?

7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선거개입 혐의 27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 부장판사 이범균)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국정원 심리전단 5팀3파트장 장아무개씨는 고의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거짓 증언을 여러 번 했다.
 7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선거개입 혐의 27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 부장판사 이범균)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국정원 심리전단 5팀3파트장 장아무개씨는 고의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거짓 증언을 여러 번 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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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압수수색을 통해 자신의 이메일에서 나온 수십 개의 트위터 계정 정보에 대해 자신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것도, 사용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업무에 참고하려고 트위터를 보면서 수집한 계정들이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메일에서 나온 정보에는 계정 비밀번호도 있었다. 이 부분을 검사는 추궁했다.

- 트위터를 보면서 닉네임 등은 모을 수 있지만, 비밀번호도 모을 수 있는가.
"아니다."
- 그럼 이메일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닉네임만이 아니라 쌍으로 비밀번호까지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가.
"그게 비밀번호인지 잘 모르겠다."

이 답변을 들은 판사는 "증인, 이메일을 보면 아이디, PW(패스워드의 약자)라고 명확히 되어 있는데, 그게 비밀번호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인가?"라고 물었고, 장씨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또 이메일에서 나온 트위터 계정 정보에는 트위터 가입 이메일도 있었다. 검사는 이 부분을 물었다.

- 비밀번호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좋다. 그럼 앞에 있는 계정명은 인터넷 이메일 주소다. 가입할 때 쓴 이메일 주소인데, 어떻게 알고 적었는가.
"인터넷에서 보이지 않는가."
- 이 이메일을 트위터 화면을 보고 적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하지만 이 증언은 명백히 거짓이다. 트위터 가입을 위해서는 이메일 주소가 있어야 하지만, 트위터 화면에는 이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 개인 트위터 관리 화면에는 이메일 정보 밑에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거짓말 ②] '예산'이란 '개인 주머니돈'을 말한다?

검사는 심리전단 직원들이 인터넷 언론사 기자 및 간부, 보수단체 관계자, 대학 연구원, 인터넷 카페 운영자 등을 관리했고, 그들에게 특정 내용의 글을 올리도록 종용했으며, 그 내용을 심리전단 직원들이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11월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① 국정원, 트위터 확산 넘어 기사까지 '주문 생산'국정원, 보수단체 보도자료 작성·배포에도 깊이 관여).

검사는 장씨의 2009년 1월 20일자와 2011년 9월 6일자 이메일 내용을 근거로 인터넷 언론사 기자 등 31명에게 명절 때마다 국정원 예산으로 선물을 보낸 사실을 추궁했다. 장씨는 선물을 보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적 차원이었다고 답했다.

- 비용은 개인 부담이었는가, 업무비였는가.
"사비였다."
- 2009년 1월 20일 이메일은 본인이 (외부 협력자인) 송◯◯씨에게 부탁해 특정 언론사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내용이다. '형님,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예산도 줄고 해서 별 도움이 안되네요. 일단 이정도 부탁드릴께요. 예산이 별로 없어서, 쩝쩝.' 이렇게 되어 있다. 결국 예산으로 선물 지급한 것 아닌가.
"예산이라는 것은 개인 주머니돈을 말하기도 한다."
- 개인 예산? 개인 예산이 줄었다?
"내 주머니 돈이 줄었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개인 재정 표현이다."

[거짓말 ③] 세 번이나 이메일을 잘못 보냈다?

장씨는 2011년 11월 2일 위에서 언급한 송씨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포함된 복수의 트위터 계정 정보를 이메일로 전달했다. 송씨를 외부 협력자로 볼 수 있는 강력한 증거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이 이메일을 잘못 보냈다"였다.

- 메일 본문을 보면 '팔로우 늘리는 것은 신경쓰지 마시고, 하루 최소 30건 이상 트윗글 정도인데 순수 작성은 20건 정도. 그 외 RT 및 신변잡기 등. 특정 시간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해서 작성하시면 됩니다'라고 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보낼 것을 잘못 보냈다고 했는데, 그러면 누군가에게는 이런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누구인가.
"그게 아니고, 내가 내게 보낼 것을 잘못 보낸 거다. 트위터 업무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내가 정리한 것이다."
- 이 메일이 증인 본인에게 보냈다는 말인가.
"그렇다."
- '팔로우 늘리는 건 신경쓰지 마시고', '이런 정도만 하면 됩니다', '특정 시간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해서 작성하시면 됩니다', 이게 본인이 본인에게 보내는 메일인가.
"안에서 연구를 한 것을 적다보니…."

장씨는 같은 날 송씨에게 또 하나의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이 메일도 장씨는 "잘못 보냈다"고 답했다.

- 증인은 같은 날 송◯◯씨에게 트위터에 소개글 게시방법을 보냈다. 맞는가.
"잘못 보낸 것 같다."
- 이것도 본인에게 보내려 했는데 잘못해서 송씨에게 갔다?
"그렇다."
- 그런데 메일 마지막 내용을 보면 '추가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연락주십시오'라고 되어 있는데? 증인이 증인에게 이렇게 말하나?

또 있었다. 2012년 4월 9일 장씨가 송씨에게 보낸 메일을 추궁했지만, 송씨의 답변은 같았다.

- 증인은 안보 5팀 배치 이후인 2012년 4월 9일에도 증인의 이메일을 통해 송◯◯씨에게 트위덱 사용방법을 정리해서 보냈다. 맞는가.
"이것도 보낼 이유가 전혀 없다. 아마 잘못 보낸 듯하다."
- 세 번이나 잘못 보내나?
"......"

법정 방청석에서는 키득키득 웃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28차)은 일주일 후인 14일 오후 2시 열린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심리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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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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